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박상섭 기자 | 미술품과 한우 등 조각투자 상품을 중심으로 활용돼 온 토큰증권(STO)이 주식·채권·펀드 등 전통적 금융상품으로 확대된다. 금융당국은 2027년 2월 전자증권법 개정안 시행에 맞춰 기관투자자 대상 상품과 비상장주식 등을 시작으로 토큰증권 발행·유통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구축하기로 했다.
9월4일 금융위원회는 예탁결제원 서울사무소에서 ‘민·관 합동 토큰증권 협의체’ 3차 회의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토큰증권 정책방향’을 발표했다.
협의체는 지난 3월4일 1차 회의에서 다양성·확장성 혁신, 맞춤형 투자자 보호, 증권결제 시스템의 미래준비라는 3대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5월15일 2차 회의에서 세부 논의를 이어온 뒤, 이번 3차 회의에서 그간의 논의 결과를 종합한 정책방향을 공개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방안을 통해 자본시장 전체의 가치사슬을 하나의 디지털 자본시장으로 연결한다는 방침이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토큰증권을 조각투자에만 머물게 하지 않겠다”며 “전략적·단계적 접근을 통해 주식, 채권, 펀드 등 기존 금융상품도 토큰 방식으로 발행하고 거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1단계는 2027년 2월4일 개정 전자증권법 시행과 함께 시작된다. 우선 기관투자자 전용 사모MMF와 사모사채, 신탁방식을 활용한 비상장주식의 토큰화가 추진된다. 권리관계가 비교적 단순한 공모 조각투자증권도 1단계부터 토큰 방식의 발행·유통이 허용된다.
2단계에서는 1단계에서 축적된 운영 경험과 시장 안정성을 토대로 토큰화 대상을 공모증권 등으로 확대한다. 이후 3단계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 결제수단과 토큰증권을 연계해 거래와 결제까지 블록체인상에서 처리하는 온체인 결제체계 구축을 추진한다.
상장주식의 토큰화 가능성도 검토한다. 한국거래소를 중심으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의 관련 사례 등을 참고해 상장주식 토큰화 시범사업과 모델 검증을 병행할 예정이다.
조각투자 시장에 대해서는 모범규준을 마련해 상품 혁신과 투자자 보호를 함께 강화한다.
동일 종류 자산을 집합화하는 ‘풀링(Pooling)’을 조건부로 허용해 개별 자산 규모가 작더라도 증권화할 수 있도록 했다. 장래매출채권처럼 미래 현금흐름에 불확실성이 있는 자산도 적절한 신용보완 조치를 마련하면 조각투자 상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투자자 보호장치도 강화한다. 일반투자자의 청약한도는 ‘3000만원과 발행금액의 5% 중 작은 금액’을 표준 예시로 제시했다. 특정 투자자에게 물량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반·균등배정의 최소 비율을 설정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다.
토큰증권 유통시장에는 별도의 전용 인가체계를 신설하지 않는다. 기존 자본시장법에 따라 투자중개·매매업 인가를 받은 금융투자업자와 장외거래소는 기존 인가 범위 안에서 토큰증권을 취급할 수 있도록 했다. 채무증권 유통을 위한 장외거래소 인가단위도 새로 마련한다.
일반투자자의 장외거래소 거래한도는 거래소별 연간 순매수 금액 기준 1억원으로 설정한다. 총매수액이 아니라 매수액에서 매도액을 뺀 순매수액을 기준으로 해 투자자의 거래활동을 지나치게 제한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제도도 구체화한다. 증권 발행인이 직접 고객의 계좌를 개설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하되 시스템 안정성과 투자자 재산권 보호를 위해 자기자본 요건을 40억원으로 설정했다. 계좌관리와 내부통제, 전산 분야의 전문인력도 등록요건으로 갖추도록 했다.
금융위는 9월 말 토큰증권 관련 하위법규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2027년 2월 법 시행에 맞춰 예탁결제원과 증권업계 등 관계기관과 연계한 인프라 구축에 착수할 예정이다.
토큰증권이 기존 조각투자 상품을 넘어 주식·채권 등 전통적인 금융상품으로 확대되면서 국내 자본시장의 디지털 전환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