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서민금융 보호’를 외치던 제도권 금융권이 정작 대부업체에 돈을 빌려주고 이자 수익을 챙긴 ‘이중 이자장사’를 벌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저축은행·캐피탈사 등 1·2금융권 전반이 고금리 대부업체에 대출을 실행하고, 이로부터 막대한 이자수익을 거둔 사실이 국회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10월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의원(국민의힘)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금융업권 대부업체 대출 현황’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은행권과 제2금융권이 대부업체에 대출한 금액은 총 38조1,998억원, 이로 인한 이자 수익은 2조5,409억4천만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대출이 실행된 대부업체 수는 8,265곳, 전체 대출 건수는 3만1,019건에 이른다. 올해 8월까지 집계된 이자수익만 해도 3,707억5천만원으로, 금융권이 ‘고금리 구조’를 활용해 꾸준히 이익을 올린 셈이다.
업권별로 보면 캐피탈업권의 대부업 대출액이 22조8천390억9천만원(전체의 59.8%)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이 거둔 이자수익은 1조5천318억7천만원으로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저축은행업권이 9천332억4천만원, 은행업권이 758억3천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대출금리는 업권별로 캐피탈 7.58%, 저축은행 6.68%, 은행 5.32%로 집계됐다. 서민을 상대로 저금리 금융상품을 내세우는 금융기관들이 정작 대부업체에는 높은 금리로 자금을 공급하며 ‘이자 장사 구조’를 반복한 셈이다.
은행권에서는 국책은행 IBK기업은행이 120건(1,670억2천만원)으로 대출건수 1위, 대출금액 기준으로는 우리은행(61건·3,947억원)이 가장 많았다. iM뱅크(1,484억원), KB국민은행(1,297억원), BNK경남은행(1,013억원) 등 주요 시중은행들도 대부업체 대출에 참여했다.
저축은행 중에서는 웰컴저축은행이 1,896건·2조4,091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캐피탈 부문에서는 JB우리캐피탈이 5,833건·7조4,943억원으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강민국 의원은 “대부업체에 종잣돈을 빌려주고 이자수익까지 올리고 있다는 것은 은행 등 제도권 금융의 공공재적 책무를 외면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또한 “대부업체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조달한 자금으로 고금리 대출을 취급할 경우, 가계대출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위험이 크다”며 “소비자 피해와 금융 불신을 키우지 않도록 금융당국의 강력한 감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금융권은 대부업체에 자금을 공급하고, 대부업체는 이를 기반으로 소비자에게 높은 금리로 다시 대출을 취급한다. ‘제도권 금융이 대부업을 통해 소비자의 이자 부담을 두 번 수취하는 구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금융권이 단기 수익성만 좇을 경우, 사회적 신뢰와 소비자 보호라는 본질적 역할을 훼손하게 된다”며 “대부업체와의 자금 연결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책금융과의 구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