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반세기만에 세계 첫 '선박 건조 5000척' 달성

  • 등록 2025.11.19 16:3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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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초계함' 인도로 반세기 도전 결실
정기선 회장 "한국 조선의 새 패러다임 연다"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HD현대가 세계 조선업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회사는 지난달 필리핀 해군에 초계함 ‘디에고 실랑(2번함)’을 인도하며 세계 최초로 누적 선박 건조 5000척을 달성했다고 11월19일 밝혔다. 유럽·일본 등 전통 강자의 조선사를 모두 제치고 대한민국 조선업글로벌 톱티어 위상을 증명한 셈이다.

 

HD현대는 이날 울산 동구 HD현대중공업에서 ‘5000척 인도 기념 행사’를 열고 반세기 도전의 성과를 공식화했다. 첫 선박이던 26만t급 VLCC(Very Large Crude Carrier) ‘애틀랜틱 배런호’를 인도한 1974년 이후 약 50년 만의 대기록이다. 단순 계산하면 매년 100척, 사나흘에 한 척씩 배를 만든 셈이다.

 

■ “거북선 500원 지폐”에서 시작된 도전, 세계 정상에 서다

 

정주영 창업주는 1971년 영국 버클레이은행을 방문해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 지폐를 들고 조선소 건설 차관을 설득한 일화로 유명하다. “우리에게 배를 주문하면 조선소를 지어 배를 만들어 주겠다”는 그의 일성은 이후 한국 조선업이 전 세계를 재편하는 출발점이 됐다.

 

HD현대는 울산조선소를 기반으로 미포조선소, 삼호조선소로 확장하며 건조 역량을 집약했다. 사업장별 누적 건조 실적은 △HD현대중공업 2631척 △HD현대미포조선 1570척 △HD현대삼호중공업 799척 등 총 5000척. 모두 일렬로 세우면 길이가 무려 1250km로, 서울에서 도쿄까지 직선 거리보다 길다.

 

■ ‘디에고 실랑’ 인도…필리핀 함정 10척 수주

 

5000번째 선박에 해당하는 필리핀 해군 초계함 ‘디에고 실랑’은 118.4m 규모의 최신예 함정으로 지난 3월 진수 후 10월 인도됐다. HD현대는 필리핀으로부터 총 10척의 함정을 수주했으며, 군함·특수선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 정기선 회장 “다음 5000척 향해 한국 조선의 새 시대 연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5000척은 한국 조선 산업의 자부심이자 세계 해양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꾼 도전의 역사”라며 “다음 5000척, 또 다른 반세기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HD현대는 이번 기록 달성을 기념해 조선 계열사 임직원과 사내 협력사 직원들에게 3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지급했다. 업계는 이번 성과가 LNG 운반선·초대형 컨테이너선·함정 등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HD현대의 글로벌 영향력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은국 기자 ket@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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