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나비엔, 코맥스 인수...스마트홈 통합 제어권 확보

  • 등록 2025.12.17 16:4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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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억 규모 인수...보일러·가전 아우르는 토탈플랫폼 도약 선언
유동성 위기해소·지분 80% 확보 예정... 오너2세 경영은 마침표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국내 보일러 업계 강자 경동나비엔이 국내 스마트홈 선구자로 불리는 코맥스를 전격 인수하며 주거 환경 통합 제어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

 

경동나비엔은 12월17일, 코맥스 인수를 통해 실내 생활환경을 통합 관리하는 스마트홈 시스템 사업을 대폭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총 인수 금액은 약 328억원이며, 내년 2월까지 모든 대금 지급 및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 ‘56년 오너 경영’의 종언과…경동나비엔 구원투수로 등판

 

이번 인수로 1968년 청계천 중앙전자공업사에서 시작해 60년 가까이 이어진 코맥스의 오너 경영은 막을 내리게 됐다. 창업주 변봉덕 회장이 일군 코맥스는 인터폰, 도어폰, 월패드 등을 통해 국내 스마트홈 시장 점유율 30%를 상회하는 강소기업으로 성장했으나, 최근 오너 2세인 변우석 대표 체제에서 심각한 부침을 겪었다.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로 신축 아파트 납품 물량이 급감하며 코맥스는 2021년부터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에는 1172억원의 매출에도 불구하고 12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유동성 위기가 심화됐다. 설상가상으로 2023 사업보고서 의견 거절에 따른 상장폐지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하며 주식 거래가 정지되는 등 최악의 경영난을 겪어왔다.

 

경동나비엔은 변우석 대표 등 최대주주 지분을 120억 원에 인수하는 것과 동시에 2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여 지분 80% 이상을 확보할 예정이다. 여기에 50억 원 규모의 대여금을 주식으로 출자전환하는 방식까지 더해져 경영권을 공고히 할 계획이다.

 

■ 보일러·환기·주방기기와 월패드의 결합

 

경동나비엔이 코맥스를 품은 이유는 명확하다. 보일러를 파는 회사를 넘어 실내 공기질, 주방 가전, 에너지 제어 등을 아우르는 ‘생활환경 가전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다.

 

코맥스는 전 세계 100여 개국에 월패드와 도어락, CCTV 등을 공급하는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자사의 주력 제품인 보일러, 온수기와 더불어 최근 사업을 확장 중인 제습·환기청정기, ‘나비엔 매직’ 주방기기를 코맥스의 월패드 및 스마트홈 시스템과 연동할 계획이다.

 

사용자는 거실 월패드나 스마트폰 앱 하나로 보일러 온도를 조절하고, 주방 후드와 연동된 환기 시스템을 작동시키며, 현관문 도어락을 제어하는 통합 서비스를 경험하게 된다. 김용범 경동나비엔 영업마케팅 총괄은 “코맥스의 인지도와 제품 라인업을 활용해 시장 점유율을 조기에 확대하고 연구개발(R&D) 투자를 확충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 정상화 기대감 속 투자자 명암

 

경동나비엔은 인수한 코맥스의 브랜드와 판매·생산 체계, 고객 서비스를 유지하기로 했다. 코맥스가 수십 년간 쌓아온 브랜드 신뢰도를 보존하면서 자사의 기술력을 이식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기존 주주들 사이에서는 아쉬움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일가가 경영권을 넘긴 가격이 1주당 1,600원으로, 거래 정지 직전 가격(2,885원)보다 큰 폭으로 할인된 수준이기 때문이다. 거래 정지로 약 2년간 자금이 묶여있던 소액 주주들에게는 뼈아픈 대목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인수를 ‘윈-윈(Win-Win)’으로 보고 있다. 코맥스는 경동나비엔의 대규모 자금 유입을 통해 상장폐지 위기와 유동성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게 됐고, 경동나비엔은 스마트홈 시장의 핵심 허브(Hub)인 월패드 기술을 단숨에 확보했기 때문이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자진 상장폐지는 고려하고 있지 않으며, 코맥스 정상화에 주력하여 스마트홈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전했다. 보일러에서 시작된 경동나비엔의 ‘나비엔 월드’가 코맥스의 정보통신기술(ICT)과 만나 주거 문화를 어떻게 혁신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은국 기자 ket@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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