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다시 한 번 급격히 떨어지며 1470원대까지 밀렸다.
12·3 계엄 사태 당시 기록했던 1480원대 최저점에 근접한 가운데, 엔저(円低)와 서학개미의 대규모 해외투자, 미·한 관세 불확실성이 결합된 ‘트리플 충격’이 원화를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시장에서는 “심리적 저항선인 1480원이 무너질 경우 1500원선도 열릴 수 있다”며 경고음을 내고 있다.
11월13일 서울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467.7원으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 1475.3원까지 치솟으며 이틀째 1470선을 뚫었다. 이는 지난해 4월(1487.6원) 이후 7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원화 약세가 ‘뉴노멀’을 넘어 구조적 레벨 시프트를 맞이했다”고 진단한다.
■ 관세 협상 불확실성…‘환율의 최대 변수’로 부상
원화 약세의 중심에는 한·미 관세 협상 불확실성이 자리한다.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원산지 규제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부담이 크게 늘 것이란 전망이 환율에 즉각 반영됐다.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은 “팩트시트가 공개되더라도 세부 투자 방식에 대한 한·미 이견 가능성이 여전히 커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내년부터 연 2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이는 외환시장에 구조적 하방 압력”이라고 평가했다.
■ 서학개미의 해외투자 ‘역대 최대’…외환수급에 직접 영향
올해 들어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증시 매수 규모는 12일 기준 2880억달러로, 이미 지난해 연간 매수 규모를 넘어섰다. 과거에는 해외투자 흐름이 환율에 큰 변수로 작용하지 않았지만, 최근 급증한 해외투자 규모는 원달러 수급의 ‘상수’로 재정착하고 있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센터 자산배분전략부 상무는 “서학개미 흐름이 해외투자의 체질을 바꾸며 환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출기업들이 높은 환율을 기대하며 네고(달러 매도)를 늦추는 점도 원화 약세를 가팔라지게 만든다. 여기에 일본의 아베식 확장정책 부활 기대(‘다카이치노믹스’)가 엔저를 자극하면서 원화 약세를 동반 심화하는 모양새다.
■ 일부 전문가 “1500원 돌파 가능성 충분”
일각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원화 가치가 1500원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외환보유액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구조개혁이 지연된다면 환율 방어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며 “원화 약세는 단기 현상이 아닌 구조적 리스크”라고 말했다.
■ 국민연금 ‘환율 소방수’ 투입되나…미국의 경계가 변수
시장에서는 환율이 1480원을 넘어서면 국민연금이 전략적 환헤지(10%) 또는 전술적 환헤지(5%)를 가동해 외환시장 안정을 시도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해외투자금 771조원 가운데 최대 15%인 약 115조원까지 환헤지가 가능하다.
특히 선물환 매도나 한국은행과의 스와프를 통한 안정화 조치가 거론된다. 다만 미국 재무부가 6월 발표한 환율 관찰대상국 명단에서 “연기금·국부펀드의 환율 개입 감시 강화”를 강조한 점은 부담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 외환전문가는 “공식적인 ‘시장 개입’이 아닌 헤지 전략으로 접근하겠지만, 미국의 감시 강화는 움직임을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