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장혜영 의원(기획재정위원회)의 분석에 따르면, 문민정부 이후 예산당국은 보수정부에서는 세입을 과대추계, 민주당 정부에서는 과소추계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변수와 상관없이 예산을 편성하는 정부의 성격은 세수오차의 방향성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의도의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예산당국은 보수정부에게는 재정여력을 제공하고, 민주당 정부에게는 긴축을 강요한 셈이다.
장혜영 의원은 국회예산정책처 자료를 활용하여 1993년부터 2023년까지 31년간의 세수오차율을 분석했다. 평균세수오차율은 0.4%, 과소추계(세수오차가 플러스)한 해가 14개, 과대추계(세수오차가 마이너스)인 해가 16개 연도로 전체적으로 특별한 편향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어떤 정부가 예산을 편성했는지를 변수로 두면 확연한 차이를 두고 갈린다. 보수정부에서는 세수를 과대추계하는 경향이 있었다. 평균적으로는 -3.4% 세수오차를 냈고, 15개 연도 중 11개 연도에서 세수오차가 마이너스였다. 과소추계를 하더라도 크게 과소추계를 한 해는 드물어 5%이상 초과세수가 발생한 해는 2016년 한 해(+8.1%)밖에 없었다.
반대로 민주당 정부에서는 예산당국의 세수 과소추계 편향이 두드러졌다. 평균 +4.2%의 세수오차율을 기록했고, 집권 15개 연도 중 10개 연도에서 플러스를 기록했다. 오차율이 마이너스인 해라고 해도 5% 이상의 결손을 기록한 적은 없었다.
반면 보수정부에서는 5% 이상 세수를 과대추계한 해가 7개 연도나 됐다. 민주당 정부에서는 5% 이상 세수를 과소추계한 해가 6개 연도에 이르렀고, 10%이상 과소추계한 해도 3번 있었다.
이러한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T-test결과 두 집단의 차이는 p<0.01 수준에서 유의했다. 집권 정부에 따른 오차율 평균의 차이를 우연으로는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그림으로 그려 보면 민주당 정부에서는 오차율 0을 중심으로 세입예산을 과소 추계하는 편향성이 존재하고, 보수정부에서는 오차율 0을 중심으로 세입예산을 과대 추계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러한 차이가 집권 시기의 경기변동 사이클 문제에 따른 것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실제로 경기 하강시기에는 세수를 과대추계하고(세수오차율 마이너스) 경기 상승기에는 세수를 과소추계(세수오차율 플러스)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경기하강기 15개 연도에서 세수오차율은 -4.5%, 경기상승기 15개 연도에서는 +5.3%였고, 통계적으로도 유의한 차이였다.
즉 보수정부 집권 시기가 주로 경기 하강기거나 민주당 정부의 집권 시기가 주로 경기상승기였다면 집권 정부에 따른 편향성 차이가 경기변수로 설명될 수 있다. 그러나 보수 집권기는 경기하강기 8년·상승기 7년, 민주당 집권기는 경기상승기 8년·하강기 7년으로 대동소이했다.
민주당 정부에서의 경기 상승기에는 보수정부의 경기상승기보다 세입 과소평가의 수준이 높았고, 반대로 보수정부의 경기 하강기는 민주당 경기 하강기보다 세입 과대평가의 수준이 높았다. 경기변수를 고정하더라도 집권 정부의 성향에 따른 세수오차의 경향 차이는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우연이 아니라면 설명이 필요하다. 기재부는 최근의 대규모 세수오차를 코로나 등 세계경제 급변 시기에서 예측의 어려움으로 설명하고 있으나, 집권 정부별 편향성 차이는 이렇게 설명될 수는 없다.
장 의원은 단정할 수는 없으나 지금까지의 예산당국은 민주당 정부에서의 재정지출 확대를 우려해 세입을 과소추계하고 보수정부에서의 감세에 따른 지출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세입을 과대추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제기한다.
세수추계에 예산당국의 다른 고려가 개입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오차율 평균치의 차이로 본다면 기재부 등 예산당국은 보수정부에게 본예산의 7.6%에 달하는 재정여력을 평균적으로 더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올해 본예산의 7.6%는 30조원이다.
장 의원은 “의도 여부는 알 수 없으나, 해당 기간 편향성이 존재하는 것은 수치로 증명된 사실하다”며 “추계가 틀릴 수도 있지만 예측의 영역에서 정치적 고려만큼은 철저히 배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