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검색
[라임사태로 보는 사모펀드①] "한평생 모은 돈...사모펀드가 뭔지 알고 투자했겠나" [인터뷰] "원금도 보장되고 이율도 높다는 상품이라고 해서..." 홍진우 기자 2020-06-30 15:05:50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목적 하에 완화의 완화를 거듭해왔던 ‘사모펀드’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은 ‘라임사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DLF·DLS와 더불어 많은 ‘불완전판매’ 이슈를 불렀던 양대 축이었기 때문이다.

자신들을 ‘피해자’라고 말하는 이들 라임펀드 가입자들은 입을 모아 "나는 투자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원칙의 투자를 감내할 만큼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누구보다 평범한, 이 시대를 사는 보통사람이라는 이들은 오랫동안 거래해 온 금융사 직원으로부터 안전한데다 예금과 비교해 비교적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 있다는 권유에 전 재산을 몽땅 털어넣었다고 말했다.

30일 오후 사모펀드 피해자 공동대책위원회와 금융정의연대 등이 서울 여의도 금감원 앞에서 분쟁조정위원회의 100% 배상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홍진우 기자) 오늘(3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으로 라임펀드 가입자 등 ‘사모펀드 피해자공동대책위원회 준비모임’과 ‘금융정의연대’ 관계자 등이 모였다. 오후 3시 라임 무역금융펀드 분쟁조정위원회 개최에 앞서 ‘금감원 분조위 계약취소 촉구 및 의견서 제출 기자회견’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현장에서 관계자는 ‘고의적으로 위험요소에 대한 설명을 누락하고 상품을 판매해 고객들에게 손해를 떠넘겼다며 계약취소, 즉 100% 배상이 이뤄져 일련의 라임사태에 대한 조속한 배상 조치로 이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실제로 현장에서 만난 ‘라임펀드 가입자’는 사모펀드에 대한 위험성을 몰랐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식음전폐’한 71세 아버지 대신 나온 아들, "우리 아버지는 투자자가 아니다" 


BNK부산은행을 통해 라임펀드에 2억2,000만원을 넣었다는 올해 71세 A 씨는 현재 평생 모아온 돈을 거의 다 날릴 위기에 처했다는 상실감에 큰 충격을 받아 식음을 전폐했다. 지난해 6월과 7월 은행 직원이 "원금도 보장되고 이율도 높다는 상품"에 가입한 게 화근이었다. 


당시 70세였던 그는 은행 직원의 체크에 ‘투자 성향’ 1등급이 됐고, 예금이 아닌 펀드에 가입했다. 결국 올해 ‘라임사태’가 터져 막대한 원금 손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최근까지 끙끙 앓다 3주 전 아들에게 털어놨다. 그 아들은 아버지를 대신해 현장으로 나왔다. 

 

3주 전에야 아버지가 라임펀드에 가입했다는 것을 알았다는 B 씨는 “아버지는 투자자가 아니다”라는 말로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아버지가 이 이야기(라임사태)를 한 지가 3주됐다”며 “혼자 계속 고민하고 하시다가 저한테 털어놓은 것”이라고 속상한 마음을 털어놨다. 


이어 “금융지식이 없는 전혀 없는 70대 노인이 사모펀드가 뭔지 알겠냐”라며 “평생 땀 흘려 모아온 전 재산을 잃을 위기에 처할 줄은 꿈에서도 몰랐던 평범한 노인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B 씨는 가입시점과 가입행태에 대해 분통을 터트렸다. BNK부산은행에서 금감원, 언론 등에서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의혹의 제기할 당시 적극적으로 판매에 나섰다는 것이다. 실제로 A 씨는 BNK부산은행 두 지점에서 연달아 상품을 가입했다. 


B 씨는 “계속 거래했었던 분이라서 은행 직원이 아버지 잔고를 다 알고 있는 정도였다”며 “전화가 와서 아버님, 좋은 상품이 있으니 오셔라 해서 아버지가 갔더니 (다른 상품) 만기가 돌아오니 이제 이쪽에(라임펀드)에 넣으면 된다고 했다더라”고 전했다.


또 “원금 손실 전혀 없고, 원금 보장되고 연 이율 3.4%니까 (은행 직원이) 그냥 드시면 된다고 해서 그냥 예금인줄 알고 통장 하나만 받아오셨다”며 “원래 그런 상품 가입하면 교부해 줘야 되는 서류들이 있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이렇게 A 씨는 은행 직원이 원금보장 되고 이율은 3.4% 확정이라고 말한 ‘라임펀드’에 1억2,000만원을 넣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건네진 도장은 임의로 체크되어 만들어진 ‘투자성향’ 1등급 서류에 찍혔다. 


B 씨는 “아버지는 그런 거 체크할 줄도 잘 모르는데, 임의적으로 자기네들이 다 체크하고 그래서 아버지가 1등급이 되셨다”며 “아버지가 이렇게 좋은 거면 다 해야지 하니까 ‘아버님 1억원은 놔두셔도 돼요’라고 말했다”며 기가 막히다고 했다. 


6월 말까지 1억2,000만원이었던 가입금액이 2억2,000만원으로 늘어난 것은 7월 초다. B 씨는 “아버지가 예전 거래 지점에 가니까 또 똑같이 설명을 해서 7월 초에 거기서 1억원을 마저 가입했다”며 “2번째 지점에서는 ‘아버님 이렇게 좋은 상품 가입시켜 드렸는데 30만원짜리 5년 넣는 상품도 리워드로 가입해달라’고 해서 마저(1억원) 가입하고 추가로 그거(연금보험)까지 가입했다”고 허탈해했다. 


심지어 대규모 환매 사태를 일으키며 연이어 ‘라임사태’가 보도된 이후에도 은행 측은 사태를 숨기기에 급급했다는 것이 B씨의 주장이다. 


B 씨는 “올해 2월 뉴스에서 계속 라임, 라임하니까 은행에 갔더니 그때도 걱정하시 마셔라 원금은 보존될 거니 걱정하지 마시라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온 것”이라며 “현재 기준 38%만 회수가 되고 나머지는 손실 상태”라고 허탈해했다. 


이어 “피해자 중에는 지난 5월달까지도 원금 전혀 손실 안될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지점장한테 얘기 들었다는 사람도 있다”고 허탈하게 웃었다. 

그는 “다른 은행이 판매를 중지한 펀드를 팔려고 했을 때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며 “도입 당시 그런 사실을 몰랐다고 해도 판매사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며, 알면서도 판매했다면 범죄 행위와 다름이 없다”고 강조했다. 선취수수료까지 챙겨놓고 이제와서 자기들도 피해자라고 하는 것은 상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수익률 좋은 예금 추천해달랬더니 ‘라임펀드’ 추천…6개월째 은행·피해자모임 찾는 중


현장에서 만난 C 씨는 본인이 직접 펀드에 가입했다고 했다. 지난해 5월 신한PWM서교센터에서 거래하던 PB를 통해 ‘라임펀드’에 가입한 그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게 조금 문제였던 거 같다. 좀 더 따져봤어야 되는데…"라며 지난날을 후회스럽다고 했다. 펀드 가입금액인 1억5,000만원은 현재 정확히 얼마를 찾을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C 씨는 “라임(자산운용)이 계속 뉴스에 나왔는데, 1월 2일날 그때부터 알고 은행에 찾아가고 모임도 찾고… 그렇게 한 6개월 됐다”며 지난해 5월 라임펀드 가입으로 시작된 고통스러운 나날들을 털어놨다. 


지난해 7월 첫 언론보도를 시작으로 10월 실질적인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가 있었지만 C씨는 그 ‘라임사태’에 자신이 가입한 펀드도 포함되어 있는지 몰랐다고 했다. 올해 초에야 자신 역시 그 ‘라임사태’의 한 명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때부터 은행을 찾고, 또 비슷한 사람들이 정보와 의견을 공유하는 모임을 찾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C 씨는 “당시 부동산 매매가 돼서 들어온 1억 5000만원이 있었는데, 어디 예금같은 거 수익률 좋은게 있느냐 물어봤더니 라임펀드를 권해줬다”며 “자세한 설명은 안했고 안정적이니까 여기다가 가입하시면 문제 없을거다라고 이야기해서 가입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이어 “그 PB와 오랜 시간, 3년 정도 거래를 하다보니까 믿고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서 가입을 했는데…”라며 “라임사태가 터졌어도 내 상품이라는 생각을 못했다”고 덧붙였다. 


은행으로, 판매사와 금융당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장으로, 또 상품 피해자 모임으로, 6개월째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여전히 무엇하나 명확한 것은 없다. 


C 씨는 “은행에서는 손실이 얼마인지 알 수 없다고 한다며 정확히는 이야기를 안해준다”며 “ 50% 정도는 싱가폴 채권인데 그건 회수 되어봐야 안다고 이야기 하고 상각된 것도 있고 해서…전산상으로는 87%가 살아있는 것으로 나오는데, 그러니까 –13%인데 은행에서는 그거를 정확하지 않다고 한다”고 속상해했다. 


이어 현재 상황에 대해 “아직 손실이 확정되지 않아 가지급금 50%에 대한 동의서를 요청받았다”며 “사기판매로 당연히 전액 배상과 위자료까지 지급받아야 할 사안임에도 이 동의서의 제출이 판매사 위주로 이뤄지는 향후 분쟁조정의 대해 암묵적 동의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라는 말을 건네고 다시 항의 구호를 이어나갔다.  

 

관련기사

사회·교육

주소를 선택 후 복사하여 사용하세요.

뒤로가기 새로고침 홈으로가기 링크복사 앞으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