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대한민국의 연간 국가 예산이 약 700조원대인 점을 감안할 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투입되는 960조원이라는 숫자는 경이적인 수준이다. 한 산업의 투자가 국가 전체 예산을 훌쩍 뛰어넘는다는 것은 향후 대한민국의 명운이 이 약 1,143만㎡(346만평) 부지에 달려 있음을 시사한다.
여의도 면적이 약 290만㎡(88만평)임을 고려하면, 삼성전자 주도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부지만 해도 여의도의 약 2.5배, SK하이닉스 주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부지는 약 1.4배 등 전체 단지를 합치면 여의도의 약 4배에 달하는 면적이 반도체 공장으로 덮이는 셈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를 '자금의 블랙홀'이라 부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한 전방위적 투자는 관련 소부장 기업들의 낙수효과를 넘어, 국내 자본 시장의 유동성을 반도체 섹터로 집중시키는 강력한 흡입력을 발휘하고 있다.
■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생태계 구축 '국가전략사업'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2030년대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생산능력 확대는 물론, 소부장 생태계 강화와 대규모 고용 창출을 통해 수도권 남부를 첨단산업 허브로 재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일대에 조성되는 국가 전략산업 단지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연구 집적단지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정부는 전력·용수·도로 등 기반시설을 선제적으로 확충해 첨단 공정 투자를 뒷받침하고,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과의 동반 입주를 통해 ‘밸류체인 완결형 클러스터’를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사업은 2026년 전후로 본격 착공에 들어가 2030년대 초반까지 단계적으로 완공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국가산단 내 팹은 2026년말 착공, 2031년 준공을 목표로 하며, SK하이닉스 역시 복수의 생산라인을 순차적으로 건설해 2027년 이후 일부 팹 준공, 2030년 전후 본격 가동을 계획하고 있다.
전체 산업단지 규모는 약 약 1,143만㎡(346만평)에 달한다. 단지 내에는 첨단 반도체 생산 팹과 연구시설, 발전·지원 설비, 소부장 기업 60여 곳 이상이 입주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최대 6개 팹을, SK하이닉스는 4기 이상의 생산시설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팹(Fab)’은 ‘패브리케이션(Fabrication)’의 약자로,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형성해 칩을 생산하는 첨단 제조공장을 뜻한다. 수십조 원대의 설비 투자가 수반되는 초대형 생산시설로, 노광·식각·증착·검사 등 수백 단계의 공정을 통해 메모리 및 시스템반도체를 양산하는 핵심 거점이다.
투자 규모도 사상 최대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약 360조원을, SK하이닉스는 500조원 이상에 달하는 중장기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역시 수천억 원대의 인프라 예산을 투입해 산업단지 조성을 지원하고 있다.
<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현황 >
| 구분 | 삼성전자 국가산단 |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 합계 (메가 클러스터) |
| 위치 | 이동·남사읍 | 원삼면 | 처인구 일대 |
| 면적 | 약 728만㎡ (220만평) | 약 415만㎡ (126만평) | 약 1,143만㎡ (346만평) |
| 투자 규모 | 약 360조원 | 약 600조원 | 약 960조 ~1,000조원 |
| 핵심 시설 | 팹 6기 (시스템 반도체) | 팹 4기 (메모리 반도체) | 총 10기의 팹 |
■ 전력과 물을 삼키는 거대한 입…인프라 수혜주에 쏠린 눈
반도체는 제조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자원을 소모하는 '자원 포식' 산업이다. 용인 클러스터에 들어설 15개의 팹(Fab)은 1GW급 원전 15기에 맞먹는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한다. 이에 따라 에너지 대동맥을 잇는 전력 설비 기업들이 1차적인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일렉트릭(267260)은 초고압 변압기 분야의 강자로, 팹 건설 시 대규모 전력기기 투입이 예상된다. LS ELECTRIC(010120)은 배전반과 초고압 직류송전(HVDC)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있으며, 일진전기(103590) 역시 초고압 케이블 수요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주로 분류된다.
수자원 확보 역시 핵심 과제다. 팔당과 여주에서 끌어올 용수는 서울과 경기 수도권 시민들의 생존권과도 직결된다. 반도체 세정 공정에 필수적인 '초순수'와 수처리 관련 종목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시노펙스(025320)는 고성능 필터와 멤브레인 기술로 소모품 시장에서의 성장이 기대되며, 한성크린텍(066110)은 초순수 국산화 과제를 수행하며 기업 가치를 높인다.
<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인프라 핵심 수혜주 비교 >
| 구분 | 종목명 (코드) | 주요 역할 및 수혜 요인 | 핵심 투자 포인트 | 2026년 예상 실적 전망 |
| 전력 설비 | HD현대일렉트릭 (267260) | 초고압 변압기 및 고압 차단기 제조 | 팹(Fab)당 수백억 규모 전력기기 공급 | 매출·영업이익 역대 최고치 경신 중 |
| 전력 설비 |
LS ELECTRIC (010120) |
초고압 직류송전(HVDC) 및 배전반 | 국내 배전 시장 압도적 점유율 보유 | 북미 인프라와 국내 반도체 쌍끌이 성장 |
| 전력 설비 |
일진전기 (103590) |
초고압 케이블 및 변압기 생산 | 전력망 연결을 위한 필수 케이블 수혜 | 수주 잔고 급증에 따른 공장 증설 효과 |
| 水처리 |
시노펙스 (025320) |
반도체 세정용 필터 및 멤브레인 | 공정 가동 시 지속 발생하는 소모품 매출 | 국산화 필터 채택 비중 확대로 수익성 개선 |
| 水처리 | 한성크린텍 (066110) | 초순수 생산 시설 설계 및 시공 | 일본 의존도 높은 초순수 국산화 주도 | 설계부터 운영까지 일괄 수주 가능성 |
| 에너지 | SK (003600) | SK에코플랜트 통한 환경 인프라 | 폐수 처리 및 재이용 시장 국내 1위 | 그룹사(SK하이닉스) 물량 기반 안정적 성장 |
■ '선행 인프라'와 '지속 소모품'…수주의 연속성을 읽어라
용인 클러스터 투자는 시기별로 수혜 업종이 명확히 갈린다. 변압기와 케이블 등 전력 설비 업종은 건설 초기 단계에서 대규모 장비 공급 계약을 통해 매출이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반면, 수자원 필터 및 초순수 관련주는 팹(Fab)이 완공된 후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야 매출이 일어난다. 특히 이들은 공정 중 지속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소모품 성격이 강해, 장기적인 운영 수익(O&M)을 창출하는 '캐시카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960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 계획이 실제 공정별 수주 공시로 연결되는지 분기별로 점검할 것을 조언한다. 용인 클러스터의 특성상 전력망 확충과 용수 관로 공사가 모든 공정의 선결 과제다. 따라서 일진전기나 HD현대일렉트릭과 같은 선행 인프라 기업들의 수주 소식을 우선적인 투자 지표로 삼을 필요가 있다.
다만, 장기 프로젝트 특유의 리스크도 상존한다. 정부의 인프라 지원 속도나 환경 영향 평가 결과에 따라 착공 시점이 예상보다 지연될 수 있어서다. 이 경우 기대감이 선반영된 종목들의 주가 변동성이 일시적으로 확대될 수 있어, 단순한 테마 접근보다는 실질적인 수주 체력을 갖춘 기업 위주로 선별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 독일을 넘어선 한국 반도체, 'AI 단일 엔진'의 명암
최근 한국의 주요 지표들이 제조업 강국 독일을 위협하는 배경에는 'AI 반도체'라는 강력한 엔진이 있다. 독일 경제의 심장인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전환 지연과 중국의 공세로 흔들리는 사이, 한국은 엔비디아발 AI 혁명의 최대 수혜자로 부상했다.
미래 시장에서는 자율주행차조차 '바퀴 달린 컴퓨터'로 정의되며, 그 핵심 두뇌인 반도체가 부가가치의 대부분을 가져가게 된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외길 성장에 따른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K-엔터테인먼트 등 문화 산업의 동반 성장이 절실하다고 제언한다.
■ 블랙홀 리스크: 기후 위기와 자원 갈등
하지만 자원을 독점하는 구조는 '블랙홀 리스크'를 동반한다. 가뭄 심화시 식수와 산업용수 사이의 우선순위 갈등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강릉의 사례처럼 용수 부족 상황에서 반도체 라인 가동이 우선시될 경우 발생할 사회적 비용을 간과할 수 없다. 여름철 전력 수요 폭증에 따른 '블랙아웃' 공포 역시 증시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
용인 클러스터는 향후 20년 이상 한국 증시를 지배할 최대 실체다. 투자자들은 화려한 투자 숫자 뒤에 숨은 인프라 수주 현황과 자원 배분 문제에 주목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