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급락 무시못해" 월가 거물, 金 ETF 전량 매도

  • 등록 2025.12.31 11:3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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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테라노바 "증거금 인상에 리스크 관리…전량 처분"
CME 증거금 인상 여파에 금 4% 급락, 시장 급반전 경고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올 한 해 투자자들에게 최고의 수익률을 안겨주었던 '금(Gold)' 시장에 경고등이 켜졌다. 월가의 유명 투자자이자 버투스 인베스트파트너스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조 테라노바가 보유 중이던 금 ETF(Exchange Traded Fund, 상장지수펀드)를 전량 매도하며 시장에 충격을 던졌다.

 

■ '증거금 인상'이라는 보이지 않는 칼날

 

조 테라노바가 12월 29일(현지시간) CNBC를 통해 밝힌 매도의 핵심 근거는 '가격 반전'과 '증거금'이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Chicago Mercantile Exchange)가 金과 銀의 선물 계약 증거금을 올리기로 결정하면서, 레버리지를 활용하던 투자자들이 대거 매물을 쏟아냈다. 이 영향으로 은 가격은 하루 만에 9% 가까이 폭락했고, 금값 역시 4% 넘게 밀렸다. 테라노바는 "시장의 급격한 반전이 일어날 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위험하다"며 "수익을 지키기 위해 즉각적인 리스크 축소가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올해 'SPDR 골드 트러스트(GLD)'(Standard & Poor's Depositary Receipt Gold Shares/Trust,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SSGA)가 운용하는 ETF 브랜드)가 64%나 급등하며 축제 분위기였지만, 월가 베테랑은 '규제 변화에 따른 유동성 위축'을 감지하자마자 미련 없이 수익 확정에 나선 것이다.

 

■ 에너지 섹터의 전략 수정: '정유' 대신 '탐사'

 

테라노바의 포트폴리오 조정은 귀금속에만 그치지 않았다. 그는 정유업체인 필립스66(PSX)도 전량 처분했다. 7월 매수 이후 약 12%의 수익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매도 버튼을 누른 이유는 '섹터 내 주도주 교체' 전망 때문이다.

 

그는 새해 에너지 시장에서 정유업체보다는 대형 탐사·생산(E&P) 기업들의 수익률이 더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유가 흐름과 글로벌 수요 변화를 고려할 때, 단순히 가공·판매하는 기업보다 자원을 직접 확보한 기업의 마진 체력이 더 강할 것이라는 분석에 기반한다.

 

■ "움직이지 않는 주식은 과감히 버려라"

 

기술주 중에서는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SPOT)가 퇴출당했다. 테라노바의 매도 결정은 냉혹했다. "한 달 전 진입했지만 주가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스포티파이는 지난 6개월간 24% 이상 하락하며 장기 하락 추세에 갇혀 있다. 테라노바의 전략은 '시간 기회비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전체가 변동성을 보이는 시기에 상승 모멘텀이 없는 종목을 들고 가기보다는 현금을 확보하거나 다른 기회를 찾는 '관망 상태'를 선택한 것이다.

 

■ 월가의 ‘부티크 연합군’ 버투스, 독립성과 자본력의 조화

 

한편, 월가에서 조 테라노바의 행보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가 소속된 버투스 인베스트 파트너스(Virtus Investment Partners, 이하 버투스)의 독특한 위상 때문이다. 1995년 설립되어 뉴욕증권거래소(NYSE: VRTS)에 상장된 이 회사는 전형적인 대형 자산운용사와는 궤를 달리하는 ‘멀티 부티크(Multi-Boutique)’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버투스의 가장 큰 특징은 ‘전문가 집단의 연합체’라는 점이다.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 각 분야에서 독보적인 실력을 갖춘 부티크 운용사들을 자회사로 편입하되, 이들의 투자 철학과 의사결정 방식에는 일절 간섭하지 않는다.

 

현재 버투스 산하에는 △가치주 투자의 명가 'NFJ 인베스트먼트 그룹' △성장주 특화 '실반트 캐피털' △신흥국 채권 전문 '스톤 하버' 등 10여 개의 독립적인 자회사들이 포진해 있다. 본사인 버투스는 이들에게 마케팅, 유통망, 법률 및 IT 인프라 등 강력한 백오피스 지원만을 제공하며, 매니저들이 오직 ‘수익률’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성적표도 우수하다. 2025년 11월 말 기준 버투스의 총 운용 자산(AUM)은 약 1,642억 달러(약 230조원)를 기록 중이다. 주식형 자산이 약 5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상장지수펀드(ETF) 부문의 자산이 전년 대비 급성장하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지난 12년 연속 배당금을 지급해 온 주주 친화 정책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알짜 금융주’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기관 투자가 비중이 80%를 넘을 정도로 전문가들 사이에서 신뢰받는 운용사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 거대한 부티크 연합군의 머리 역할을 수행하는 인물이 바로 조 테라노바 수석 시장 전략가다. 그는 각 부티크의 독립적인 운용 속에서도 전체적인 거시 경제 흐름을 짚어주고, 버투스라는 브랜드가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를 총괄한다.

김은국 기자 ket@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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