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하는 S&P 500, 무너지는 400개 종목…'AI 착시'

  • 등록 2025.11.04 15:4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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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500 종목 80% 하락에도 지수 최고치…35년 만의 이례적 현상
엔비디아·MS·알파벳 등 상위 10개 기업이 시총 36% 차지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AI가 증시를 이끌고 있지만, 그 아래선 극심한 쏠림과 불균형이 확대되고 있다. S&P 500 지수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구성 종목 중 약 80%는 하락세다. 상승장은 사실상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애플 등 소수 빅테크가 견인하는 ‘편향형 랠리’인 셈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베스포크 인베스트먼트 그룹 자료를 인용해 전한 바에 따르면, 지난 35년 동안 이렇게 많은 종목이 떨어지는 가운데 지수가 오른 사례는 단 하루도 없었다. 즉, 지금의 AI 랠리는 ‘지수 착시’가 만든 불균형 상승이다.

 

 

 

■ 상위 10개 테크주가 시가총액 36% 차지

 

현재 S&P500 상위 10개 종목 중 8개가 테크주이며, 이들만으로 미국 전체 상장사 시가총액의 36%, 최근 S&P500 상승분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노무라증권 분석에 따르면 지난주 5거래일 동안 S&P500의 2.4% 상승분은 알파벳·브로드컴·엔비디아 단 3개 종목 덕분이었다. MSCI 올 월드 지수 역시 2000개 기업으로 구성됐음에도 상위 8개 미국 테크기업이 시총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AI 열풍이 시장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사실상 ‘10개 종목만 오른 시장’이 현실이다.

 

■ “AI 버블은 아니다” vs “리스크는 커진다”

 

AI 인프라 투자는 지금의 증시 상승을 뒷받침하는 핵심 동력이다. 구글·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 등은 2026년까지 데이터센터에 4,000억달러(약 550조원)를 투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자금 조달 방식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영란은행(BOE)은 “데이터센터 건설에 필요한 자금이 이제는 대기업 내부 현금보다 부채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AI 수요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금융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AI 투자는 닷컴버블과 다르다”며 “지금의 대형 테크기업들은 아이디어가 아닌 실제 현금 창출 기업이며, 무리한 대출이 아니라 자체 자금으로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 “AI가 만든 새로운 증시 불균형”

 

현재의 증시는 AI 혁신이 만든 성장과, 그 혁신이 낳은 집중 리스크가 공존하는 구조다. AI 덕분에 시장은 고점을 뚫었지만, 그 내부는 ‘AI를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로 나뉜 냉정한 이분법이 자리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집중 구도는 단기적으로는 지수 상승을 이끌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체력을 약화시키는 구조적 불균형”이라고 진단했다.

김은국 기자 ket@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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