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재억 기자 |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지던 1530원선을 돌파하며 국내 금융시장에 가시적인 경고등을 켰다. 3월 3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14.4원 오른 1530.1원을 기록했다.
환율이 종가 기준 1530원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쳤던 2009년 3월 9일(1549.0원) 이후 약 17년 만에 처음이다.
이날 환율은 전일 대비 4.2원 상승한 1519.9원에 개장하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오후 들어 결제 수요와 역외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한때 1536.9원까지 고점을 높이는 등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장 마감을 앞두고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으나, 결국 1530원선 위에 안착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 고환율 뉴노멀 시대… 원인은 복합적 '퍼펙트 스톰'
증권가에서는 이번 환율 급등을 단순한 단기 변동성 확대로 보지 않는 분위기다. 대외적으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금리 장기화 기조와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달러 강세를 견인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적으로는 경상수지 흑자 폭 축소와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이탈 가능성이 맞물리며 원화 가치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외환 전문가들은 특히 1530원선 붕괴가 가지는 상징적 의미에 주목한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과거 경제 위기 상황에서나 볼 수 있었던 환율 수준에 도달했다는 사실 자체가 시장 참여자들에게 극도의 공포감을 심어줄 수 있다"며 "당국의 구두 개입이나 실거래 개입 없이는 상방 변동성을 제어하기 어려운 임계점에 다다랐다"고 진단했다.
■ 기업 이익 훼손과 외국인 수급 악화 '이중고'
현 수준의 환율은 국내 증시와 실물 경제에 심각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첫째,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기업 이익률 저하다. 에너지와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국내 제조업 구조상 환율 상승은 고스란히 생산 원가 부담으로 이어진다. 이는 상장사들의 영업이익 전망치 하향 조정으로 연결되어 주가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을 약화시킨다.
둘째, 외국인 자금의 '엑소더스' 우려다. 환율이 급격히 오르면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가 변동과 관계없이 환차손을 입게 된다. 이는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의 매도세를 유발해 수급 불균형을 초래하는 악순환을 만든다.
셋째, 통화 정책의 딜레마다. 환율 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을 고려해야 하지만,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동반된 상황에서 가계 부채 부담 때문에 한국은행의 선택지는 좁을 수밖에 없다.
당분간 외환시장은 1550원선을 다음 저항선으로 설정하고 변동성 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환율 민감도가 높은 업종에 대한 보수적 접근과 함께, 정부의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 여부를 예의주시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