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재억 기자 | 국내 제조업 중소기업이 창업주 고령화와 후계자 부재로 경영 지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위기는 단순히 기업의 존폐 문제를 넘어, 국가 산업 경쟁력과 고용 안정성에 직결되는 심각한 사회경제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술보증기금(이하 기보)이 운영하는 민관협력 M&A 플랫폼이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 제조업 승계 위기, 숫자로 본 현실
최근 중소기업청과 관련 기관 조사에 따르면, 제조업 중소기업 CEO의 60세 이상 비율은 2013년 14.1%에서 2023년 33.5%로 급증했다. 특히 자녀 승계를 계획하지 않는 기업은 전체의 40%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향후 10년 내 약 21만 개 기업이 잠재적 매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이러한 현상은 조선, 금형, 화학 등 국가 핵심 산업에서도 나타난다. 경남 진해의 한 금형 제조업체는 연매출 600억 원을 기록하는 흑자 기업임에도 후계자 부재로 매각을 추진 중이다. 충북 음성의 화학소재 기업 역시 50%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을 자랑하지만, 승계자가 없어 매도 리스트에 올랐다.
■ 후계자 부재, 왜 심각한가?
후계자 부재는 단순한 경영권 문제를 넘어 기술 단절과 고용 불안으로 이어진다. 특히 제조업은 장기간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가 경쟁력의 핵심이다. 기업이 폐업하면 해당 기술은 시장에서 사라지고, 숙련 인력은 일자리를 잃는다. 이는 산업 생태계 전체의 약화로 연결된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의 기술은 국가 경쟁력의 뿌리”라며 “승계 실패는 곧 기술 유실”이라고 강조한다.
■ 기보 M&A 플랫폼, ‘폐업 대신 성장’의 길 열다
기보는 올해부터 M&A 전담센터를 중심으로 △수요 발굴 △중개·자문 △인수자금 보증 △기술보호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민관협력 M&A 플랫폼을 본격 가동했다.
이 플랫폼은 특히 기술혁신형·기업승계형·구조조정형 M&A 보증을 통해 정보 비대칭과 자금 조달 문제를 해소하고 있다. 기보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승계 과정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자금과 신뢰 문제”라며 “플랫폼은 이를 해결하는 원스톱 솔루션”이라고 설명했다.
기보는 올해 11월 기준 M&A 보증 지원 금액이 310억 원으로 지난해 33억 원 대비 836.36%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는 플랫폼 출범 이후 M&A 보증지원이 본격화한 결과다. 기존에는 별도의 전담센터 없이 기술혁신센터를 중심으로 소액·소수 지원에 그쳤지만, 이제는 체계적 지원이 가능해졌다.
■ 성공 사례로 본 플랫폼 효과
폐배터리 재활용업체 A사는 창업주 고령으로 사업 지속이 어려웠으나, 기보의 보증과 중개 지원을 통해 동종업계 기업에 안정적으로 매각됐다. 핵심 기술과 고용이 유지되면서 산업 생태계의 연속성이 확보됐다.
또 다른 사례인 폐기물 처리업체 B사는 25년 업력을 가진 기업으로 자녀 승계가 어려워 매각을 추진했다. 기보의 M&A 지원으로 원활한 거래가 성사되었고, 인수 기업은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했다.
■ 해외 사례에서 배우는 교훈
일본은 이미 10년 전부터 ‘사업승계 지원센터’를 운영하며 M&A를 통한 승계 활성화를 추진해왔다. 독일 역시 ‘가업승계법’을 통해 세제 혜택과 금융 지원을 제공한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법·제도적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향후 정책 방향과 기대 효과
기보는 2026년부터 기업승계 M&A 활성화 시범사업을 추진해 고령 CEO 기업을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제3자 승계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M&A형 승계 특별법 제정과 거래정보망 개편을 통해 중소기업 승계 생태계를 안정화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후계자 부재로 인한 기업 폐업은 기술과 고용의 손실로 이어진다”며 “기보의 M&A 플랫폼은 이러한 위기를 성장 기회로 전환하는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제조업 기반 중소기업의 승계 위기는 더 이상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산업 경쟁력과 국가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기보의 M&A 플랫폼은 ‘폐업 대신 성장’이라는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앞으로 이 플랫폼이 얼마나 많은 기업을 살리고, 기술과 고용을 지켜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