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이준오 기자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4일 취임 5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5년간 글로벌 경기 침체, 공급망 위기, 전동화 전환 등 불확실성이 거듭된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안정적인 실적 성장과 미래 모빌리티 중심의 체질 전환을 동시에 이뤄냈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현대자동차 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단기 성과 중심의 경영을 넘어 장기 비전을 기반으로 한 '혁신 리더십'을 통해 그룹의 방향성을 제시하며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정 회장은 전통 제조 중심의 자동차 산업에서 벗어나 미래 기술 기업으로의 전환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동화, 수소 에너지,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로보틱스, 자율주행, AAM(도심항공모빌리티) 등 신사업 분야에 과감히 투자하며 현대차그룹을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시켰다.
정 회장은 또한 핵심 기술의 내재화와 글로벌 협업, 우수 인재 영입을 통해 미래 산업 경쟁력을 내실화했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현대차그룹의 실적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2019년 5조 6000억원 수준이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26조 9000억원으로 5배 가까이 늘었다. 매출 역시 163조원에서 282조원으로 73% 증가했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8.7%로 글로벌 2위다. RV(레저용 차량)와 제네시스 등 고부가가치 차종의 확대가 수익성 향상을 견인했다.
글로벌 시장 판매 순위도 2019년 5위에서 2022년 토요타·폭스바겐과 함께 '톱3'에 진입해 3년째 3위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 'A'를 획득하며 재무 안정성까지 입증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응하는 과정에서도 정 회장은 과감하고 전략적인 행보를 보였다. 단순히 위기를 회피하기보다 이를 현지화 강화와 기술 내재화를 통한 장기적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았다.
정 회장은 약 210억 달러 규모의 미국 내 투자 확대, 현지 생산 비중 강화, 공급망 재편 등을 통해 글로벌 경영 체계를 재정비했다. 이런 결정들은 현대차그룹을 ‘위기 속 기회를 창출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시키는 계기가 됐다.
수소 사업과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도 공을 들였다. 'HTWO' 브랜드를 중심으로 생산·저장·활용 전 과정을 아우르는 수소 생태계를 구축했고 2019년부터 글로벌 수소위원회 공동 의장으로 활동하며 수소 전환의 국제적 흐름을 주도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과 N 브랜드로 전동화 대중화를 이끌고, 기아차는 리브랜딩 이후 브랜드 가치를 81억 달러로 끌어올렸다.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한국적 럭셔리'를 앞세워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에서 확고히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회장의 취임 5년을 맞은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리더십의 다음 단계, 혁신의 결실을 구체화하는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