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여원동 기자 | 대한민국 국적 원양 선사 HMM의 민영화 시계가 2026년 다시 빠르게 돌기 시작했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영구채 전환 리스크가 일단락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13조 원에 달하는 매각 대금을 감당할 ‘진짜 주인’에게 쏠리고 있다. 특히 포스코홀딩스의 압도적 현금력과 동원그룹의 배수진을 친 실탄 확보전이 맞물리며 인수전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 재무 지표로 본 후보군: ‘현금왕’ 포스코 vs ‘수익성’ 동원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두 기업의 재무 성적표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본지가 2025년 결산 및 2026년 초 잠정 실적 공시를 분석한 결과, 양측 모두 HMM 인수를 위한 각기 다른 재무적 승부수를 던진 상태다.
포스코홀딩스는 7조 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을 바탕으로 단독 인수가 가능한 유일한 후보로 꼽힌다. 유동비율 역시 185.4%로 단기 채무 지급 능력이 매우 우수하다. 하지만 낮은 자기자본이익률(ROE, 5.2%)이 발목을 잡는다. 이차전지 소재 등 미래 사업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HMM 인수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할 경우, 자산 효율성이 추가로 희석될 수 있다는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다.
반면 동원산업은 재무 효율성(ROE 11.8%) 면에서는 우위에 있으나, 154.8%에 달하는 부채비율이 아킬레스건이다. 최근 미국 자회사 스타키스트 지분을 계열사에 매각해 약 2조 원의 현금을 확보하는 등 사활을 건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지만, 10조 원이 넘는 지분 인수에는 재무적 투자자(FI)와의 컨소시엄 구성이 필수적이다.
| 지표 (2025년 말 기준) | 포스코홀딩스 | 동원산업 | 분석 및 시사점 |
| 유동비율 | 185.4% | 112.5% | 포스코의 압도적 단기 지급 능력 |
| 부채비율 | 72.1% | 154.8% | 동원, 차입 자본 활용한 공격적 투자 구조 |
| ROE (자기자본이익률) | 5.2% | 11.8% | 동원의 높은 자산 운영 효율성 |
| 현금성 자산 | 약 7조 원 | 약 2조 원(추산) | 동원, 스타키스트 지분 매각 등 실탄 확보 중 |
■ ‘본사 부산 이전’이라는 정치적 청구서
이번 M&A의 경제적 가치를 흔드는 가장 큰 변수는 'HMM 본사 부산 이전'이다. 정부는 지역 균형 발전의 상징적 조치로 HMM 본사의 부산 행을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다. 이미 SK해운 등 주요 선사들이 부산 이전을 확정 지으며 압박 수위는 최고조에 달했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냉혹하다. HMM 육상노조는 "본사 이전에 따른 핵심 인력 유출과 글로벌 영업망의 효율 저하는 기업 가치를 훼손하는 자폭 행위"라며 총파업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인수 후보 기업들 역시 '본사 이전'이 조건으로 붙을 경우, 인력 관리 비용과 이전 비용(약 5,000억 원 추산) 등 무형의 리스크를 재무 모델에 반영해야 하는 처지다.
■ 증권가 동향: "실적 둔화 국면, 승자의 저주 경계해야"
증권가에서는 HMM의 2026년 영업이익이 글로벌 업황 둔화로 인해 전년 대비 30% 이상 감소한 1조 원 안팎에 머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메리츠증권 등 주요 기관은 "영구채 전환에 따른 주식 수 증가로 주당 가치가 희석된 상황에서 매각가만 13조 원 이상으로 치솟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결국 HMM 민영화는 인수 후보자들의 재무적 감당 능력과 정부가 내건 '부산 이전'이라는 정치적 명분 사이에서 그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매각 시점을 조율 중인 가운데,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본사 이전 로드맵이 구체화될지가 이번 M&A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