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전영진 기자 | 한국은행이 국내 외환시장의 체질 개선을 위해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한 파격적인 '당근책'을 내놓았다. 은행들이 외화를 많이 보유할수록 오히려 이익이 되는 구조를 만들어, 유사시 국가 외환보유액에만 의존하지 않는 견고한 민간 방어벽을 구축하겠다는 포석이다.
한국은행이 외환시장 안정과 수급 개선을 위해 6개월간 한시적으로 금융기간이 예치한 외화예금초과지급준비금에 대해 이자를 지급한다고 12월 19일 밝혔다.
19일 한국은행은 시중은행이 한은에 예치하는 외화지급준비금 중 법정 평잔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사상 처음으로 이자를 지급하기로 했다. 그동안 외화지준금은 이자가 전혀 붙지 않는 자산으로, 은행 입장에서는 외화예금을 많이 유치할수록 자산 운용 효율이 떨어지는 원인이 되어왔다.
이번 조치로 은행들은 외화예금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더라도 기회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게 됐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들이 외화 자산 보유를 부담으로 느끼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했다"며 "민간의 외화 보유량을 늘려 대외 충격 시 외화 유동성 공급의 통로를 다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이자 지급과 함께 '외화 건전성 부담금(은행세)' 면제라는 강력한 혜택도 병행한다. 현재 은행들은 만기가 짧은 외화 부채에 대해 일정 비율의 부담금을 내야 하지만, 외화예금 증대 실적이 우수한 은행 등에 대해서는 이 부담금을 과감히 감면해 주기로 했다.
그동안 은행권은 외화예금을 늘릴 경우 지준금 예치 부담과 부담금 납부라는 이중고를 겪어왔다. 하지만 이번 정책 도입으로 인해 '비용 지출'이 '수익 창출'로 전환되는 변곡점을 맞이하게 됐다.
민경수 한은 국제국장은 “금융기관의 단기 외화자금 운용처 확대로 비금융기관 및 개인들이 해외 운용하는 외화예금의 국내유입 촉진도 기대된다”면서 “한은에서 이정도 금리를 주게 되면 은행 등 수익성 면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향후 추가 대책도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민 국장은 “이번 조치는 시리즈 중의 하나”라면서 “후속으로 어떤 게 나올 수 있는지는 미리 말씀 못 드리지만 추진 중인 게 있는데, 실제로 시행 단계가 되거나 도입 확정이 되면 추가적으로 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즉각적인 시장 반응을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A은행 관계자는 "조달 비용이 낮아진 만큼 고객들에게 제시하는 외화예금 금리를 높일 여력이 생겼다"며 "특히 기업들의 외화 자금을 국내로 끌어들이는 데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변동성을 완화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거주자 외화예금이 두터워지면 환율 상승기에 달러 공급 물량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완충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