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구의역에서 지하철 안전문을 고치다가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군`의 5주기를 맞아 시민사회단체는 더 이상 죽지 않는 일터 만들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24일 오전 공공운수노조와 서울교통공사노조 등은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개찰구 앞에서 `구의역 참사 5주기 추모주간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운수노조 생명안전주간 투쟁을 선포했다.
김대훈 서울교통공사노조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5년 전 구의역 사고를 통해, 위험의 외주화, 비정규직 문제가 정면으로 드러났지만 아직 갈 길은 요원하다"며 "추락, 매몰, 압착, 붕괴, 충돌로 생명이 떨어지고, 끼이고. 깔려서, 영영 퇴근하지 못하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유족들의 투쟁으로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은 국회에 의해 누더기가 됐다"고 비판했다.
또한 故 김용군씨의 동료 정세일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 조직국장은 "작년 故 김용균 2주기에 정부는 `발전산업 안전강화 방안`을 발표했으나 우리 발전비정규직은 안전, 고용, 처우 무엇 하나 달라진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한결같다. 위험의 외주화 없애고, 중대재해처벌법 제대로 재정해서 노동자들이 소모품이 아닌 인간답게 그리고 안전한 현장에서 근무할 수 있게 해달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22일 평택항에서 개방형 컨테이너에 깔려 숨진 故 이선호씨의 친구 김벼리씨는 "그날 안전교육을 했다면, 컨테이너 불량을 점검했다면, 안전관리책임자나 신호수만 있었다면, 이 중에 뭐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지켜졌다면, 선호는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며 "우리는 이미 어떤 이유로 노동자가 일하다 죽는지 알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이 문제에 대해 무겁게 생각해달라"고 밝혔다.
청년진보당도 이날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더 이상 죽이지 마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임선재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PSD(플랫폼 스크린도어) 노동조합 지회장은 사고 후에 `구의역 참사시민대책위원회 진상조사단`이 제시한 지적 사항 상당수가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 지회장은 "여전히 1개 관리소가 30개 역사를 관리하고 2명의 노동자가 많게는 15개 역을 담당해야 한다"며 "김군이 사망한 주 원인 중 하나가 적은 인원으로 많은 역사를 담당하느라 무리하게 작업할 수밖에 없었던 것임을 감안할 때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단체는 오늘부터 29일까지를 추모주간 및 생명안전주간으로 정하고, 자회사·하청회사의 안전인력 확보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령, 시행규칙의 올바른 제정을 촉구할 방침이다.
한편 김군은 2016년 5월 28일 구의역에서 혼자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들어오는 열차에 치여 숨졌다. 2인 1조로 해야 하는 작업을 혼자 하고 있었고 구의역 작업을 마치고는 곧바로 을지로4가역에 또 다른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러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김군의 가방에는 급하게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컵라면이 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