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중동의 포성이 멈추지 않는 가운데, 전 세계에서 이번 전쟁의 경제적 비용을 가장 무겁게 짊어질 국가로 한국과 일본이 지목됐다. 단순한 에너지 가격 상승을 넘어, 국가 기간산업인 석유화학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엄중한 경고다.
글로벌 경제 분석 기관인 옥스퍼드이코노믹스(OE)는 4월3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중동 분쟁의 여파가 아시아, 그중에서도 한국과 일본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 한·일, ‘에너지 외통수’ 구조가 위기 키웠다
OE가 한국과 일본을 최대 피해국으로 꼽은 이유는 명확하다. 두 나라 모두 대표적인 ‘자원 빈국’인 동시에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 구조’를 고착화해 왔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한국과 일본은 국내 대체 자원이 극히 한정된 상황에서 나프타(Naphtha)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세계 에너지 공급의 혈맥인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두 나라의 산업 현장은 즉각적인 ‘공급 쇼크’에 무방비로 노출된다는 지적이다.
■ 석유화학의 비명…‘원료’와 ‘동력’ 모두 묶인 이중고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한 부문은 석유화학이다. 일반 제조업이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을 겪는 수준이라면, 석유화학은 제품의 에너지(동력)뿐만 아니라 핵심 원료(나프타·LPG) 자체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먼저 원가 압박이 거세다. 중동 원유 가격이 오르면 기초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즉각 연동되어 급등한다. 여기에 ‘시차 폭탄’도 도사리고 있다. OE는 "아시아의 LNG 공급가 대부분이 유가에 연동되어 있어, 현재의 원유 가격 상승은 수개월 뒤 가스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물리적인 석유 흐름이 유지되더라도, 이미 높아진 원가 구조와 향후 닥칠 가스비 인상이 석유화학 업계의 수익성을 장기간 옥죄는 ‘수익성 늪’을 형성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 “단기 악재 아니다”... 산업 구조 대개편의 신호탄
OE는 이번 사태가 일시적 실적 악화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설령 분쟁이 종료되고 공급이 안정화되더라도, 아시아 석유화학 산업은 이미 ‘구조적 변화’의 변곡점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향후 전개될 세 가지 핵심 변화를 제시했다.
- 원료 다변화: 중동 나프타 의존에서 벗어나 셰일가스 기반의 에탄 등 다양한 원료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 중국의 공세: 상대적으로 저렴한 석탄 기반 생산을 확대 중인 중국과의 경쟁에서 한·일 기업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
- 탈(脫) 중동 화석연료: 지정학적 리스크 회피를 위해 화석 연료 의존도를 근본적으로 낮추려는 흐름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 "버티기보다 체질 개선 서둘러야"
국제 금융 시장은 한국 경제의 '삼중고(고물가·고금리·원화 약세)'가 이번 사태로 더욱 심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OE의 분석은 한국 석유화학 기업들에 "과거처럼 유가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방식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최후통첩을 보낸 셈이다.
글로벌 IB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은 한국 수출의 핵심축인 만큼 정부 차원의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 지원이 시급하다"며 "기업들 역시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으로의 빠른 전환만이 이번 '중동발 잔혹사'를 극복할 유일한 해법"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옥스퍼드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 OE)는 1981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비즈니스 칼리지와의 합작으로 설립된 세계적인 독립 경제 분석 전문 기관이다. 전 세계 200여 개 국가와 100여 개 산업 부문에 대한 정교한 거시경제 예측 및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신뢰도를 확보하고 있다. 특히 자체 개발한 통합 글로벌 경제 모델을 활용해 지정학적 리스크가 실물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정밀하게 진단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현재 글로벌 대기업, 금융기관, 정부 부처 등 2,000여 곳 이상의 고객사를 보유하며 국제 경제 지형을 읽는 핵심 지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