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국내 텍스리펀드(Tax Refund) 1위 기업 글로벌텍스프리(204620)의 경영권 매각이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최대주주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60%나 얹어 지분을 파는 반면, 동시에 단행되는 유상증자 신주는 현 주가보다도 할인된 가격에 발행되면서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 '구주 프리미엄 + 신주 할인' 묘한 패키지 거래
지난 12월22일 공시에 따르면, 문양근 총괄대표와 특수관계인은 보유 지분 14.80%를 지티에프홀딩스에 매각하기로 했다. 주목할 점은 매각 단가다. 주당 8,650원으로, 공시 당일 종가(5,410원) 대비 약 60%의 웃돈이 붙었다. 통상적인 경영권 프리미엄(20~30%)을 훌쩍 상회하는 수준이다.
12월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텍스프리의 시가총액은 전일 종가(5,410원) 기준 약 3802억 원 수준이다. 코스닥 상장 주식 수 7,028만여 주를 현재 가격으로 환산한 수치다. 그러나 이번 최대주주 문양근 총괄대표와 지티에프홀딩스 간의 양수도 계약에서 책정된 주당 가격은 8,650원을 전체 주식 수에 대입해 기업 가치를 역산하면 약 6,079억 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 시장 가치보다 무려 2,200억 원 이상(약 60%) 높은 가격에 경영권 거래가 성사된 것이다.
반면, 같은 날 결정된 140억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신주 발행가는 기준 주가에서 10% 할인된 4,546원으로 결정됐다. 인수 주체인 MDS테크와 아이즈비전(지티에프홀딩스의 모태) 입장에서는 고가의 구주를 사는 대신, 싼값의 신주를 대량 인수함으로써 '평균 인수 단가'를 낮추는 효과를 거둔 셈이다.
■ "이사회는 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이번 거래를 두고 증권가와 법조계에서는 '주주 충실 의무 위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최대주주가 60%의 높은 프리미엄을 챙길 수 있도록 이사회가 저가의 유상증자를 승인해줬다는 비판이다.
10% 할인된 가격에 신주가 대량 발행되면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는 강제로 희석된다. 오너는 매각 대금을 챙겨 떠나지만, 남겨진 주주들은 주가 하락의 고통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지배주주가 고가에 주식을 팔 수 있도록 회사 자산(신주)을 헐값에 제공한 꼴이어서, 이사진이 전체 주주가 아닌 대주주의 이익을 우선시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또한 문 대표가 잔여 지분에 대해서도 동일한 고가(8,650원)에 매도할 수 있는 '풋옵션'까지 확보했다는 점은 소액주주들에게 더욱 상대적 박탈감을 안기고 있다.
이처럼 시가총액과 매각가 사이의 간극이 큰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글로벌텍스프리의 독보적인 시장 지배력을 원인으로 꼽는다. 국내 사후면세점 환급 시장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는 만큼, 인수에 따른 경영권 프리미엄이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일반 주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대주주는 시장가보다 60% 비싼 가격에 지분을 넘기며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성공했지만, 회사가 발행하는 신주는 오히려 10% 할인된 가격(4,546원)에 인수 측에 제공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대주주는 고점에 팔고, 인수자는 저점 증자로 단가를 낮추는 사이 일반 주주의 지분 가치만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증권가 관계자는 "인수 주체인 MDS테크와 아이즈비전이 지불한 경영권 프리미엄이 실제 기업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라며 "시가총액과 매각가 사이의 60% 괴리율을 좁히기 위해서는 인수 후 강력한 실적 개선이나 신사업 시너지를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 글로벌텍스프리, 텍스리펀드의 독보적 시장 점유율
텍스리펀드 강자 글로벌텍스프리는 2005년 설립된 국내 최대의 사후면세점 환급 대행 사업자다. 외국인 관광객이 국내 가맹점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지불한 부가가치세를 환급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국내 시장 점유율은 약 70%에 달한다.
특히 올리브영 등 외국인 필수 방문 코스와의 독점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최근 한일령 반사 수혜 및 무비자 입국 확대 등으로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창업주인 문양근 총괄대표는 그동안 강력한 리더십으로 회사를 이끌어왔다. 그러나 이번 계약으로 경영권은 지티에프홀딩스로 넘어간다. 이번 인수를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 성격의 회사 지티에프홀딩스는 코스닥 상장사인 MDS테크와 아이즈비전이 공동 최대주주로 있는 법인이다.
MDS테크는 임베디드 솔루션 전문 기업이며, 아이즈비전은 알뜰폰(MVNO, 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
가상 이동통신 망 사업자)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이번 인수를 통해 정보기술(IT)과 결제 인프라, 텍스리펀드 서비스를 결합한 신사업 시너지를 노릴 것으로 보이지만,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주주가치 경시' 논란을 잠재우는 것이 향후 경영권 안착의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