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금융권 부패한 이너서클, 20년씩 해먹어"

  • 등록 2025.12.19 16: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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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보고서 작정 질타…금감원, 대형 지주사 검사 착수 예고
"타당성 있는 의혹" 직격…이찬진 금감원장 "1월 중 입법 추진"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국내 금융지주사와 은행권을 향해 '부패한 이너서클', '참호 구축' 등 유례없이 강한 표현을 사용하며 직격탄을 날렸다.

 

특정 소수 세력이 지배권을 독점하며 '장기 집권'하는 폐단을 끊어내겠다는 의지를 천명함에 따라, 금융권 지배구조 개편을 둘러싼 대대적인 사정 국면이 예고된다.

 

■ "10~20년씩 해먹어"…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인사 투서'의 실체


이재명 대통령은 12월19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작정한 듯 금융권의 폐쇄적인 인사 문화를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본인에게 쏟아지는 수많은 투서를 언급하며, 은행장 선발 절차의 불투명성과 특정 집단의 지배권 독점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특히 "회장 했다가 은행장 했다가 10~20년씩 해먹는 모양"이라는 원색적인 표현은 현 금융지주 체제의 '셀프 연임'이나 '측근 인사'를 정조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러한 주장들이 단순한 음해가 아닌 상당한 타당성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 금융권의 '이너서클' 문화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초강수 대응을 시사했다.

 

■ 금감원, '검사 착수'로 즉각 화답…1월 입법·조사 가시화


대통령의 질타에 금융당국은 즉각적인 행동을 예고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TF(태스크포스) 활동을 통해 내년 1월 중 입법 과제를 도출하겠다고 보고했다. 제도 개선을 통해 소수가 지배권을 휘두르는 구조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더욱 주목할 점은 실질적인 '현장 검사'다. 이 원장은 현재 문제가 거론되고 있는 특정 금융지주사와 그 산하 기관들에 대해 이미 검사 착수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제도 정비를 넘어, 부적절한 인사나 경영권 행사가 포착된 곳에 대한 고강도 사법·행정적 조치를 병행하겠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다.

 

■ '관치금융' 논란 넘어 '지배구조 선진화' 명분 얻을까


금융권은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 숨을 죽이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민간 금융사의 인사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관치금융'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대통령이 직접 '부패'와 '무능'을 언급하며 명분을 쌓은 만큼, 당국의 압박 수위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제도를 고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권한을 최소화해 비정상적 상황이 안 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회장 1인에게 집중된 제왕적 권한을 분산시키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선발 시스템을 구축하라는 엄중한 주문으로 해석된다.

김은국 기자 ket@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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