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타임스 박상섭 기자 | 앞으로 은행이 연체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해 고객 예금과 상계할 때 압류가 금지된 최저생계비를 입증하는 절차가 대폭 간소화된다. 거치증명으로 비용과 시간이 들던 법원 판결문을 제출하지 않아도 은행 창구에서 신청 한 번으로 전 은행권 계좌 잔액을 확인해 입증할 수 있게 된다.
9월29일 금융감독원과 금융결제원은 오는 30일부터 취약계층 보호와 금융소비자 편의를 위해 ‘최저생계비 조회용 계좌통합조회서비스’를 순차 시행한다고 밝혔다. 참여를 확정한 15개 은행 모두 10월 안에 시행을 완료할 예정이다.
현행 민법(제497조)과 민사집행법에 따르면 최저생계비 상당 예금(개인별 잔액 250만원 이하)은 압류금지 채권으로, 은행이 임의로 대출과 상계할 수 없다. 하지만 그동안 대다수 은행은 고객이 최저생계비임을 입증하더라도 법원 판결문이나 결정문만을 증빙자료로 인정해 왔다.
이로 인해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이 소송 비용과 시간 부담 때문에 정당하게 돌려받아야 할 생계비를 포기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대법원 판례(2024.2.8. 선고 2021다206356 판결)는 채무자가 계좌 통합조회 내역과 입출금 내역 등으로 최저생계비 이하임을 알 수 있는 자료를 냈다면 압류금지 채권임이 증명된 것으로 본다. 사전에 법원의 압류금지채권 범위변경 결정을 받지 않았더라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일부 은행은 기존 ‘내계좌 한눈에’ 서비스에서 노출을 막아둔 ‘숨김계좌’가 조회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유로 입증자료 인정을 거부해 왔다. 이에 금융당국과 금결원은 숨김계좌 정보까지 모두 포함해 조회할 수 있는 전용 조회 시스템을 새롭게 개발했다.
이용 절차는 간단하다. 최저생계비 확인이 필요한 소비자가 취급 은행 영업점을 방문해 서비스 이용에 동의하면 은행은 금결원 시스템을 통해 해당 고객의 전 은행권 계좌 잔액을 즉시 전송받아 상계 업무에 반영한다.
이번 서비스에는 국민·우리·하나·신한·iM·부산·경남·광주·전북·제주·농협·기업·수협·산업·카카오뱅크 등 15개 은행이 참여한다. 9월 말부터 부산·경남·광주·전북·기업·산업·카카오뱅크 등이 선제적으로 시행하며, 국민·우리·하나·신한·iM·제주·농협·수협 등은 10월 중 순차적으로 도입한다.
다만, 상계 시 최저생계비를 자율적으로 제외해 온 은행 중 씨티·SC·토스·케이뱅크 4곳은 이번 조회 서비스 취급 기관에 참여하지 않는다.
이번 서비스 도입으로 소액 채권임에도 재판을 거쳐야 했던 취약계층이 당장 필요한 생계비를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은행에 의해 상계 처리된 예금이라도 민법상 상계 금지 대상이므로 명확한 근거 없이 반환 신청 기한을 제한받지 않고 언제든 반환을 요청할 수 있다.
아울러 지난 2월 도입된 ‘생계비 계좌’(250만원 한도 내 원천 보호)를 미처 개설하지 못했거나 예치액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쳤던 채무자의 사각지대도 함께 해소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은행권이 일관된 기준과 업무 절차로 고객을 응대할 수 있도록 지도·점검하는 한편, 향후 제2금융권까지 조회 대상을 확대하고 비대면 신청 절차를 도입하는 등 서비스 개선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