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텔레콤이 오는 28일부터 시행하는 ‘유심 무료 교체’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대규모 하드웨어 교체 작업이다. 유영상 CEO는 이를 "고객 불안 해소"라고 포장했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SKT가 자사 네트워크 단에서 해킹 시도를 완벽히 필터링할 기술적 자신감이 없음을 자인한 꼴이다.
보안 전문가들은 "유심을 바꾼다고 해서 이미 유출된 개인정보나 인증 체계의 구조적 결함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사고의 근본 원인인 ‘비정상 인증 시도’를 사전에 완벽히 차단하는 서버 보안 강화가 우선임에도 불구하고, 수천만 명의 고객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불러 모으는 방식은 시대착오적인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 ‘28일 오전 10시’ 대혼란 예고… 준비 없는 예약제와 인력난
SKT는 전국 T World 매장과 공항 로밍센터를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3,000만 명이 넘는 가입자가 동시에 움직일 경우 발생할 물류 대란과 현장 혼선에 대한 구체적인 시나리오는 보이지 않는다.
당일 교체가 어려울 경우 ‘예약 신청’을 하라는 방침 역시 고객에게 이중, 삼중의 발걸음을 강요하는 무책임한 처사다. 특히 공항 로밍센터는 출국 절차만으로도 분주한 곳이다. 이곳에서 유심 교체를 위해 긴 시간을 대기해야 하는 여행객들의 기회비용은 누가 보상할 것인가. ‘무료’라는 단어 뒤에 숨은 고객의 ‘시간적 희생’은 안중에도 없는 대책이다.
■ ‘유심보호서비스’의 역설…공포 마케팅이 낳은 240만 가입자
단 3일 만에 206만 명이 가입한 ‘유심보호서비스’ 역시 논란의 중심에 있다. SKT는 이 서비스가 유심 교체와 동일한 효과를 지녔다고 강조하며 가입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진정으로 유심 교체와 효과가 같다면, 왜 고객들에게 번거로운 매장 방문과 물리적 교체를 또다시 제안하는 것인가.
결국 유심보호서비스 가입 수치는 보안에 대한 신뢰가 아니라 ‘공포’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사태 초기 대응에 실패한 기업이 무료 서비스를 빌미로 자사 앱 접속률을 높이고 가입자를 묶어두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 5월에야 열리는 로밍 보안… 한 달간 해외 고객은 ‘방치’
더욱 황당한 것은 로밍 중 유심보호서비스 고도화 시점이다. SKT는 오는 5월 안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즉, 지금 당장 해외에 체류 중이거나 4월 중에 출국하는 고객들은 유심을 교체하지 않는 한 보안 사각지대에 그대로 노출된다는 뜻이다.
국내 1위 통신사가 글로벌 보안 위기 상황에서 로밍 연동조차 즉각 처리하지 못해 ‘한 달 뒤’를 기약하는 모습은 기술 경쟁력에 심각한 의문을 던진다. “기본에 충실하겠다”는 CEO의 발언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SK텔레콤은 지금 유심 칩 몇 조각을 무료로 나눠주는 것으로 사태를 덮으려 해서는 안 된다. 19일부터 27일까지 자비로 교체한 고객에게 소급 적용을 해준다는 결정은 환영할 만하나, 이는 최소한의 도리일 뿐이다.
진정한 대책은 유심을 바꾸지 않아도 되는 ‘철통 보안 망’을 입증하는 것이다. 고객을 매장으로 불러 모아 줄을 세우는 번거로움을 사과로 퉁칠 것이 아니라, 이번 해킹의 기술적 통로가 어디였는지, 5월까지 기다려야 하는 로밍 보안의 구멍은 어떻게 메울 것인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3,000만 개의 유심보다 더 시급한 것은 3,000만 명의 무너진 신뢰를 재건하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