油價 이어 철값까지…중동發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 등록 2026.04.07 08: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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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폭등이 쏘아 올린 원가 습격...현대제철·동국제강 도미노 인상
공급 공백에 열연·철근가 급등...원가 상승분 전가하며 수익성 방어

 

경제타임스 여원동 기자 |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철강 시장이 격변기를 맞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촉발된 유가 급등과 공급망 차질은 철강사들의 원가 부담을 가중시키는 동시에, 역설적으로 제품 가격 인상의 강력한 명분이 되고 있다. 국내 시장 역시 수급 타이트 현상과 맞물려 주요 제품 가격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는 모습이다.

 

■ 중동 전쟁 여파, 원가 상승과 공급 차질의 이중주

 

하나증권 박성봉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란 전쟁이 한 달을 넘기며 장기화 국면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이번 사태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커지며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 4년 내 최고치를 경신했다. 에너지 비용 상승은 즉각적으로 철광석과 원료탄 등 주요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며 전 세계 철강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생산 측면의 타격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란 내 최대 철강사인 모바라케(MSC)와 후제스탄(KSC)이 공습 피해로 가동을 멈추면서 중동발 공급 공백이 발생했다. 연간 1000만톤을 수출하던 이란의 수출량이 최소 500만톤 이상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과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와 유사한 공급 쇼크를 야기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 국내 철강가 90만원대 안착...제조사 인상 기조 확산

 

원가 압박을 견디다 못한 국내외 철강사들은 공격적인 가격 인상에 나섰다. 4월 6일 기준 국내 열연 유통가는 전주 대비 3.4% 상승한 톤당 90만 원을 기록하며 2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철근 유통가 또한 전주보다 3.8% 오른 82.5만 원으로 2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새로 썼다.

현대제철은 4월 후판 가격을 톤당 5만 원 인상한 데 이어, 철근 가격도 단계적으로 올려 83만원 선까지 현실화한다는 방침이다. 동국제강 역시 일반형강 제품 가격을 톤당 5만원 인상하며 시장 질서 바로잡기에 나섰다. 하나증권 리서치센터는 판재류 수입 규제와 봉형강 감산으로 재고가 부족한 상황이라, 원가 상승분이 제품가에 충분히 반영되면서 수익성(스프레드) 축소 우려는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 비철금속 동반 강세...수혜와 불확실성 공존

 

산업용 금속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LME 알루미늄 가격은 중동 제련소 피격 소식에 4년 내 최고치에 근접했으며, 전기동과 아연 역시 동반 상승세를 나타냈다. 다만 종전 이후 재건 수요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강관 업체 등의 실질 수주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해 과도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성봉 연구원은 "글로벌 철강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가격 인상을 시도하고 있어 수용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국가별 주가 차별화가 진행 중인 만큼 실수요 회복 여부를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여원동 기자 andy@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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