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개발자 사관학교 만든다는 크래프톤…자사 직원들은 한숨만
  • 정우성 기자
  • 등록 2020-10-13 19:39:16

기사수정
  • 인기 게임 '배틀그라운드' 제작사
  • 정규직도 계약직되는 고용 불안에 불만 쌓여
  • 기업가치 30조원 목표로 내년 코스피 상장 추진

크래프톤 직원들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할 정도로 힘들다는 호소를 블라인드에 올렸다. / 사진=Pixabay

인기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한 회사로 잘 알려진 크래프톤은 내년 코스피에 상장을 추진한다. 상장 후 기업 가치는 3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대표 게임 개발사로 자리 매김한 회사다.


팀스파르타, 크래프톤, 카이스트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양성 프로그램인 `SW사관학교 정글`을 선보인다고 13일 밝혔다. 정예 개발자를 키워내겠다는 5개월 짜리 과정이다.

 

하지만 정작 현직 개발자들 사이에서 크래프톤의 근무 환경은 악명이 높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양성 프로그램에 크래프톤이 참여한다는 발표가 나오자 크래프톤 개발자들의 처우 문제는 다시 한 번 화제가 됐다.


개발 중단되면 계약직 전환되고 감봉


크래프톤 직원들은 고용 안정성이 없다는 것에 가장 불안을 느끼고 있다. 크래프톤에는 '리부트(Reboot)'셀이라고 하는 조직을 두고 있다. 이는 한 개발 프로젝트가 중단되면 기존 팀 인원들이 모이는 곳이다.

  

리부트셀은 인재 풀이다. 다른 팀에서 리부트셀에 있는 직원들을 데려가면 전환 배치가 가능한 구조다. 하지만 리부트셀에 들어갈 때 이미 정규직 직원을 계약직으로 변경하고 급여 삭감에 동의한다는 계약서에 서명을 해야 한다.


크래프톤 기업 로고

다른 팀 합류 못하면 해고…공채와 똑같이 경쟁해야


리부트셀에 들어가서 다른 팀에 합류하지 못하면 계약 만료로 해고되는 구조다. 리부트셀에 잔여 인원이 있어도 크래프톤은 외부 인원 대상 공개 채용을 계속한다.


리부트셀에 있는 직원이 일반 채용으로 충원하는 대상보다 유리하지도 않다. 외부 채용 공고로 모집한 인원과 똑같은 서류 전형을 비롯한 면접 등 채용 절차를 거쳐 경쟁해야 팀에 합류할 수 있다.


크래프톤 측은 "리부트 셀은 프로젝트가 중단된 구성원이 충분한 시간과 여유를 갖고 사내에서 다른 프로젝트로 이동을 진행할 수 있는 기간을 주고, 적절한 휴식과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여유를 주기 위해 마련한 제도"라고 설명한다.


'더불어 행복'은 크래프톤의 비전 중 하나다. (사진=크래프톤 웹사이트)


지금까지 리부트셀 보내진 인원만 수백명

  

이런 설명과는 달리 리부트셀에 갈 수 있다는 불안감은 개발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개발자들이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원인인 셈이다. 그렇게 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 전환된 직원이 수백명이라는 것이 내부 직원의 증언이다.

  

리부트셀에 배치된 한 직원은 블라인드 게시판에 "위기감과 나락으로 떨어진 자존감 때문에 자살 충동이 하루에 몇 번"이라면서 "내가 대체 뭘 잘못 했기에 감봉까지 당해야 하지"라고 썼다.


개발이 중단되면 계약직으로 전환되는 크래프톤 직원들은 실패를 두려워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사진=크래프톤 웹사이트)


"블라인드에 글 쓰면 법적 책임" 


이처럼 크래프톤 직원들의 호소는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통해 주로 이뤄진다. 그러자 경영진 역시 블라인드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블라인드에 회사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오면 다음 날 곧바로 전 직원에게 해당 글을 캡처한 메일이 날아 든다. "설령 진실이라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경고문도 덧붙여진다.

  

이 같은 고용 불안정으로 개발 과정을 끝까지 함께하지 못하는 개발자들이 대부분이다. 제품이 출시된 이후에도 개발자들이 버티고 있기 힘든 구조다. 그런 다음 출시 이후 배틀그라운드 같은 대작이 성공하면 인센티브는 경영진과 일부 관리자들의 차지라는 것이다.


  

배틀그라운드의 성공 덕에 크래프톤은 사상 최고 매출을 찍었다."야근 수당도 못 받는데 사옥 인테리어에는 비용 안 아껴"


빈약한 복지에 대한 불만도 크다. 직원들은 크래프톤에 복지 관련 비용 지급은 물론 야근수당도 전혀 없다고 했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으로 올해 1분기 사상 최고 실적을 경신했지만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이를 언급한 직원은 "더럽고 치사한 것이 회사 이미지를 좋게 만들어주는 곳은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계단을 10억원씩 주고 만들고 사내 어린이집 만들고 책상이며 의자 같은 집기는 화려하다"고 했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사진=4차산업혁명위원회)


크래프톤 창업자는 "주 52시간제는 일할 권리 뺏어"


그러면서 크래프톤 창업자인 장병규 이사회 의장의 과거 발언도 조명을 받았다. 장 의장은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지난 2019년 10월 공개 석상에서 "주 52시간제가 노동자 건강과 기본권을 보호하는 순기능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의도치않게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고 했다.


장 의장은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스타트업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회사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자기발전과 이익을 위해 주 52시간 이상을 일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내년에 50인 이상 근로자가 있는 회사를 대상으로 주 52시간제가 도입되면 일할 권리를 국가가 뺏는 게 된다"고 말했다. 야근 수당도 없이 정규직 자리를 걸고 개발에 매진해야 하는 크래프톤 직원들의 처지를 생각하면 가볍게 들리지 않는 대목이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포토뉴스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유니세프
하단배너_06 코리아넷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청주시, ‘2024 세대공감, 티키타카 소통 워크숍’ 운영 청주시는 5월 8일부터 9일까지 2일간 청주S컨벤션과 옥화자연휴양림에서 ‘2024년 세대공감, 티키타카 소통 워크숍’을 운영했다. 청주시, `2024 세대공감, 티키타카 소통 워크숍` 운영최근 공직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저연차 직원(임용 5년 이내)들이 많아짐에 따라 조직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선배 공무원들과 공감하
  2. 감사업무 능률 높이고 기관 간 협력 다져 충남도는 9일 예산 스플라스 리솜에서 ‘2024년 충청남도 감사관계관 역량 강화 합동 워크숍’을 개최했다. 충남도는 9일 예산 스플라스 리솜에서 `2024년 충청남도 감사관계관 역량 강화 합동 워크숍`을 개최했다.이번 워크숍은 반부패 청렴정책 추진 방향과 주요 현안을 공유하고 도·시군·공공기관 감사관계관의 감사업..
  3. 인천공항 세관 해외직구 통관 및 마약탐지견 현장 점검 김윤상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9일 인천 중구에 위치한 인천공항세관을 방문하여 해외직구물품 통관장(특송물류센터)과 마약탐지견 훈련센터 등 마약 탐지 시설 및 검사 현장을 시찰하고 마약단속 역량을 점검했다. 김윤상 기획재정부 차관이 5월 9일 오후 인천공항세관 특송물류센터를 방문,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마약이 검출된 마약이 ...
  4. 광명시 자치분권의 역사적 성과 ‘차량기지 광명이전 백지화 1주년 기념행사’ 밤일마을에서 열려 1년 전 광명시 자치분권의 역사적인 성과를 이끌어냈던 주인공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차량기지 광명이전 사업 백지화 1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9일 밤일마을에서 열렸다.차량기지 광명이전 사업 백지화 1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9일 밤일마을에서 열렸다. 밤일마을은 차량기지 광명이전 사업의 예정지였던 장소로 주민들이 모여 비...
  5. 차량 등 옥외광고물 규제 완화, 자영업자 부담은 낮추고 기회는 높인다 행정안전부는 차량 광고 표시 부위 확대 등 규제를 완화하고, 공공목적 광고물의 주기적 안전점검을 의무화하는 등 제도적 개선내용을 담은 옥외광고물법 시행령 개정안이 5월 21일(화) 시행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유표시구역이번 개정안은 옥외광고 기회 확대를 통해 소상공인・자영업자 및 관련 산업을 진흥하고 쾌적하고 안전한 생
  6. 충북, 콘텐츠기업지원센터 기공식 개최 충북도는 9일 청주시 청원구 정상동 1-2번지(밀레니엄타운 내) 충북콘텐츠기업지원센터 건립부지에서‘충북콘텐츠기업지원센터 건립공사’ 기공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콘텐츠기업지원센터 기공식 이날 기공식에는 정선용 행정부지사, 송재봉 국회의원 당선인 등 충북도 유관기관 단체장, 기업인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기
  7. 울산시 울산 조선 및 유관산업 발전 종합 계획 완료보고 울산시는 5월 9일 오후 2시 시청 본관 2층 대회의실에서 ‘울산 조선 및 유관산업 발전 종합 계획(로드맵) 완료 보고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울산시 울산 조선 및 유관산업 발전 종합 계획 완료보고이날 보고회는 안효대 경제부시장을 비롯해 에이치디(HD)한국조선해양, 에이치디(HD)현대중공업, 울산항만공사, 조선‧해운‧항만
TOP TODAY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