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정부가 내년 출범을 앞둔 ‘기획예산처’의 약칭을 ‘예산처’가 아닌 ‘기획처’로 확정했다. 이는 예산 중심의 재정 집행 기관에서 벗어나 국가 중장기 전략과 정책 기획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10월27일 관가에 따르면 임기근 기획재정부 2차관은 지난주 세종에서 새 기획예산처 편제에 포함될 실·국 직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조직 설계, 역할, 문화 혁신 방안을 논의했다.이 자리에서 임 차관은 “기획예산처의 약칭은 ‘기획처’로 하겠다”며 “향후 부처의 핵심 기능은 단순 예산 편성보다 국가 전략 기획에 방점이 찍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 “예산보다 기획”…정책 방향 전환의 신호
새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기획예산처는 국무총리 소속 신설 부처로, 예산 편성과 재정 정책, 중장기 국가 발전전략 수립 등 국가의 미래정책 기획과 자원 배분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기획처’라는 약칭은 단순한 명칭 변경을 넘어, 그동안 재정 집행 중심이던 정책기조를 ‘기획·전략 중심형 행정’으로 전환하겠다는 상징적 선언으로 평가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예산은 강력한 정책 수단이지만, 그 자체로는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며 “기획과 예산 기능이 결합할 경우 국가 전략 추진에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 과거의 ‘예산처’와의 단절…기획 기능 재정립
사실 경제부처가 ‘기획’ 기능을 부각하려 한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5년 당시 기획예산처는 언론에 공문을 보내 ‘예산처’보다 ‘기획처’라는 약칭을 써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예산 편성 권한이 워낙 강력해 ‘예산처’라는 명칭이 자연스럽게 굳어졌다.
이후 2008년 출범한 기획재정부 역시 ‘기재부’와 ‘재정부’ 약칭 혼용 논란을 겪었으나, 2013년 “정책 기획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공식 약칭을 ‘기재부’로 통일했다. 이번 결정 역시 이와 같은 문제의식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다.
■ “조직개편, 위기이자 기회”…AI 행정혁신·조직문화 논의도
임기근 차관은 간담회에서 “조직개편은 불안과 기대가 공존하지만, 결국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기획예산처가 중장기 전략과 재정정책의 조율 중심이 돼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국제협력 업무 강화, 민간 파견 확대, 예산업무 전산화, AI 기반 행정 자동화, 인사 적체 해소 등 다양한 현장 제안도 이어졌다. 또 ‘닮고 싶은 상사 투표제’ 등 공직문화 혁신 아이디어도 논의됐다.
■ 세종청사 재배치 및 출범 준비 본격화
기획예산처는 내년 초 공식 출범을 목표로 직제 확정, 정보시스템 구축, 청사 이전 작업을 추진 중이다. 당초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잔류안이 검토됐으나, 공간 제약으로 인해 최근 행정안전부로부터 해양수산부가 사용하던 5동을 새 청사로 배정받았다.
관가에서는 이번 명칭 확정이 단순한 약칭 조정이 아니라 ‘정책 설계형 정부조직’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평가한다. 향후 기획예산처가 국가 재정의 방향성과 정책 우선순위를 주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