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글로벌 경제를 옥죄던 ‘에너지 초비상’ 사태가 반전의 국면을 맞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2주간 휴전을 전격 발표하면서, 세계 최대의 에너지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이 마침내 다시 열렸다. 이 소식에 국제 유가는 1991년 걸프전 이후 단일 거래일 기준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곤두박질쳤다.
■ ‘100달러 선’ 무너뜨린 휴전 소식… 유가 사상 초유의 폭락
4월8일(현지시간) 외신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발표 직후 국제 유가는 그야말로 ‘자유낙하’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은 전 거래일 대비 약 13.6% 하락한 배럴당 94달러 선에 안착했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4.3% 폭락하며 96달러대로 내려앉았다.
선물 시장의 충격은 더욱 컸다. 한때 WTI 5월 인도분은 16% 이상 빠지며 94.47달러까지 밀리기도 했다. 이는 불과 한 달 전, 전쟁 발발로 유가가 한 달 만에 50% 이상 급등하며 전 세계를 인플레이션 공포로 몰아넣었던 흐름을 완전히 뒤집는 역사적 사건이다.
■ 파키스탄 중재와 ‘호르무즈의 문’
이번 휴전의 핵심 조건은 호르무즈 해협의 ‘즉각적이고 안전한 개방’이다.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이 좁은 수로가 6주간의 교전으로 봉쇄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은 사실상 마비 상태였다.
파키스탄의 중재로 성사된 이번 합의에서 이란은 2주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의 안전을 보장하기로 했고, 미국은 이란 본토에 대한 공습을 중단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측으로부터 받은 10개 항의 제안을 "협상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실무적 토대"라고 평가하며 장기적인 평화 체제 구축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 증시는 ‘안도 랠리’, 금값은 ‘숨 고르기’
에너지 가격의 급락은 즉각적으로 금융 시장의 온기를 불어넣었다. 뉴욕 증시 선물과 아시아 주요 증시는 5% 안팎의 급등세를 보이며 그간의 손실을 상당 부분 만회했다. 반면, 전쟁 리스크를 타고 치솟았던 금값은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꺾이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유가 폭락이 가격 조정을 넘어 글로벌 경제의 ‘질식 상태’를 해제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가격 하락은 생산 원가 절감과 소비 심리 회복으로 이어져, 금리 인하 시점을 저울질하던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행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휴전이 ‘2주’라는 짧은 유효기간을 가진 시한부라는 점에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국제 중개업체 맥쿼리는 "긴장이 완화되더라도 유가는 배럴당 85~90달러 범위에서 강한 지지를 받을 것"이라며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지정학적 프리미엄은 당분간 완전히 사라지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휴전 발표 직후에도 일부 지역에서는 국지적 충돌 소식이 전해지는 등 불안 요소는 여전하다. 4월10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릴 예정인 미국과 이란의 첫 직접 회담 결과가 진정한 ‘에너지 평화’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