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2025년 1분기 매출 28조원을 돌파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영업이익(3조86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12.2%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기아는 이를 '작년 기저 효과' 탓으로 돌리고 있지만, 산업 기자의 시각에서 보면 이는 기아의 '고수익 체제'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특히 매출 원가율이 78.3%로 전년 대비 2.1%포인트 상승한 점이 뼈아프다. 원자재가 하락과 고부가가치 차량(RV) 중심의 판매에도 불구하고 원가율이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차를 팔기 위해 쓴 '당근(인센티브)'과 마케팅 비용이 수익성을 잠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 '미국 관세' 공포가 만든 선구매 수요…2분기 판매 절벽 오나
기아는 해외 판매 호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관세 적용을 앞둔 미국 시장의 선구매 수요'를 꼽았다. 이는 매우 위험한 신호다. 향후 강화될 통상 장벽을 우려한 현지 딜러와 소비자들이 미리 물량을 확보한 '가수요'가 반영된 수치이기 때문이다.
1분기의 매출 폭증은 미래의 수요를 미리 당겨 쓴 '외상 성적표'일 가능성이 크다. 만약 2분기부터 실물 경제 침체와 구매 심리 위축이 본격화된다면, 기아는 적정 재고 관리에 실패하며 더 큰 인센티브 경쟁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
■ 전기차(EV) 성장 둔화와 ‘EV9 효과’ 소멸…하이브리드가 구세주?
지난해 북미 시장에서 실적을 견인했던 EV9의 본격 판매 기저 영향이 올해는 오히려 '독'이 되어 돌아왔다. 전기차 수요 성장세가 둔화(캐즘)되는 국면에서 기아는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을 23.1%까지 끌어올리며 대응하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기보다 임시방편에 가깝다.
전기차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27% 증가했다고는 하나, 이는 저가형 모델인 EV3의 물량 밀어내기 효과가 크다. 수익성이 높은 대형 전기차 시장에서의 주도권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은 향후 기아의 영업이익률을 지속적으로 압박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 국내 시장의 부진과 신차 공백… ‘타스만’과 ‘PBV’가 해답인가
국내 판매는 전년 대비 2.4% 감소하며 역성장을 기록했다. 쏘렌토와 카니발 등 스테디셀러가 버티고 있지만, K3와 모하비 등 주력 모델의 단산 이후 이를 대체할 신차 효과가 미진했다. 기아는 최초의 픽업트럭 '타스만'과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인 'PV5'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신규 세그먼트 진입에 따른 초기 비용 지출은 2분기 이후 수익성에 또 다른 부담이 될 전망이다.
또한 유럽 권역에서 스포티지 PE(부분변경) 모델 대기 수요로 인한 판매 감소는, 기아가 신차 출시 주기 관리에 허점을 드러낸 사례로 평가받는다. 촘촘한 신차 사이클이 작동하지 않을 경우, 경쟁사들에게 점유율을 내어주는 것은 시간문제다.
기아는 10분기 연속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며 '고수익 체제 지속'을 강조했다. 하지만 글로벌 제조사 평균의 2배라는 수치는 역설적으로 기아가 그동안 누려온 '우호적 환율'과 '경쟁사 공급 제약'이라는 외부 효과가 끝물에 다다랐음을 보여준다.
이제는 수요 기반 유연 생산이라는 모호한 전략 대신, 급변하는 글로벌 통상 환경(관세 등)에 대응할 현지 생산 거점의 고도화와 인센티브에 의존하지 않는 본질적인 브랜드 가치 제고가 시급하다. 매출 28조원이라는 신기록 뒤에 가려진 12.2%의 이익 감소는, 기아의 질적 성장이 멈췄음을 알리는 시장의 마지막 경고일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