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여원동 기자 | 삼성전기(009150)가 1조원 규모의 인공지능(AI)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Multilayer Ceramic Capacitor) 장기공급계약(LTA)을 체결하며 하이엔드 수동부품 시장 내 입지를 대폭 강화했다. AI 서버 확장 및 데이터 전송 속도 향상에 맞춰 고용량·초소형 부품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성사된 이번 계약은 부품 수급의 주도권이 고객사 플랫폼 단위로 격상됐음을 보여준다.
삼성전기는 9월1일 공시를 통해 1조722억원 규모의 AI용 MLCC 판매 및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금액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의 9.5%에 해당하는 대형 규모다. 계약 기간은 2027년 1월1년부터 2027년 12월31일까지 1년간이다. 이번 수주는 삼성전기가 공시한 단일 MLCC 공급계약 가운데 최대 규모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수주를 단순한 물량 확대가 아닌 고객사 구조와 제품 라인업의 질적 변화로 분석한다. iM증권 고의영 연구원은 이번 계약의 최종 수요처가 반도체 플랫폼 기업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앞서 6월30일 하이퍼스케일러 대상 4540억원, 7월23일 글로벌 서버 EMS 대상 2951억원 수주가 부품 차질을 방지하기 위한 성격이었다면, 이번 수주는 플랫폼을 직접 설계하는 주체가 물량 확보에 직접 나선 사례다. 단일 기종 중심 공급에서 초소형과 고용량 위주의 고부가 라인업 전체를 아우르는 플랫폼 단위 계약으로 확장된 점도 특징이다.
계약 조건과 수익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iM증권 고의영 연구원은 물량 가시성을 확보하면서도 판가 조건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급 타이트 현상으로 공급자의 가격 협상력이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이번 계약의 영업이익률은 최소 30% 이상일 것으로 추산했다. 이를 바탕으로 2027년 컴포넌트 부문 영업이익에 약 3217억원의 추가 기여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iM증권은 삼성전기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Buy)'와 목표주가 200만원을 유지했다.
AI 서버 확장에 따른 수급 불균형과 판가 상승 흐름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IBK투자증권 김운호 연구원은 AI 투자 확대와 데이터 전송 속도 개선에 따라 고용량 MLCC 필요성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기가 확보한 3개 고객사 대상 2027년 매출액은 총 1조7500억원으로, 핵심 고객의 연간 구매 규모인 5000억원 내외를 크게 상회한다.
IBK투자증권 김운호 연구원은 고부가 제품 수요 급증이 전체 공급 부족과 판가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영업이익률 개선 속도가 과거 고점이었던 40%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IBK투자증권은 삼성전기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175만원을 제시했다.
생산 인프라 변동에 따른 영향도 구체화되고 있다. 서버용 MLCC 1개 생산 시 범용 제품 3개 수준의 캐파가 요구되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계약 물량(약 600억개 추산)으로 인해 전환되는 범용 MLCC 생산 여력은 약 1800억개에 달한다. 지금까지 공시된 3건의 누적 LTA 물량을 범용으로 환산하면 약 3000억개로, 이는 2027년 삼성전기 전체 세라믹 생산 능력 추정치인 1조3000억개 중 23.4%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하이엔드 라인업으로의 캐파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범용 MLCC 수급 타이트 및 전반적인 가격 상승 압력이 한층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