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타임스 온인주 기자 | 중동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삼성E&A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이번 변수는 단순히 유가 상승 수혜 여부를 따질 수 있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삼성E&A는 정유사가 아닌 플랜트 EPC(설계·구매·시공) 기업이기 때문에, 중동 리스크가 실질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원유 가격보다 공사 진행, 자재 조달, 그리고 수주 일정의 차질에 더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삼성E&A는 중동 노출도가 적지 않다. 복수의 증권사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 파드힐리 가스, 카타르 라스라판 석유화학 등을 포함해 전체 매출의 약 40~50%가 중동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수주 후보군에도 사우디 San-Six 블루 암모니아, 사우디 카프지 가스, 카타르 요소 프로젝트, UAE 석유화학 프로젝트 등이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중동 정세의 불안정성이 심화될 경우, 수주 모멘텀과 현장 공정의 안정성이 먼저 불확실성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까지는 중동 현장이 전면 중단된 상황이라기보다, 물류와 자재 조달에 일부 차질이 발생한 단계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NH투자증권은 바레인 BMP 현장을 제외하면 공사가 멈춘 사업장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자재 수급 부담은 커졌지만, 육로와 대체 항구를 활용해 공정 지연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추가로 발생한 비용 역시 향후 클레임 청구를 통해 일부 보전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중동 사태가 삼성E&A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당장 실적 급감보다는 물류 부담 확대와 비용 상승 압력에 더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로서는 중동 사태가 실적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NH투자증권은 이번 분기 실적에 대한 전쟁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봤고, iM증권도 사태가 1~2개월 이상 장기화되지 않을 경우 비용 증가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는 반대로 사태가 예상보다 길어질 경우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장에서는 단기 실적보다 연간 화공 수주 규모와 기자재 조달 일정, 중동 발주처들의 투자 및 발주 결정 속도를 더 민감한 변수로 보고 있다.
한편, 삼성E&A가 대응 여력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NH투자증권은 전쟁 여파로 연간 화공 수주가 일부 줄어들 가능성은 있지만, 삼성전자 관련 물량 증가가 이를 일정 부분 보완할 수 있다고 봤다. iM증권도 첨단산업 부문에서 주요 그룹사의 투자 사이클과 높아진 공사비를 고려할 때, 올해 신규 수주가 회사 가이던스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시장에서는 중동 변수만으로 삼성E&A 전체를 평가하기보다, 화공과 첨단산업, 뉴에너지 간 사업 비중이 어떻게 재편되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오히려 주목되는 부분은 이번 중동 사태가 삼성E&A의 사업 재편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점이다. NH투자증권은 분쟁 이후 에너지 인프라 시장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투자 여력이 경쟁력을 가를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삼성E&A는 매출의 3% 이상을 설비투자(CAPEX)에 투입하며 LNG, CCUS, 수소, 수처리 등 청정 에너지 인프라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iM증권은 이 가운데 인도네시아 INPEX 아바디 LNG와 북미 LNG 사업을 비교적 빠르게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후보로 꼽았다. 아바디 LNG는 현재 기본 설계가 진행 중이고, 북미 LNG 사업은 사전 검토 단계에 있다. 삼성E&A는 아직 LNG 터미널 분야에서 뚜렷한 실적이 많지 않은 만큼, 관련 수주가 현실화할 경우 사업 영역이 넓어졌다는 평가와 함께 기업가치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SAF 프로젝트도 이미 초기 설계 업무를 맡아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는 사례로 거론된다.
중동 사태가 삼성E&A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와 중장기로 나눠 볼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물류 차질과 비용 부담, 수주 일정 지연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중장기적으로는 에너지 인프라 재편 흐름 속에서 LNG와 청정에너지, 수처리 등으로 사업 축을 넓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중동 사태 자체가 단순한 악재인지 여부보다, 삼성E&A가 이번 국면을 거치며 어떤 사업 구조로 전환해 나갈지에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