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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03 (금)

죽음이 숲이 된다…故人 이름으로 몽골에 나무 심기

한겨레두레·푸른아시아 협약…'나무 유산' 프로그램 시동
장례 과정 탄소 배출, 조림사업으로 상쇄…추모 여행도 기획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프랑스 작가 장 지오노의 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 속 주인공 엘제아르 부피에는 아무런 보상 없이 황무지에 나무를 심어 거대한 숲을 일궈냈다. 그의 끈기 있는 행보는 죽어있던 대지에 생명을 불어넣었고 사람들을 다시 불러모았다. 이제 한국에서도 고인의 마지막을 한 그루의 나무로 기억하며, 사막화된 땅을 숲으로 되살리는 ‘현대판 부피에’들의 여정이 시작된다.

 

전통적인 허례허식과 소비 중심의 장례 문화를 넘어, 죽음을 생태적 삶의 연장선으로 연결하려는 시민사회단체의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 장례-조림-여행의 만남... ‘나무 인문학’으로 쓴 마지막 편지

 

작지만 참된 장례·추모 문화를 확산해 온 한겨레두레협동조합, 몽골 사막화 방지에 앞장서 온 (사)푸른아시아, 그리고 기후·에코투어 전문 푸른쿱이 손을 잡았다. 이들 세 기관은 지난 1일, 고인의 삶을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선한 업’으로 승화시키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나무 인문학’이다. 과거 우리 조상들이 아이의 무병장수를 빌며 ‘탄생목’을 심었듯, 삶의 마무리 단계에서도 고인의 이름을 담은 ‘추모목’을 심어 지구에 생명의 유산을 남기자는 취지다. 이를 통해 유가족은 슬픔에 머물지 않고 고인이 남긴 가치를 지구를 살리는 실천으로 잇는 ‘가치 품은 죽음(Meaningful Death)’을 경험하게 된다.

 

■ 탄소중립 장례부터 ‘추모 여행’까지... 콜렉티브 임팩트의 실현

 

세 기관은 각자의 전문성을 결합해 이른바 ‘콜렉티브 임팩트(집합적 임팩트)’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사업 모델은 다음과 같다.

 

-탄소중립 장례 서비스: 국제표준(GHG 프로토콜)에 따라 장례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을 측정하고, 이를 조림사업을 통해 상쇄하는 기후 친화적 모델을 제시한다.
-나무 유산(Tree Legacy) 프로그램: 고인 명의로 몽골 조림지에 최소 30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고 추모 명패를 부착한다. 이는 몽골 정부의 ‘10억 그루 나무 심기’ 프로젝트와도 연계되어 실질적인 사막화 방지에 기여한다.
-푸른 추모 여행: 푸른쿱은 유족들이 몽골을 방문해 고인의 이름으로 자라나는 나무를 직접 돌보고, 현지 환경 교육과 봉사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추모 여행 상품을 선보인다.

 

■ “죽음은 소멸이 아닌 순환”... 시민 인식 개선 나선다

 

이번 협약은 단순히 새로운 장례 상품을 내놓는 것을 넘어, 죽음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세 기관은 ‘나의 마지막을 지구에 돌려준다면’이라는 주제로 캠페인을 전개하고, 지속가능한 장례법을 담은 ‘순환생애 장례 가이드북’도 발간할 예정이다.

 

김경환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상임이사는 “과도한 소비 중심의 관습에서 벗어나 죽음을 생태적 삶의 마침표로 이해하는 문화를 만들고자 한다”며 “추모목은 탄생과 죽음을 잇는 숭고한 순환의 고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 역시 “나무 심기는 자연과 고인을 동시에 존중하는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자 강력한 기후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 시민사회 전문기자의 시각: "장례의 공공성 회복"

 

그동안 국내 장례 시장은 상업화된 시설과 복잡한 절차 속에 고인에 대한 진정한 추모보다는 형식에 치중해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협약은 시민사회단체들이 주도하여 장례에 ‘생태적 공공성’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지자체와 협력해 ‘친환경 장례 시민참여센터’ 구축을 검토한다는 대목은 고무적이다. 죽음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건이 사회적·지구적 가치로 확장되는 이번 프로젝트가 한국 사회의 장례 문화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당신의 마지막은 어떤 숲으로 기억되길 원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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