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타임스 온인주 기자 | 최근 엔비디아의 게이밍 그래픽카드(GPU) 생산 조정 가능성을 둘러싼 외신 보도가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보도 자체는 중국 하드웨어 업계 루머를 인용한 추측성 내용에 가깝지만, 그 이면에 담긴 산업 구조 변화의 신호는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는 평가다.
PC 하드웨어 전문매체 PC Gamer는 최근 보도를 통해 엔비디아가 2026년부터 게이밍 GPU 생산 물량을 조정할 수 있다는 업계 관측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래픽 메모리(VRAM) 공급 여건과 가격 변동성이 주요 배경으로 거론됐다. 다만 이는 엔비디아의 공식 입장이나 확정된 계획이 아닌, 업계 소식과 커뮤니티 정보를 인용한 내용이다.
그럼에도 이 같은 루머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감산 여부’ 때문이 아니다. 시장이 주목하는 핵심은 엔비디아 내부의 자원 배분 우선순위가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가다.
현재 엔비디아의 성장을 견인하는 축은 명확하다. 데이터센터용 AI 가속기와 이를 뒷받침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기반 생태계다. AI 서버 한 대에 투입되는 AI가속기의 수익성은 게이밍 GPU를 압도한다. 같은 메모리 자원을 놓고 선택해야 한다면, 기업 입장에서 AI 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이번 감산 루머의 출발점 역시 엔비디아의 개별 전략 변화라기보다, 메모리 반도체 공급 구조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가속기에 사용되는 HBM은 물론, 게이밍 GPU에 탑재되는 GDDR 계열 메모리 역시 공급 제약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제한된 메모리 자원을 어디에 우선 배분할 것인지가 기업 전략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마진이 낮고 경쟁이 치열한 게이밍 GPU는 전략적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이번 감산 루머 역시 ‘수요 붕괴’라기보다는 AI 중심으로 재편되는 반도체 산업 구조 속에서 나타난 조정 가능성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러한 조정이 현실화될 경우, 전 라인업에 일괄적으로 적용되기보다는 그래픽 메모리 사용량이 많은 일부 모델부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함께 전했다. 구체적으로는 RTX 5060 Ti와 RTX 5070 Ti 등 16GB 모델이 거론되는데, 이들 제품은 상위 모델과 유사한 수준의 VRAM을 사용하면서도 수익성은 상대적으로 낮아 우선적인 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PC Gamer 역시 기사에서 “이번 관측은 당장 시장에 심각한 공급 부족을 초래할 사안은 아니며, 시점과 규모 모두 유동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PC Gamer는 현재 RTX 50 시리즈 전반에 걸쳐 유통 재고가 비교적 충분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합리적인 가격대의 RTX 5080·5090을 제외하면 RTX 5050·5060·5070 모델은 주요 유통 채널에서 물량을 쉽게 확인할 수 있으며, 블랙웰 아키텍처 출시 이후 엔비디아와 파트너사들이 생산을 크게 늘려온 점도 이러한 평가의 배경으로 언급됐다 즉, 이는 결과를 단정할 뉴스가 아니라 방향성을 읽어야 할 신호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엔비디아가 실제로 생산량을 줄이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AI와 게이밍이라는 두 축 사이에서 자본과 메모리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라며 “이 흐름은 메모리 업체와 GPU 생태계 전반에 중장기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번 PC Gamer의 보도가 의미를 갖는 지점은 감산 여부 그 자체보다, AI 중심 전략이 강화되는 과정에서 게이밍 GPU 사업의 위상이 구조적으로 어떻게 재정의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 있다. 이는 글로벌 GPU 업체의 개별 판단을 넘어, 메모리 반도체 공급 능력이 반도체 산업 전반의 전략 방향을 좌우하는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으로도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