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재계 서열 5위 롯데그룹(자산 총액 약143조3,200억원)이 전례 없는 ‘고강도 긴축 경영’의 터널로 진입했다. 주요 상장 계열사들이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지자, 경영진인 미등기 임원들의 보수를 대폭 삭감하고 조직을 슬림화하며 생존을 위한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것이다.
특히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화학 부문의 후퇴가 뼈아픈 수치로 확인됐다.
■ 롯데 ‘화학 삼형제’의 비명…연봉 20% 이상 ‘싹둑’
지난 3월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롯데그룹 10개 상장사 중 무려 7곳이 지난해 미등기 임원의 평균 보수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한 인상 억제가 아닌, 두 자릿수 이상의 파격적인 삭감이 단행된 곳이 속출했다.
가장 혹독한 겨울을 보낸 곳은 롯데정밀화학이다. 이곳의 미등기 임원 1인 평균 급여는 1년 새 3억2,500만원에서 2억5,100만원으로 22.8% 급락했다. 단순히 월급만 줄인 것이 아니다. 임원 수 역시 14명에서 10명으로 28.6%나 감축하며 ‘조직 슬림화’에 박차를 가했다.
그룹 화학 사업의 본체인 롯데케미칼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미등기 임원 보수가 20.4% 줄어들며 2억5,000만 원 선으로 내려앉았다. 글로벌 공급 과잉과 수요 위축이라는 이중고 속에 임원진이 먼저 고통 분담에 나선 형국이다. 차세대 먹거리인 동박 사업을 맡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또한 보수(-17.3%)와 인원(-23.1%)을 동시에 줄이며 긴축 대열에 합류했다.
■ 지주사부터 유통까지 ‘전방위 긴축’…롯데이노베이트도 동참
긴축의 바람은 화학을 넘어 그룹 전반으로 확산 중이다.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롯데지주조차 임원 평균 보수를 4억 3,900만원에서 4억700만원으로 7.3% 삭감하며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롯데지주는 10개 계열사 중 유일하게 임원 수가 1명 늘었는데, 이는 위기 관리를 위한 전략적 인력 배치로 풀이된다.
ICT 계열사인 롯데이노베이트는 보수와 인원을 모두 줄이며 내실 경영에 들어갔고, 유통 공룡 롯데쇼핑 역시 임원 4명을 줄이며 평균 보수를 7.1% 삭감했다. 식품 부문의 롯데웰푸드 또한 소폭이지만 보수가 하락하며 그룹의 전체적인 ‘로비용(Low-cost)’ 기조를 반영했다.
이 같은 전방위적 삭감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이라는 악재 속에서 고정비를 줄여 수익성을 보전하려는 고육지책으로 분석된다.
■ 엇갈린 명암…하이마트·칠성·렌탈은 ‘연봉 파티’
모든 계열사가 울상인 것은 아니다. 체질 개선에 성공했거나 업황이 견조했던 일부 계열사들은 오히려 임원 보수가 두 자릿수 급등하며 대조를 이뤘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롯데하이마트다. 임원 규모를 유지하면서도 평균 보수는 16%나 인상했다. 수익성 중심의 점포 재편 등 강도 높은 경영 효율화 작업의 성과가 임원 보수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임원 수는 1명 줄었으나 평균 보수는 15.8% 증가하며 3억원 시대를 열었다. 제로 음료 시장 선점 등 실적 호조가 보수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롯데렌탈 또한 견조한 실적을 바탕으로 평균 보수를 12.3% 올리며 긴축 기조에서 비껴갔다.
롯데그룹의 이번 공시는 ‘선택과 집중’, 그리고 ‘뼈를 깎는 쇄신’으로 요약된다. 화학 부문의 위기를 인적 쇄신과 재무 긴축으로 돌파하겠다는 신동빈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재계 관계자는 “10곳 중 7곳의 임원 보수가 줄었다는 것은 롯데가 현재 상황을 일시적 침체가 아닌 심각한 구조적 위기로 보고 있다는 증거”라며 “조직을 슬림하게 다듬은 롯데가 올 하반기 반등의 모멘텀을 찾을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