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MBK, '생활형 구독'에 1500억…'고정수익' 사냥

  • 등록 2025.12.12 08:30:48
크게보기

반복수익 아정당 '볼트온 M&A'로 커넥트웨이브 체질 개선
아정당 인수로 고객 락인 극대화, 중장기 IPO 트랙 구축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자회사 커넥트웨이브를 통해 생활형 구독 플랫폼 '아정당' 인수를 추진하며 전통적인 바이아웃 전략을 넘어선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약 1500억 원 규모로 알려진 이번 거래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를 넘어, MBK가 공들여온 디지털 커머스 포트폴리오를 '생활형 구독 경제'로 확장하고 수익 안정성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적 '볼트온(Bolt-on) M&A'로 분석된다.

 

■ 불황에도 강한 ‘반복 수익 모델’

 

MBK파트너스가 아정당 인수에 집중하는 핵심은 '반복 수익 모델(Recurring Revenue Model)'이다. 아정당(我正堂, 나를 위한 바른 서비스 플랫폼, www.ajd.co.kr)은 통신, 렌탈, 가전 가입 비교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용자가 서비스를 유지할 때마다 플랫폼이 지속적인 수수료 수익을 확보하는 구조다. 이는 일반적인 이커머스의 일회성 매출 대비 경기 변동성이 작아 금리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 PEF가 가장 선호하는 투자처로 꼽힌다. 수익 예측 가능성을 높여 향후 기업공개(IPO) 또는 재매각 시 기업가치(멀티플)를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인수 주체인 커넥트웨이브는 MBK의 디지털 커머스 전략을 실행하는 핵심 거점이다. 기존 이커머스 인프라를 보유한 커넥트웨이브에 아정당의 데이터 기반 고객 유입 및 전환 역량을 결합함으로써, MBK는 플랫폼 통합을 통한 비용 구조 개선과 함께 사업 영역을 생활 서비스와 구독형 서비스로 확장하는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MBK는 비록 아정당의 단기 실적이 외부 요인으로 하락세를 보였지만, 비상장 전환 이후의 비용 구조 개선과 구독 기반 데이터 커머스의 장기 성장성에 주목하며 '지금이 저점'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 '아시아 PE 대부' MBK의 진화와 뿌리

 

한편, MBK파트너스는 2005년 설립 이후 유통·금융·소비재·인프라 등 다양한 산업에서 대형 인수·합병을 주도하며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온 국내 대표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다. 국내외 기업의 구조조정, 성장 투자, 플랫폼 빌드업 전략에 강점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며, 굵직한 바이아웃 거래를 통해 자본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했다. 최근에는 전통 사업군을 넘어 디지털 플랫폼과 구독형 서비스 등 신성장 영역으로 투자 저변을 넓히고 있다.

 

MBK파트너스의 사명(社名) ‘MBK’는 창업자인 마이클 병주 김(Michael ByungJu Kim) 회장의 영문 이니셜에서 따온 이름이다. 김 회장은 골드만삭스, 살로몬 스미스 바니를 거쳐 글로벌 PEF 칼라일그룹 아시아 대표를 역임한 뒤, 2005년 독립해 MBK파트너스를 설립했다. 설립 초기부터 한국·중국·일본 3개국을 축으로 하는 ‘북아시아 집중 바이아웃 펀드’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MBK는 2005년 1호 펀드(약 15억 달러)를 시작으로, 2023년 6호 펀드에 70억 달러를 모으는 등 현재 약 300억 달러(2023년 기준)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며 아시아 최대급 사모펀드로 성장했다. 블룸버그와 포브스 등은 김 회장을 “아시아 프라이빗 에쿼티의 대부(Godfather of Asian private equity)”로 부르며 영향력을 조명해왔다.

 

■ 시장 재편기…MBK의 다음 행보는?

 

이번 아정당 인수는 이러한 MBK의 투자 역량이 전통 바이아웃을 넘어 디지털 플랫폼 구축에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MBK가 커넥트웨이브를 중심으로 데이터와 구독을 융합한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여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IPO 트랙을 마련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다만, 생활형 구독 플랫폼 시장의 경쟁 심화와 경기 둔화에 따른 소비자 이탈(Churn Rate) 증가는 리스크 요인이다. MBK의 정교한 플랫폼 통합 및 운영 전략이 이 리스크를 극복하고 '반복 수익' 기반의 성장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을지 글로벌 투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홈플러스 매각 난항, 'MBK 책임론'

 

한편, MBK파트너스가 2015년 약 7조2천억원에 인수한 국내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현재 '기업 회생 절차(법정관리)'를 밟으며 매각 난항을 겪고 있다. 

 

홈플러스는 과도한 인수금융(LBO) 부담과 알짜 점포 매각 후 재임대(세일 앤드 리스백)에 따른 높은 임차료 등 재무구조 악화 및 유통 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MBK가 추진하던 매각 작업은 최종 유찰되어 새 주인을 찾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홈플러스 노조와 시민단체 등은 MBK가 인수 당시부터 부동산 매각을 통한 차익 회수(Exit)에 집중하면서 유통 경쟁력 강화에 실패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 목적 인수' 및 '무리한 차입 경영'이었다는 지적이 이어지며, 국민연금(LP) 등 투자자들의 손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사태가 악화되자 MBK파트너스는 사회적 책임을 통감한다며 기존 지원금 외에 최대 2,000억 원의 추가 증여를 약속하고 사회적 책임 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창업자인 김병주 회장 등 MBK 수장들이 검찰 조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홈플러스의 정상화 및 매각 과정에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현재 홈플러스는 현금흐름 악화로 일부 점포의 영업 중단을 검토하는 등 위기 상황이 지속되고 있으며, MBK의 최종 투자금(약 2.5조 원)은 전액 소각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김은국 기자 ket@ket.kr
Copyright @경제타임스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