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타임스 박상섭 기자 | 인공지능(AI)과 바이오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인구 구조 변화가 맞물리면서 보험산업이 ‘특이점(Singularity)’에 도달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사고 뒤 보험금을 지급하는 데서 벗어나 위험을 사전에 예측하고 예방·관리하는 ‘통합 리스크 관리자’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도 함께 나왔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개발원은 전날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인구·바이오·AI가 바꾸는 보험의 미래’를 주제로 ‘2026 KIDI 보험미래포럼’을 개최했다.
올해 6회째를 맞은 이번 포럼에는 미국 보스턴다이나믹스와 마이크로소프트(MS), 홍콩중문의대, 영국 국제장수센터(ILC-UK) 등 글로벌 기업·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보험미래포럼은 보험산업의 당면 과제를 진단하고 미래 성장 전략을 모색하는 글로벌 정보 교환의 장이다.
첫 발표에 나선 성원명 보험개발원 경영관리부문 부장은 상품 판매와 사고 후 보상 중심으로 성장해 온 보험산업이 한계에 부딪혔다고 진단했다. 초저출산·고령화로 가입자 기반 자체가 줄고 고객 접점과 데이터 원천이 다양해졌는데도, 과거 통계와 집단 평균에만 의존하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성 부장은 통계·상품·요율·인수·보상·고객 관리 역량 등 보험산업의 전통적 ‘레거시(Legacy)’가 AI 시대에도 강력한 자산이 될 수 있다며, 이를 AI·바이오 및 이종(異種) 데이터 생태계와 융합해 미래 보험산업을 구동하는 ‘AI 운영체계’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데이비드 싱클레어 ILC-UK(International Longevity Centre-UK) 최고경영자(CEO)는 고령화를 ‘비용 위험’이 아닌 ‘새로운 경제적 기회’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ILC의 153개국 평가지수 분석 결과와 일본의 고령화 대응 경험, 유럽의 연금·요양 개혁, 중국의 실버경제 전략 등을 토대로 한국 시장에 주는 시사점을 짚었다. 아울러 2040년 한국 사회와 미래 고객 변화에 대비해 보험사가 실행해야 할 전략 과제를 제시했다. ILC-UK는 고령화·인구 변화·장수(longevity)가 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영국의 독립 싱크탱크다.
기술 혁신에 따른 위험 평가 방식의 변화도 조명됐다. 베니 지 홍콩중문의대 교수는 망막 사진 한 장으로 미세혈관 신호를 분석해 뇌혈관질환·당뇨·정신건강 리스크 등을 진단하는 ‘자동망막영상분석(ARIA)’ 기술을 소개했다.
질병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정량적으로 예측할 수 있게 된 만큼, 보험 리스크 평가도 정적인 인구통계학적 분석에서 벗어나 생체 지표 기반의 선제적 위험관리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다만 데이터 거버넌스, 차별금지 보호, 임상 인증 등 윤리적·규제적 안전장치 구축이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행사에서는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사족보행 로봇 ‘스팟(SPOT)’ 시연도 진행됐다. 제이슨 피오릴로 보스턴다이나믹스 최고법률책임자(CLO)는 ‘스팟암(Spot Arm)’을 무대에서 선보이며 피지컬 AI가 만드는 리스크 변화를 설명했다. 힘들고 위험한 작업을 로봇이 대신하면 기업의 리스크는 줄어들지만, 소프트웨어·하드웨어 등에서 새로운 위험 영역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인간과 로봇이 협업하는 환경에서 발생하는 예측 불가능성에 대한 안전대책이 중요하다며, 보험 인수심사를 포함한 가치사슬 전반의 진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도로타 짐노흐 MS 글로벌 산업 자문역은 에이전틱 AI(Agentic AI)가 재설계하는 보험사의 수익모델과 고객 경험을 주제로 발표했다. 짐노흐 자문역은 AI를 단순한 업무 효율화 도구가 아니라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자(Payer)에서 파트너(Partner)로 변화하기 위한 핵심 동인으로 제시했다.
그는 고객관계·수익모델·위험관리·상품구조를 4대 축으로 한 전환 프레임워크를 설명하며 ‘지능과 신뢰(Intelligence & Trust)’를 핵심 성공 요건으로 꼽았다. 고수익 사업모델을 가동하려면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고 데이터 확보는 고객 신뢰에 달린 만큼 더 지능적인 데이터 거버넌스가 사업모델 성립의 전제조건이라는 설명이다.
마지막 발표자인 박영진 보험개발원 신성장지원팀 팀장은 AI 전환(AX) 시대의 AI 위험이 보험사가 새롭게 평가·보장해야 할 대상이자 자체적으로 관리해야 할 리스크라고 짚었다. 박 팀장은 국내외 사례를 소개하며 AI 거버넌스·감독체계 마련 등 선제적인 AI 위험 평가·관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재훈 보험개발원장은 “미래의 보험산업은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위험을 예측하고, 예방하고, 관리하는 ‘통합 리스크 관리자’로 재정립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의 보험산업은 기술을 빠르게 수용하는 능력뿐 아니라, 기술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리스크에 대응함과 동시에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는 역량도 갖추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