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금융권의 수익 지표인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가 3개월째 줄어들며 은행들의 ‘이자 장사’ 보폭이 좁아지고 있다.
시장 금리가 상승하는 국면에서도 은행들이 수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예금 금리를 대출 금리보다 더 가파르게 올린 영향이다. 다만, 연말 대출 총량 관리라는 변수가 작용하며 은행별 순위에는 커다란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 예금 금리의 역전승...5대 은행 예대차 ‘우하향’ 곡선
12월29일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예대금리차 비교’ 통계에 따르면, 지난 11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 예대금리차(정책서민금융 제외) 평균은 1.35%P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 대비 0.074%P 축소된 수치로, 지난 9월 이후 3달 연속 하향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금리 변동 내역을 뜯어보면 예금 금리의 약진이 눈에 띈다. 11월 5대 은행의 가계 1년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2.8%로, 전월(2.578%)보다 0.222%P나 뛰었다. 반면, 같은 기간 가계대출 금리 평균은 4.166%로 전월(3.992%) 대비 0.174%P 오르는 데 그쳤다. 결과적으로 예금 금리 인상 폭이 대출 금리 상승 폭을 앞지르면서 예대금리차가 좁혀진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말 자금 조달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서 시중 자금을 확보하려는 은행권의 예금 금리 인상 경쟁이 대출 금리 인상 속도를 추월했다”고 분석했다.
■ 하나은행의 반전...‘최저’에서 ‘최고’ 예대차로 급등
은행별 성적표를 살펴보면 희비가 엇갈렸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하나은행이다. 11월 하나은행의 가계 예대금리차는 1.46%P로 5대 은행 중 가장 컸다. 직전 달인 10월에 1.33%P로 5대 은행 중 가장 작은 예대차를 기록하며 ‘착한 금리’를 보였던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하나은행의 예대차가 급격히 벌어진 것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 규제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연말 대출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 문턱을 높였다. 실제로 하나은행의 11월 대출 금리는 4.27%로 한 달 만에 0.31%P나 급등했다. 인위적인 금리 조정을 통해 대출 수요를 억제하면서 예대차가 일시적으로 확대된 셈이다.
반면, 우리은행은 1.22%P를 기록하며 5대 은행 중 예대금리차가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우리은행이 대출과 예금 사이의 마진을 가장 적게 남기며 상대적으로 유리한 금리 조건을 제공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인뱅은 여전히 '高空 행진'...케이뱅크 2.38%P로 1위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시중은행에 비해 여전히 높은 예대금리차를 보였다. 인터넷은행 3사 중에서는 케이뱅크가 2.38%P로 가장 큰 폭을 기록했다. 이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높은 인터넷은행 특성상 대출 금리 자체가 시중은행보다 높게 형성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뒤를 이어 토스뱅크가 1.67%P, 카카오뱅크가 1.34%P 순으로 집계됐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시중은행 수준인 1.3%대 예대차를 유지하며 인터넷은행 중 가장 적극적인 금리 경쟁력을 보였다.
■ "연초 대출 재개 시점까지 관망세 지속"
금융권 전문가들은 연말까지는 현재의 예대차 축소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들이 대출 영업을 공격적으로 하기 어려운 시점인 만큼, 예금 유치에 집중하는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내년 초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리셋(Reset)되는 시점에는 다시 대출 금리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권이 예대금리차 공시를 의식해 과도한 이자 이익을 추구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실수요자들의 이자 부담 경감을 위해 금리 산정 체계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