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OPEC(Organization of the Petroleum Exporting Countries, 석유수출국기구)와 주요 산유국 연합체인 OPEC+가 다시 한번 증산 카드를 꺼내 들었다.
4월5일(현지시간) 화상 회의를 통해 결정된 이번 합의의 핵심은 오는 5월부터 하루 20만6,000배럴을 추가 공급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4월과 동일한 규모의 증산 기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시장 안정화를 위한 산유국들의 고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 1분기 '동결' 깨고 연속 증산…시장 안정 의지인가
OPEC+는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산유량을 동결하며 관망세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미국-이란 전쟁의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극도에 달하고, 공급 부족 우려가 실물 경제를 위협하자 4월에 이어 5월에도 증산을 결정했다.
이번 회의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UAE, 카자흐스탄, 이라크, 쿠웨이트, 오만, 알제리 등 핵심 8개 산유국이 참여했다. 이들이 증산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전쟁으로 인해 천정부지로 치솟는 유가를 방치할 경우, 장기적으로 글로벌 수요 파괴(Demand Destruction)가 일어나 산유국들에게도 독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 "유연성이 생명"…언제든 다시 잠글 수 있다는 경고
주목해야 할 점은 산유국들이 내건 '완전한 유연성(Full Flexibility)'이라는 조건이다. 성명서에 따르면 OPEC+는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평가할 것이며, 상황에 따라 증산을 즉각 중단하거나 심지어 자발적 감축으로 되돌릴 수 있음을 명시했다.
이는 현재의 증산 합의가 확정적인 것이 아니라, 전쟁의 전개 양상이나 미국의 대응에 따라 언제든 철회될 수 있는 '조건부 합의'임을 시사한다. 에너지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번 증산이 공급 부족을 완전히 해소하기보다는 '심리적 저항선'을 구축하기 위한 상징적 조치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 에너지 인프라 공격, '공급의 아킬레스건'
성명서의 뒷부분에는 산유국들의 실질적인 공포가 담겨 있다. 이들은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전쟁으로 인해 파괴된 유전이나 정제 시설, 송유관 등은 단순히 수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막대한 자본과 수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산유국들은 "손상된 자산을 완전한 생산능력으로 복구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은 전체 공급 가능 물량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고 지적했다. 즉, 물리적인 설비 파괴가 지속된다면 서류상의 증산 합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짚은 것이다.
현재 시장 분석에 따르면, 이번 증산 규모는 전쟁으로 인해 차단된 글로벌 공급 물량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급 부족을 완전히 메우기엔 부족한 양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OPEC+가 증산을 지속하는 것은 시장과의 소통을 끊지 않겠다는 신호다. 향후 국제 유가는 전쟁의 물리적 충돌 수위와 산유국들의 실제 이행 능력 사이에서 극심한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 5월 OPEC+ 주요 8개국 증산 규모 및 생산 할당량 >
| 국가명 | 5월 일일 증산량 (bpd) | 5월 목표 총생산량 (bpd) |
| 사우디아라비아 | 62,000 | 10,228,000 |
| 러시아 | 62,000 | 9,699,000 |
| 이라크 | 26,000 | 4,326,000 |
| 아랍에미리트(UAE) | 18,000 | 3,447,000 |
| 쿠웨이트 | 16,000 | 2,612,000 |
| 카자흐스탄 | 10,000 | 1,589,000 |
| 알제리 | 6,000 | 983,000 |
| 오만 | 5,000 | 821,000 |
| 총계 | 205,000* | 33,705,000 |
* 전체 증산량의 약 60% 이상을 사우디와 러시아가 분담하고 있다. 이는 양대 산유국이 시장 가격 방어와 공급 안정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UAE와 이라크 역시 증산에 참여하고 있으나, '인프라 공격'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실제 이 수치만큼의 공급이 시장에 도달하기 어려울 수 있다.
* bpd(barrels per day)는 하루 동안 생산·수송·소비되는 원유의 양을 나타내는 단위로,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산유국의 생산 규모나 감산·증산 정책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로 활용된다. 특히 Organization of the Petroleum Exporting Countries 및 OPEC+의 일일 생산량 조정 규모를 설명할 때 표준적으로 사용된다.
■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가격 결정자’
OPEC는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베네수엘라 등 주요 산유국들이 참여한 국제 협의체로, 회원국 간 원유 생산량을 조절해 국제 유가의 안정과 자국의 석유 수익 극대화를 도모하는 ‘에너지 시장의 핵심 조정자’ 역할을 수행한다. 현재 회원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UAE, 베네수엘라를 비롯해 리비아, 나이지리아, 알제리, 앙골라, 콩고, 가봉, 적도기니 등이다.
OPEC+는 OPEC 회원국에 러시아, 카자흐스탄, 멕시코, 아제르바이잔, 오만, 말레이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이 추가로 참여한 확장 협의체로, 글로벌 원유 공급 조절 범위를 확대해 시장 영향력을 강화한 연합체다. 특히 감산·증산 합의를 통해 국제 유가의 방향성을 좌우하는 ‘사실상 글로벌 원유 공급 카르텔’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