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과상식은 11월 19일 일요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에서 `민심소통, 청년에게 듣는다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기업인 이지원씨, 하헌기 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 박한울 수석대변인 전국대학생위, 유재호 전시의원, 대학생위 수석부위원장 김종우, 김민재 경남도당 대학생위원장 등 11명의 청년 당원들과 김종민, 조응천, 이원욱, 윤영찬 의원이 참여해 두 시간 가까이 토론을 이어갔다.
사회를 맡은 이원욱 의원은 “이 자리는 원칙과상식의 첫 행사로 청년을 통해 민주당과 대한민국의 희망과 해법을 찾는 여정의 시작” 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당원, 시민들과 소통하며 당의 ‘원칙’과 ‘상식’을 회복하는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하헌기 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이 자리에 참석한다 하니 주변에서 걱정하며 ‘용기있다’고 하더라. 그런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이고 우려스런 것이다. 같은 당의 간담회에 참석하는 것이 왜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하나 싶다. 당내 민주주의가 빨리 회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참석 소감을 밝혔다.
오원택 대전시당 대학생위원장 또한 “지금 두 분 정도가 얼굴을 드러내지 못하고 참석하고 계셔 안타깝다. 저도 조금 걱정했지만 여기 와서 말하는 것 자체가 당내 민주주의 회복이라 믿고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20살 때부터 좋아했던 민주당은 여러 의견을 수용하며 함께 하는 정당이었는데 지금은 한 방향으로만 가는 당이 되었다. 이 모임도 뉴스에서 ‘비명계’라고 보도하는데 그렇게만 보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당이 정말 혁신하고 반성해야 한다. 기득권인 586부터 혁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간담회의 첫 번째 의제로 18일에 제기된 당의 현수막 사태에 대한 평가가 이어졌다. 전성균 시의원은 “어제 많은 당원들이 문제의 현수막을 보고 대단히 경악했다. 지난 대선에서 당 유튜브에 고 노무현 대통령 성대모사 영상이 올라갔고 문제가 되자 공개 두 시간만에 내려간 일이 있었다. 그 일 만큼이나 저에겐 충격적이었다. 보통의 청년들은 정치나 경제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삶에 여유가 없어서 관심을 못 가지는 것이다. 청년을 무시한 이번 현수막 사태는 2030 청년들이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올 문을 닫은 사건이라고 생각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경남도당의 김민재 대학생위원장도 비판을 이어갔다. “당 활동가와 정당 연구자로서 이번 사태는 지금의 민주당이 이 사회 구조와 맥락을 전혀 못 읽고 잇다는 증거하고 평가한다”며, “왜 우리 청년들이 돈을 악착같이 벌고 싶어하는지, 왜 코인과 같은 문제가 생겼는지, 정치인들이 고민을 해서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데 근시안적 멘트를 현수막에 써놓고 비난을 받으니 현수막 기획한 업체의 잘못이고 소통을 못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 청년들이 등을 돌리는 것이다. 명확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민주당이 상실한 ‘공정’ 아젠다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이어졌다. 박한울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수석대변인은 “2021년 4.7 재보궐이 끝나고 초선의원 다섯 명이 조국사태와 부동산 정책 실패에 사과했는데 강성지지층이 그들을 ‘초선5적’ 이라고 부르며 엄청난 비난댓글과 문자폭탄을 보냈다. 그 때 대부분의 의원들이 그들을 지켜주지 않았고 시간 지나서 문정부를 이끌던 586 운동권들이 강성지지층에 당하기 시작하니 해결하자고 하는 것 아닌가”라며 “`원칙과상식`이 그런 지점을 반성해야 계파로 비춰지는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김종우 전국대학생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은 “이번 현수막 건도 제대로 사과했다면 이렇게까지 문제가 되진 않았을 것이다. 2030 중 홍준표 대구시장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왜 그를 좋아하느냐 물어보면 ‘홍시장은 솔직하다’ 고 하더라. 적어도 그는 청년들과의 토론회나 행사에서 이건 이거고 아닌 건 아니라고 솔직하게 이야기 하기 때문에 좋다는 이들이 있었다. ‘우리 잘못 아니다, 업체 잘못이다’, 이런 식은 안 된다. 잘못을 인정하고 진솔하게 사과하는 것에서부터 공정이 회복된다”고 비판했다.
IT 기업에서 임원으로 일하는 권리당원 이지원씨 또한 “정당은 여러 의견을 듣고 소통해야 비로소 공정해진다고 생각한다.” 고 전제했다. “여기 오는 길에 현수막 사태에 대한 당 의원들의 해명을 읽으면서 ‘이 당은 사과하면 큰일이 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업에서도 리더십을 배울 때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것부터 시작하는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정당이 어떻게 국민을 이끌고 청년의 문제를 해결하겠나. 어떤 일이 있어도 사과하지 않는 현재의 민주당은 국민들에게는 매우 수준 낮은 집단으로 보인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조응천 의원은 뒤이은 발언에서 당내 민주주의 파괴 원인을 진단했다. “이전에 ‘친문 패권’도 있었지만 지금 친명 패권은 당내의 의견과 다양성을 아예 인정하지 않아 당내 민주주의가 최악의 위기에 처했다”고 비판햇다. 조의원은 “정당은 기본적으로 합의제이고 갑론을박을 해야 오류가 수정되는데 지금 민주당에는 그 과정이 전혀 없고 패권이 너무 세다보니 무오류에 빠져있어서 사과 할 줄을 모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재호 전 성남시의원은 당내 민주주의가 상실되는 이유를 ‘시스템의 문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보통 정치에 뛰어드는 청년은 지방의원으로 시작하는데 청년은 공천만 받으면 거의 당선되니 국회의원의 선택에 정치입문이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지역 국회의원이나 시장의 입김에 지역의 큰 일들이 다 정해지는 구조라 의원이 되어도 제 목소리 내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시의원으로 일할 때 시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지적했더니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배신자로 찍혀 배제를 당했다.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그러한 성남시의 반민주적 운영이 이 나라 전체로 퍼져갈 것이라 걱정했는데 그 일이 지금 민주당에 일어나는 중”이라고 토로하며 “당대표 방탄에 힘 쏟는 지금의 지도부는 절대 바뀌지 않을 것. 차라리 새로운 틀을 만들어 청년들을 놀게 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어 이원욱 의원은 참석자들에게 “‘민주당’하면 바로 떠오르는 단어를 말해달라.” 고 제안했다. 김민재 위원장은 ‘경색’, 김종우 부위원장은 ‘상식’을, 유재호 전 시의원은 ‘독재’, 박한울 수석대변인은 ‘내로남불’, 김윤환 성남시의원은 ‘도긴개긴’을, 전성균 시의원은 ‘공포’를 제시했고 이지원 당원과 오원택 위원장은 ‘전에는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고 답했다. 신원을 밝히지 않은 참석자는 ‘조선(시대)’ 라고 답변했으며 하헌기 전 상근부대변인은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상식’을 제시한 김종우 수석부위원장은 “2018년에 입당했을 때 민주당은 멋있고 상식적인 당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지금의 민주당은 상식적인 면이 많이 사라졌다. 여기 온 사람들을 ‘비명계’ 라 부르며 두렵게 만드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색’을 제시한 김민재 위원장은 “지도부와 다른 소리를 하면 수박이라는 비난을 받는다는 룰이 지금 당에 있다, 그러나 소수의견, 반대의견은 다 당을 사랑하고 걱정하기 때문에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비된 민주당의 정책 기능을 비판했다. “얼마전까지 이재명 대표 지키기 위해 지역위 당원들을 모두 차출해서 서울 와서 집회를 했다. 그런데 우리당이 생활고로 죽어가고 전세사기로 고통받는 서민들 살리는 일에 그렇게 집중해 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윤석열정부 무능하고 검찰이 비정상인 것 다 알지만 민주당은 중산층과 서민을 위해 싸우고 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윤환 성남시의원은 “국민의힘에서 청년공천 60% 한다는데 민주당은 어떤 전략도 아직 안 보인다”며 민주당이 정책이나 전략 면에서 국민의힘에 끌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청년정치인이 여러 여건상 지역에서 기성정치인과 상대가 되지 않는다. 청년정치인에 대한 공영제를 도입해 기성의 간섭 없이 당당하게 정치에 진출하도록 지원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김종민, 조응천, 윤영찬, 이원욱 의원은 청년들의 용기와 참여에 감사하며 청년들의 지적을 통해 원칙과상식의 의원들도 많이 반성했으며 앞으로 더 깊은 성찰과 대화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영찬 의원은 앞으로 `원칙과상식`의 이름으로 민주당의 민생행보 강조, 민주당의 혁신브랜드 역할을 자임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