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달러-원 환율이 범정부 차원의 환율 안정 기조에도 불구하고 1,470원대 상단을 반복적으로 두드리며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겉으로는 당국의 경계감에 상승세가 눌려 있는 듯 보이지만, 시장 내부에서는 “상승 압력 자체는 전혀 사라지지 않았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12월4일 달러-원 환율은 1,473.50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중순 이후 1,470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으나 최근 5거래일 연속 장중 고점이 1,470원을 상회하며 시장이 상단을 지속적으로 시험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달러화 하락에도 원화는 좀처럼 강세로 돌아서지 못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12월 금리 인하 기대가 달러 인덱스에 반영되며 약달러 흐름이 이어지지만, 국내 환율 시장에서는 낙폭이 제한적이고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상승 요인에는 즉각적으로 반응해 하락에는 둔감하고 상승에는 과민한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전날 인민은행이 예상보다 높은 달러-위안 중간값을 제시하자 역외 위안화가 약세로 돌아섰고, 이에 달러-원 환율도 상승 흐름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하방 요인에는 무뎌지고 상방 요인에는 민감한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미국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의 통화정책 결정기구)는 환율 상단을 자극할 최대 변수로 꼽힌다. 현재 시장은 25bp 금리 인하 가능성을 85% 이상 반영하고 있지만, 동결 가능성 또는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매파 성향의 발언이 나올 경우 달러화가 반등할 수 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최근 환율이 약달러 국면에서도 쉽게 떨어지지 않는 만큼, FOMC 결과에 따라 상단이 한꺼번에 뚫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당국의 개입 경계감 때문에 단기적으로 상단이 눌려 있을 뿐”이라며 “글로벌 달러 강세나 위험 회피 심리가 확대되면 환율이 단숨에 10원 이상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매매 동향도 환율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변수다. 외국인이 대규모 순매수에 나섰던 지난 2일에는 달러-원이 1.50원 하락하는 데 그쳤지만, 7천억 원 규모의 순매도가 나온 전날에는 환율이 5.50원 급등했다. 시장에서는 “외국인 매도는 예상하기 어려운 돌발 변수인 만큼 환율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반적으로 시장에서는 1,470원대 상단이 단기적으로는 견고해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상승 기대감이 여전히 남아 있는 분위기다. 한 외환딜러는 “시장 참여자들이 환율이 정점을 찍었다고 판단하지 않는 듯하다”며 “외국인 매도세와 대외 변수에 따라 추가 상승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레인지 장세가 이어지겠지만, 상방 리스크는 꾸준히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