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빚 1300조 시대…나라살림 104조 '역대급' 적자

  • 등록 2026.04.06 15:3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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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대비 채무비율 49% 육박…‘적극 재정’이 남긴 청구서
연금 수익률 18.8% 역대 최고…나라살림 적자는 4번째 규모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한국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가 지난해 104조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는 대내외 경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적극적 재정 운용’의 결과라고 설명하지만, 국가채무가 사상 처음으로 1,300조 원을 돌파하며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관리재정수지 104.2조원 적자…GDP 대비 4% 육박

 

4월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2025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의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수치상 관리되고 있으나, 여기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104조2,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대한민국 역사상 네 번째로 큰 규모의 적자다.

 

GDP 대비 적자 비율은 3.9%로 나타났다. 정부가 당초 예산안에서 전망했던 4.2%보다는 0.3%p 개선된 수치지만, 국가재정법상 권고 기준인 3%를 훌쩍 상회하고 있다. 구윤철 재정경제부 장관은 "세수 결손 흐름에서 벗어나 재정 운용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평가했으나, 여전히 100조원 시대를 이어가는 적자 폭은 차기 세대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 2025회계연도 항목별 주요 재정 지출 내역 >

지출 분야 주요 세부 항목 지출규모(추정) 전년 대비 특징
미래 전략 산업 AI·반도체 고도화, 양자 기술 약 35조원 첨단 전략 산업 초격차 확보를 위한 집중 투자
민생 및 복지 기초연금, 취약계층 주거 지원 약 210조원 고물가·고금리 대응 민생 안정 및 복지망 강화
경제 활력 SOC 디지털화, 중소기업 금융 지원 약 65조원 두 차례 추경을 통한 내수 회복 및 지역 경제 활성화
국방 및 외교 차세대 무기 체계, ODA 확대 약 60조원 안보 역량 강화 및 글로벌 중추 국가 역할 확대
교육 및 지방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지방교부세 약 150조원 세수 증가에 따른 지방 재원 이전 지출 증가
기타 및 예비비 재난 대응, 국채 이자 상환 등 약 71조원 국가채무 증가에 따른 이자 비용 부담 상승세
총세출 합계 - 591조원 전년 대비 61.6조 원(11.6%) 증가

* 정부는 단순히 돈을 쓰는 데 그치지 않고, AI와 반도체 등 국가 미래가 걸린 첨단 산업에 재정 역량을 집중했다. 황순관 국고실장이 언급했듯, 이는 세입 기반을 확충하기 위한 '공공 투자'의 성격이 강하다. 총세출이 전년보다 11.6%나 급증한 배경에는 두 번의 추가경정예산이 있었다. 계엄 여파와 통상 환경 변화로 위축된 내수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선택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가채무가 1,304.5조 원으로 불어나면서, 지출 내역 중 국채 이자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빚을 내서 경제를 살리는 '선순환 구조'를 강조하지만, 이자 비용 증가는 향후 재정 운용의 경직성을 높이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 나랏빚 1,300조 돌파…1년 새 129조원 급증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채무를 합친 국가채무(D1)는 1,304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 결산 당시보다 무려 129조4,000억원이 늘어난 수치다. 이에 따라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6.0%에서 49.0%로 1년 만에 3.0%p 상승하며 50% 선을 위협하고 있다.

 

재경부 황순관 국고실장은 "계엄 여파와 미국발 통상 환경 변화 등 대내외 충격에 맞서 반도체·AI 등 첨단 전략 산업 지원과 민생 안정을 위해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특히 두 차례의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경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결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 국민연금의 ‘깜짝’ 활약…국가 자산은 365조원 증가

 

어두운 재정 지표 속에서 유일한 위안거리는 국가 자산의 증가다. 재무제표상 국가 자산은 전년보다 365조6,000억 원 늘어난 3,584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국민연금 기금의 역대급 수익률(18.8%) 덕분이다.

 

국내 증시 호황에 힘입어 국민연금 자산만 244조4,000억 원이 불어났다. 황 실장은 "이번 수익금은 연금 급여 5년 치를 지급할 수 있는 규모"라며 "기금 소진 우려를 일정 부분 해소하고 재정 안정성을 향상시켰다"고 평가했다. 다만, 연금 충당 부채 등을 포함한 광의의 국가부채 역시 2,771조6,000억 원으로 늘어나 자산 증가의 기쁨을 온전히 누리기엔 한계가 있다.

 

정부는 이번 결산 결과를 바탕으로 '재정 운용의 정상화'를 자신하고 있다. 세수 기반이 확충되고 경제 성장이 견인되는 선순환 구조에 진입했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나랏빚 1,300조원 시대는 향후 금리 변동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와 국가 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정부는 이번 국가결산보고서를 감사원 검사를 거쳐 5월 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여야가 재정 준칙 도입과 추경 편성을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결산 보고서는 향후 정치권의 치열한 재정 전쟁의 도화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 2025회계연도 세입 세부 내역 > (수입원별)

항목 세부 내역 금액 (조원) 전년 대비 증감 주요 특징
 국세 수입 소득세, 법인세, 부가세 등 373.9 +37.4조  기업 실적 개선 및 소비 회복 영향 
 세외 수입 정부보유주식 배당, 과태료 등  224.0 +24.6조  한전 등 공기업 배당 및 자산 매각
 총세입 합계  전체 수입 597.9 +62.0조  재정 운용의 '정상화' 신호탄

 

< 지방정부 및 중앙정부 채무 현황 > (D1 기준)

구분 채무 규모 (조 원) 전년 대비 증감  GDP 대비 비율  비고
중앙정부  국고채, 국민주택채권 등 1,250.2 +123.5조 47.0%
지방정부  지방채, 교육비특별회계 등  54.3 +5.9조 2.0%
국가채무(D1)   합계 1,304.5 +129.4조 49.0% 

* D1(General Government Gross Debt)은 국가 재정의 가장 기본적인 부채 범위를 의미하는 지표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채무만을 포함해 국제 비교에 활용되는 표준 지표다. ‘D1’이라는 명칭은 부채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장해 구분하는 재정 통계 체계에서 가장 기초 단계(1단계)를 의미하며, 이후 D2·D3로 갈수록 공공부문 전체로 범위가 확대된다.

 

 

김은국 기자 misterk@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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