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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08 (목)

드론이 지상로봇 공수…러 방어선 통째로 건너뛴다

우크라이나 제3군단 "세계 최초 공중 투하"…참호·지뢰밭 우회 타격
대형 드론으로 후방 10㎞ 배달…원격 조종 자폭 로봇 진지 급습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지뢰와 참호가 겹겹이 깔린 현대 전장의 방어선을 뚫기 위해 공중 무인기와 지상 로봇이 하나의 유기체로 융합됐다. 대형 중폭격 드론이 폭탄을 실은 자폭형 무인지상차량(UGV, Unmanned Ground Vehicle)을 매달고 비행해 러시아군 방어선 후방 10㎞ 지점에 투하하면, 착지한 로봇이 스스로 은폐호를 향해 돌격하는 ‘공중-지상 복합 무인 전술’이 실전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육군 제3군단은 동부 도네츠크주 북부 일대에서 전개 중인 대규모 반격 ‘비발디(Vivaldi)’ 작전에서 대형 멀티콥터형 드론으로 자폭형 UGV를 러시아군 후방 10㎞ 이상 지점까지 공중 운반해 투하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제3군단 측은 “지상 전투로봇을 공중 플랫폼에 실어 적의 후방에 직접 강습 투입한 것은 세계 전사상 최초”라고 강조했다.

 

제3군단이 공개한 전장 영상을 보면 육중한 대형 멀티콥터가 바퀴가 달린 소형 지상로봇을 매달고 저공비행해 러시아군 방어선을 통과한다. 목표 지점 인근 지상에 로봇을 안전하게 안착시키자, 이 자폭형 UGV는 즉시 원격 신호를 받아 러시아군의 병력 밀집지와 엄폐 진지를 향해 기동을 개시했다.

 

■ 지뢰밭·참호 한 번에 건너뛴다…UGV 기동 한계 극복한 발상의 전환

 

이번 전술은 자폭형 지상로봇이 지닌 물리적 한계를 획기적으로 극복했다는 점에서 군사 전문가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지상 로봇(UGV)은 병사의 인명 피해 없이 적 진지를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유용한 무기로 꼽혔으나, 전선에 도달하기 전 널브러진 대전차 지뢰밭, 깊게 파인 참호, 포탄 분화구와 진흙탕 등 지형적 장애물에 걸려 돈좌(頓挫, 기동 불능)되기 일쑤였다. 이동 중 적 관측망에 포착돼 박격포나 FPV(First Person View, 1인칭 시점) 드론에 요격당하는 사례도 잦았다.

 

FPV(First Person View, 1인칭 시점) 드론은 전면에 장착된 카메라가 촬영하는 실시간 영상을 조종사가 고글이나 모니터를 통해 직접 보면서 조종하는 방식이다. 마치 조종사가 드론 콕핏에 직접 탑승해 비행하는 듯한 시야를 제공하므로, 목표물을 정밀하게 포착해 돌진하는 자폭 공격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대형 드론을 ‘공중 셔틀(수송기)’로 활용하면서 이 모든 장애물 구간을 단번에 날아서 우회할 수 있게 됐다. 러시아군이 예상치 못한 깊숙한 후방에 은밀히 착륙한 로봇은 경계가 취약한 뒤편에서 진지를 기습해 타격 효과를 극대화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이 이 같은 공중 침투를 조기에 식별하지 못하도록 정밀한 전자전(EW)과 방공 지원을 사전에 가동했다. 재밍(전파 방해)으로 러시아군 정찰 드론의 눈을 멀게 만든 뒤 지휘소와 통신망, 병참 보급로를 먼저 무력화했으며, 아군 보병이나 일반 기갑 전력이 나서기 전에 무인기와 지상로봇 콤비를 전방에 투입했다.

 

특히 제3군단은 이번 작전을 통해 러시아군의 핵심 정예 무인기 부대로 알려진 ‘루비콘’ 부대의 군수 보급망, 탄약고, 드론 이륙 기지를 정밀 타격해 심대한 타격을 입혔으며, 그 결과 루비콘 부대를 리만·보로바 전선에서 철수시키는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 ‘사계’ 따온 비발디 작전…우크라 “125㎢ 수복, 러군 3000명 사상”

 

이번 기습 전술은 지난 5월부터 도네츠크 북부 리만 전선 일대에서 진행돼 온 대규모 반격 ‘비발디 작전’의 핵심 카드로 사용됐다. 작전명은 이탈리아 작곡가 안토니오 비발디의 대표작 ‘사계(Four Seasons)’에서 차용됐다.

 

안드리 빌레츠키 제3군단장은 비발디 작전이 총 4단계로 설계됐으며, 현재 공개된 성과는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제3군단에 따르면 1단계와 2단계 작전을 거치며 샨드리홀로베와 데릴로베를 수복하고 전략 요충지인 드로비셰베를 완전히 탈환하는 등 총 125㎢의 면적을 우크라이나 통제권 아래 되돌려 놓았다. 이 가운데 50㎢는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던 영토를 완전히 되찾은 구역이다.

 

인명 피해 규모와 관련해 제3군단은 2단계 작전에서 러시아군 800여명을 포함해 1·2단계를 합쳐 총 3000명이 넘는 러시아군 사상자를 냈다고 발표했다. 다만 군 관계자는 이 3000명의 사상자가 자폭 로봇 단일 무기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보병, 포병, 드론, 전자전, 특수부대 등 복합 화력이 총동원된 비발디 작전 전체의 누적 전과라고 선을 그었다. 해당 수치에 대해 러시아 국방부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 개발서 전장 투입까지 '10일'…무인이 무인을 나르는 ‘모함화 전쟁’ 개막

 

주목할 점은 이 같은 ‘드론 로봇 배달’ 전술이 일선 부대의 일회성 즉흥 전술에 그치지 않고 제도권 국방 기술 시스템을 통해 빠르게 규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국방기술 혁신 클러스터인 ‘브레이브1(Brave1)’은 제93기계화여단 산하 '얼터 에고' 대대가 자체 개발한 UGV ‘데산트니크’와 이를 중폭격 드론에서 안전하고 정밀하게 분리·낙하할 수 있는 특수 투하 래치를 공개했다. '특수 투하 래치’는 비행 중 기체 하부에 무거운 지상로봇을 안정적으로 결속(고정)해 두었다가, 목표 상공이나 지면에 도달했을 때 전자적 신호로 즉각 잠금을 풀어 로봇을 정밀하고 안전하게 분리·낙하시키는 핵심 기계식 걸쇠 장치다.

 

놀라운 점은 작전 현장에서 아이디어가 발제된 뒤 설계와 프로토타입 제작, 비행 테스트를 거쳐 실제 러시아군 참호 공격에 투입되기까지 걸린 시간이 불과 ‘10일’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현재 데산트니크는 실제 적 진지 타격에 쓰이고 있으며, 시제품 단계를 넘어 공식 양산 체제 전환을 위해 전문 제조사 입찰이 진행 중이다.

 

전술의 진화는 바다와 육상으로도 확장되는 추세다. 우크라이나군은 앞서 지난 7월 무인수상정(USV, Unmanned Surface Vehicle)에 자폭 로봇을 싣고 흑해를 건너가 킨부른 반도에 상륙·투입하는 해상-지상 복합 작전을 선보인 바 있다.

 

드론이 단순한 정찰기나 소형 폭탄 낙하 수단을 넘어 지상과 해상의 다른 무인 타격체를 전선 깊숙이 침투시키는 일종의 ‘소형 모함(Mothership)’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우크라이나군의 실험은 향후 인공지능(AI) 자율 제어와 맞물려 미래 지상전의 패러다임을 뿌리째 뒤흔들 시험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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