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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낸드 사업에 10조 베팅…하이닉스가 그리는 미래는 정우성 기자 2020-10-22 12:39:53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 사업부를 약 10조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사진=각 사)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는 단연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NAND) 사업부 인수가 화제다. 우리 돈 10조원을 베팅한 투자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로 낸드 부문 세계 2위로 도약하게 됐다. SK하이닉스는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인텔의 3D 낸드 구조 (사진=케이프투자증권) 


인텔·하이닉스 모두가 웃었다


인수 대상은 인텔의 SSD 사업 부문, 낸드 단품 및 웨이퍼 비즈니스, 중국 대련 공장을 포함한다. SK하이닉스는 낸드 생산 시설과 기술을 손에 넣게 된 것이다. 인텔의 데이터센터용 SSD 컨트롤러 기술력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우선 코로나19로 터진 불황기에 공격적인 인수합병에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그러면서도 이번 인수는 두 회사 모두에게 이익이 될 전망이다. 인텔은 CPU 사업에 주력하는 사업 방향을 유지하기 위해서 비주력인 낸드 사업을 매각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디램(DRAM)등 비메모리 사업에 집중하고, 투자할 자금도 확보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텔은 경쟁사 엔비디아와 AMD의 계속된 도발과 부진한 주가가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메모리보다는 본연의 CPU 사업에 집중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로 낸드 부문에서 단숨에 세계 2위로 올라서게 됐다. 수익성이 좋은 기업용SSD 부문에서는 1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용SSD는 SK하이닉스가 삼성을 따라잡지 못해 아킬레스건으로 여겨졌다.


자료=메리츠투자증권 

SK하이닉스는 모바일 제품용 낸드 단품을 주로 생산했다. 인텔은 가격대가 높은 기업용 SSD 위주다. 제품 구성이 달라 인수 후 다양한 제품군을 갖출 수 있게 됐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서버용 메모리 경쟁력이 강화되고, 인텔 서버 고객도 확보할 수 있다.


인텔이 보유한 낸드 지적재산권(IP)과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기술 경쟁력 확대가 가능하다. SK하이닉스가 부족한 데이터센터 포트폴리오 및 컨트롤러 기술 확충 차원에서도 긍정적이다. 앞으로도 두 회사는 협력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 인텔이 개발한 램(RAM)과 플래시 메모리의 중간 형태인 옵테인 생산과 CPU·메모리간 협력도 확대가 기대된다.


자료=유진투자증권

10조는 너무 셌나?


인수 대금은 전액 현금으로 지급한다. 2021년 말 약 8조원을 1차 지급한다. 잔액 약2조3000억원을 2025년 3월에 2차 지급하는 것이다.


SK하이닉스가 대련 공장 규모 생산 시설을 새로 투자해 지으려면 10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인수 대금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있다. SK하이닉스 낸드 사업부가 현재 적자 상황인 것과 달리 인텔 대련 공장은 흑자를 내고 있기도 하다. 인텔의 대련 공장에 SK하이닉스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가 앞서 7월부터 나온 이유다.


게다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최적의 가격보다 생존과 성장 위한 전략적 의사 결정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성장을 멈추는 순간 중국에 따라 잡힌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불황기에서 과감한 성장을 위한 결단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있다. 인수 가격 10조원은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설비 투자에 해당 되는 부담스러운 수준의 금액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인텔 중국 대련 공장 제품의 장기 경쟁력에 대한 의문점도 있어 부담”이라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는 4조원 규모 키옥시아 지분을 갖고 있다.  (사진=키옥시아) 

SK하이닉스의 자금 사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 회사는 2분기 말 기준 순 부채가 7조4000억원에 달한다. SK하이닉스는 지분을 가진 키옥시아(옛 도시바 메모리)가  상장하면 현금 확보하고자 했다. 약 4조원 규모다. 하지만 키옥시아의 고객사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를 받으면서 상장은 무산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 지분을 일부 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니면 외부 자금을 수혈하거나 사모펀드와 공동 투자에 나설 수도 있다.


인텔 대련 공장 (사진=인텔) 업계에 미칠 영향은 


우선 낸드 시장 내에서 경쟁사 인텔이 이탈하게 됐다. 경쟁자가 사라진 만큼 시장이 안정화될 수 있다. 인수 보도 이후 인텔의 경쟁자인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 주가가 상승세를 보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낸드는 중국 YMTC가 새로 시장에 진입하면서 이 같은 시장 재편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 


낸드 업계에서 인텔이 빠지면서 경쟁사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사진=각 사)


낸드 산업 재편이 오히려 디램 산업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SK하이닉스가 디램 산업에 투자할 여력이 줄어든다. 또한 현금이 필요한 SK하이닉스가 디램 가격 인상을 주도할 수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메모리 경쟁사들이 이번 인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또한 SK하이닉스는 대련 공장에서 기판(웨이퍼)을 공급받게 될 전망이다. 이런 물량에 대응하는 후공정 투자에 국내 장비업체 테크윙의 수혜가 예상된다. 이밖에도 국내에서는 SK머티리얼즈, 솔브레인 등 낸드 관련 소재 업체가 공급량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SK하이닉스와 협력 관계인 반도체 장비·소재 기업들도 매출 전망을 기대한다.  (사진=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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