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온인주 기자 |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제2 파운드리 공급처’로 부상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만 경제전문지 공상시보(工商時報)는 12월29일 분석 기사에서, 엔비디아가 AI 추론칩 스타트업 그록(Groq)을 사실상 편입한 이번 거래가 삼성과의 파운드리 협력 가능성을 동시에 키우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공상시보는 엔비디아가 약 200억 달러를 투입해 그록의 핵심 지식재산권(IP)과 인재를 확보한 이번 거래를 두고, “비독점 기술 라이선스와 인력 영입이라는 우회적 방식으로 추론 시장의 약점을 보완하는 동시에, TSMC 중심 공급망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 그록과 삼성의 연결고리…LPU 공동 양산
공상시보에 따르면 그록은 2023년 8월 삼성전자와 계약을 체결하고 차세대 언어처리장치(LPU)를 공동 양산해 왔다. 공급망에 따르면 삼성 파운드리 4나노 공정에서 이미 양산 단계에 진입했으며, 삼성의 Foundry Design Service(FDS)가 ASIC 설계·제조를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은 협력 관계 속에서 그록의 기술이 엔비디아 체계로 편입되면서, 삼성이 TSMC 외에 엔비디아의 ‘두 번째 공급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
■ 삼성의 카드, ‘미국 2나노’
공상시보는 특히 미국 텍사스 테일러에 건설 중인 삼성 파운드리 공장에 주목했다. 삼성전자가 2026년 말 미국 내 2나노 공정 양산을 준비 중인 반면, TSMC의 미국 2나노 가동 시점은 상대적으로 뒤에 있다는 점에서, ‘미국 현지 생산’이 엔비디아에 전략적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이 최근 대만 방문에 이어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 공개적으로 교류한 점 역시, 양사 협력 가능성을 키우는 상징적 장면으로 해석하고 있다.
■ TSMC 독점 흔들리나…단기 재편보다는 중장기 변수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를 계기로 엔비디아가 기존 TSMC 중심의 공급망 구조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선택지를 확보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엔비디아의 첨단 공정 물량은 사실상 TSMC가 전담해 왔지만, 공급망 안정성과 협상력 강화를 위해 삼성전자를 보완적 2차 공급처로 검토할 여지가 커졌다는 평가다.
삼성과의 협력 관계가 향후 일부 물량 배분이나 장기적 공급 논의로 이어질 경우, TSMC의 독점적 지위에는 중장기적으로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는 즉각적인 물량 이전보다는, 공급망 다각화와 리스크 관리 차원의 전략적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 ‘삼성 레퍼런스’의 의미
이번 이슈의 핵심은 단기 수익성보다 상징성에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록을 매개로 삼성의 2나노 공정이 엔비디아 체계에 편입될 경우, 이는 삼성 파운드리가 AI 칩 생산에서 글로벌 기준을 충족했다는 신뢰성 있는 레퍼런스로 작용할 수 있다.
공상시보는 이를 두고 “엔비디아가 현금과 인재를 앞세워 잠재적 경쟁자를 흡수하는 동시에, 삼성을 통해 TSMC를 견제하는 이중 전략을 구사했다”며 “이번 200억 달러 베팅은 AI 경쟁의 무게중심이 실시간 추론 시대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