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이준호 기자 | 정부의 강력한 다주택자 규제 기조 속에서 서울의 아파트 등 집합건물 증여가 폭증하며 시장의 ‘매물 잠김’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양도소득세 중과 회피와 보유세 부담 경감을 위해 매각 대신 자녀에게 자산을 물려주는 방식을 택하면서, 정부의 공급 유도 정책이 증여라는 우회로에 막힌 형국이다.
17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 통계에 따르면, 지난 12월 서울 지역의 집합건물(아파트·다세대·연립·오피스텔 등) 증여 신청 건수는 총 1,05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46.6% 급증한 수치이며, 월간 증여 건수가 1,000건을 넘어선 것은 2022년 12월 이후 3년 만이다.
증여 수요가 연말에 집중된 것은 올해 5월로 예정된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10·15 대책 이후 서울 전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다주택자의 양도세 부담은 한층 무거워졌다.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가 주택을 매도할 경우 기본세율에 최대 20~30%포인트가 가산되는 반면, 증여는 토지거래허가제나 실거주 의무 등 까다로운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특히 증여취득세 과세표준이 공시가격에서 시가인정액으로 전환된 이후 한동안 주춤했던 증여 심리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보유세 개편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되며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지난해 연간 서울 집합건물 증여 건수는 8,488건으로 2023년(6,011건)과 2024년(6,549건)을 크게 웃돌며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역별로는 고가 주택이 밀집한 강남권의 증여세 강화 흐름이 두드러졌다. 12월 한 달간 송파구의 증여 건수는 138건으로 전월보다 두 배 이상(102.9%) 늘어 서울 시내 자치구 중 1위를 기록했다. 이어 강남구(91건)와 서초구(89건) 등 강남 3구에서만 전체 증여의 상당 부분이 발생했다.
연간 누적치로 봐도 강남구(742건)가 가장 많았고 송파구(656건), 양천구(618건), 서초구(560건)가 뒤를 이었다. 이는 자산 가치 하락 우려가 적은 상급지의 주택일수록 매각보다는 증여를 통해 가업의 자산을 유지하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6·3 지방선거 이후 예고된 보유세 개편과 양도세 중과가 다주택자들을 막다른 길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세금 부담이 임계점에 도달하기 전 선제적으로 증여를 마무리하려는 수요가 연말에 한꺼번에 몰린 것”이라며 “증여를 마친 물량은 향후 최소 10년간 시장에 매물로 나오기 어렵다는 점에서 시장의 공급 가뭄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