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떠나는 억만장자들...투자자금·자산, 유럽·중국行

  • 등록 2025.12.16 09:3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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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S 조사, 억만장자 66% "관세 최대 리스크"
수익보다 회복력 중시...사모펀드 선호, 장기 분산 베팅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글로벌 초고액자산가들의 투자 지형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미국 자산 비중을 줄이고, 서유럽과 중국으로 시선을 옮기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 리스크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억만장자들은 ‘수익 극대화’보다 ‘분산과 회복력’을 핵심 투자 키워드로 삼고 있다.

 

12월14일(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UBS(Union Bank of Switzerland)가 최근 발표한 연례 억만장자 고객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향후 12개월간 가장 유망한 투자 지역으로 서유럽과 중국을 꼽았다. 이는 지난 수년간 미국 중심으로 형성됐던 글로벌 자산 배분 전략이 전환점에 들어섰음을 시사한다.

 

■ 서유럽·중국 선호 급등…‘미국 독주’에 균열

 

조사 결과, "서유럽에 투자 기회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40%로, 지난해(18%)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중국 역시 34%로 전년(11%) 대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투자 선호도도 8%포인트 높아지며 전반적인 비미국권 자산 선호가 확대됐다.

 

반면 북미 지역에 대한 투자 의향은 뚜렷하게 낮아졌다. 올해 북미에 투자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63%로, 지난해 80%에서 크게 감소했다. 여전히 절대적인 비중은 높지만, ‘유일한 최우선 투자처’라는 위상은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UBS의 한 유럽 억만장자 고객은 “북미 시장은 여전히 깊이 있고 혁신적이지만, 더 이상 최우선 투자처로 보지 않는다”며 “지리적 집중은 위험을 키우며, 현재는 분산 투자에서 더 나은 기회가 나온다”고 밝혔다.

 

■ 관세·지정학 리스크가 투자 전략 바꿨다

 

억만장자들이 꼽은 최대 리스크는 관세였다. 응답자의 66%가 향후 12개월간 가장 부정적인 요인으로 관세를 지목했다. 이어 대규모 지정학적 분쟁 가능성(63%), 정책 불확실성(59%), 고인플레이션(44%)이 뒤를 이었다.

 

이는 글로벌 무역 질서 재편과 미·중 갈등, 보호무역 강화가 단기 변수가 아닌 구조적 리스크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투자 전략 역시 고성장 베팅보다는 지역·자산 간 리스크 분산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이동 중이다.

 

■ “채권보다 주식, 단기 수익보다 회복력”

 

자산군 선택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UBS는 억만장자들이 채권보다 주식, 단 단기 수익보다 안정성과 회복력을 중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변동성과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실물자산과 기업 가치에 대한 직접적인 노출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투자 방식이다. 억만장자들이 가장 선호한 투자 형태는 직접 상장주식 투자가 아니라 사모펀드(PE)였다. 응답자의 49%가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는 공개시장의 변동성을 피하면서, 장기적 구조 변화에 베팅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억만장자들의 선택은 단기적인 시장 예측이라기보다 자산 배분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신호에 가깝다. 미국 자산의 비중 축소, 유럽·중국 비중 확대, 그리고 사모투자 선호는 글로벌 자산 시장이 ‘집중’에서 ‘분산’의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개인 투자자 역시 지역과 자산군 편중을 점검하고, 글로벌 분산과 중장기 관점에서의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은국 기자 ket@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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