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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08 (목)

'200조 대어' 솔리다임 美 상장설…4단 상장 딜레마

7조 적자 딛고 상반기 5.8조 순익 반전…美 IPO설 솔솔
모회사 할인 vs 글로벌 투자재원 확보…주주 설득이 관건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인공지능(AI) 반도체 밸류체인의 핵심 축으로 우뚝 선 SK하이닉스의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Solidigm)이 기업가치 최대 1500억 달러(약 200조원)에 달하는 뉴욕증시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자본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한때 7조원이 넘는 적자로 '실패한 M&A'라는 오명을 썼던 솔리다임이 글로벌 AI 데이터센터용 기업용 SSD(eSSD) 시장을 장악하며 단숨에 역대급 '대어'로 환골탈태하자, 시장에서는 기업가치 재평가에 대한 기대와 함께 국내 자본시장의 고질적 불안 요인인 '중복상장 및 주주가치 희석' 우려가 동시에 터져 나온 것이다.

 

주가 변동성과 시장 불안이 확산되자 SK하이닉스는 이례적으로 상세한 설명자료(솔리다임 관련 최근 보도에 대해 설명드립니다 – SK hynix Newsroom)를 전격 발표하고 진화에 나섰다. 핵심은 "솔리다임의 자본 활용 방안은 확정된 바 없으며, 향후 어떠한 방식을 택하더라도 '기존 주주의 장기적 가치'를 최우선 잣대로 삼겠다"는 선언이다.

 

■ SK하이닉스 "자금 여력 충분, 성급한 단정 경계"

 

SK하이닉스가 내놓은 공식 설명자료의 첫 번째 메시지는 '방식의 미확정'과 '다각적 자본배분'이다.

 

회사는 설명자료를 통해 "솔리다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특히 세간에 번진 '자금 부족으로 인한 불가피한 외부 상장'이라는 프레임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자체적인 재무여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으며, 자체 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포함해 복수의 카드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회사는 "자금이 있다는 사실이 곧 모든 투자를 자체 자금으로 충당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짚었다. HBM(고대역폭메모리)과 서버용 고성능 DRAM, 그리고 eSSD로 이어지는 AI 메모리 풀 라인업 전체의 투자 수요를 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업황 사이클과 대규모 설비투자(Capex) 집행 타이밍이 기업의 명운을 가르는 자본집약적 산업이다. SK하이닉스는 단일 법인의 단기적 필요가 아니라 그룹 메모리 포트폴리오 전체의 현금흐름과 자본배분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관점에서 재원 조달 방식을 종합 검토하겠다는 원칙론을 역설했다.

 

■ 시장의 뇌관 건드린 '주주가치 훼손' 우려에 정면 대응

 

설명자료에서 가장 무게가 실린 대목은 단연 '기존 주주가치 보호 원칙'이다.

 

최근 일부 외신을 통해 '솔리다임의 뉴욕 IPO 추진설'이 전해진 직후 시장 일각에서는 SK㈜→SK스퀘어→SK하이닉스→솔리다임으로 이어지는 '4단 상장' 지배구조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이어진 7조 원대의 혹독한 적자 구간을 SK하이닉스의 연결 실적으로 버텨낸 주주들 입장에서, 알짜 결실을 거두는 시점에 자회사를 떼어내 별도 상장하는 것은 과실의 분산이자 모회사 할인(Holding Company Discount)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는 설명자료를 통해 시장의 우려를 정확히 직시하고 있음을 공식화했다. 회사는 "외부 자본을 활용하는 방안은 자체 자금을 활용하는 방안과 비교해 기존 주주의 경제적 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충분히 살펴 판단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나아가 "외부 자본 활용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각 방안이 회사와 기존 주주에게 미치는 경제적 영향뿐 아니라 자본 활용의 효과, 자금조달의 재무적 영향을 종합 고려하겠다"고 약속했다.

 

향후 구체적인 방안이 가시화될 경우 이사회 차원에서 재무적·사업적 파급효과를 면밀히 따지는 것은 물론, 법적 절차를 넘어 기존 주주를 보호할 구체적 장치를 마련하고 주주들에게 투명하게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 '7조 적자' 털어내고 '200조 가치' 우뚝…QLC eSSD의 독보적 위상

 

이번 상장설이 메가톤급 파장을 일으킨 근본적 배경에는 솔리다임의 폭발적인 펀더멘털 반전이 있다. SK하이닉스는 2020년 10월 인텔의 NAND 및 SSD 사업부를 총 88억4400만 달러(약 10조원)에 인수하기로 계약하고 2021년 말 1차 인수를 매듭지었다. 그러나 곧이어 불어닥친 메모리 다운사이클로 인해 수조 원대의 적자가 누적되며 한동안 뼈아픈 실책이라는 비판에 시달렸다.

 

전세는 AI 데이터센터 시대의 개막과 함께 단숨에 뒤집혔다. 방대한 AI 모델의 데이터를 초고속·저전력으로 저장해야 하는 빅테크 기업들이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고용량 eSSD로 전면 교체하기 시작한 것이다. 솔리다임은 인텔 시절부터 독보적인 경쟁력을 축적해 온 쿼드러플레벨셀(QLC) 기술을 바탕으로 60TB를 웃도는 초고용량 eSSD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했다.

 

그 결과 2026년 상반기에만 매출 12조2507억원, 순이익 5조8396억원이라는 경이로운 실적을 쏟아냈다. 반년 만에 6조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벌어들이며 SK하이닉스 전체 수익성의 견인차로 탈바꿈한 것이다. 미국 뉴욕주 북부 신규 NAND 팹 건설 검토 등 급증하는 북미 수요를 현지에서 직접 흡수하기 위한 대형 인프라 투자가 시급해진 것도 바로 이러한 기술 격차를 더욱 벌리기 위함이다.

 

 

 

■ 밸류에이션 재평가 vs 지분 희석… 하이닉스의 냉철한 셈법

 

증권가에서는 솔리다임 이슈를 단순한 '중복상장 논란'으로만 재단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존 국내 대기업의 물적분할 후 쪼개기 상장과는 근본적으로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솔리다임은 국내 모회사의 핵심 사업을 떼어낸 것이 아니라 글로벌 M&A를 통해 미국 현지에 설립된 자회사이며, 주력 공략 시장 역시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이다.

 

만약 뉴욕증시 상장을 통해 최대 1500억 달러의 가치를 공인받는다면, SK하이닉스가 보유한 지분가치가 장부상 천문학적으로 재평가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모회사의 차입 부담 없이 천문학적인 미국 반도체 신공장 건설 비용(약 150억 달러 추산)을 현지 자본시장에서 조달할 수 있다는 전략적 이점도 무시할 수 없다.

 

반면 지난 7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SK하이닉스 ADR과 솔리다임 간의 투자 수요 잠식(카니발라이제이션), 지분율 희석에 따른 이익 귀속분 감소는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SK하이닉스가 구주매출을 통해 대규모 현금을 직접 회수해 주주환원(특별배당·자사주 소각) 재원으로 활용할지, 모회사 차원의 밸류업 패키지를 병행할지가 향후 시장 안착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해답은 SK하이닉스가 설명자료에서 밝힌 '장기적 주주가치 극대화'라는 대원칙의 충실한 이행 여부에 달려 있다. AI 메모리 패권을 수성하기 위한 초대형 팹 투자와 주주 권익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SK하이닉스 이사회가 내놓을 정교한 자본배분 방정식에 글로벌 반도체 및 증권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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