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국내 증시의 극단적인 'K자형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반도체와 일부 초대형 IT 인프라 관련주를 제외하면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대다수 전통 산업 종목들의 기업가치는 반토막을 넘어 끝없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를 단순한 유동성 쏠림 현상으로 치부하지만, 그 본질은 훨씬 더 냉혹하다. 인공지능(AI) 혁명이 촉발한 전 세계 산업 구조의 지각변동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과 도태될 기업 간의 '생존격차'가 증시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 제조업 샌드위치와 1차 산업의 붕괴…전통적 육성책의 한계
그동안 역대 정부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과 전통 스타트업, 중소 제조업 육성에 천문학적인 재정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다. 범용 제조업은 중국의 압도적인 원가 경쟁력과 기술 추격, 신흥 개발도상국의 거센 도전에 밀려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농림·어업 등 1차 산업은 이미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현장 유지가 불가능한 구조적 취약성에 직면했다.
노동집약적 제조업이나 전통적인 서비스업 모델로는 더 이상 미래 국가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경고음이 도처에서 울린다. 단순한 인력 충원이나 시설 지원 형태의 과거식 정책으로는 거대한 AI 쓰나미를 버텨낼 수 없다.
■ "인력 양성 아닌 에이전트 양성"…1인 슈퍼 전문가 기업의 부상
그렇다면 AI가 지배하는 새로운 경제 질서 속에서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해답은 '인력 양성'에서 'AI 에이전트 양성'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에 있다.
기존 기업이 수백 명의 직원을 채용하고 긴 시간과 비용을 들여 도제식으로 인력을 훈련시켰다면, 차세대 기업 모델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오랜 현장 업무 경험과 고도의 통찰력을 갖춘 숙련된 전문가 1인이 자신의 노하우를 주입한 수십, 수백, 수만 개의 '특화형 자율 AI 에이전트(Autonomous AI Agent)'를 거느리는 형태다.
- 초격차 진입장벽 : 한 분야의 전문 인력을 육성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듯, 고도화된 업무 지식과 실전 데이터를 학습한 전문 에이전트를 구축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이는 역설적으로 후발 주자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강력한 기술적 해자(Moat)가 된다.
- 압도적 생산성 : 1인 창업자이자 디렉터가 AI 에이전트 군단을 지휘하며 R&D, 데이터 분석, 마케팅, 법률 검토, 글로벌 고객 응대를 24시간 무중단으로 수행한다. 대규모 고정비와 인건비 부담 없이 글로벌 빅테크와 정면 승부를 펼칠 수 있는 구조다.
■ '코스닥' 넘어 'AI스탁'으로…새로운 자본시장 플랫폼이 필요하다
이러한 산업 체질 변화에 발맞춰 자본시장 역시 완전히 탈바꿈해야 한다. 기존의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 요건은 전통 제조업의 매출액, 유형자산, 고용 규모 등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어, 작지만 막강한 파급력을 지닌 '1인 AI 에이전트 기업'의 가치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다.
미국 등 글로벌 선진국이 테크 기업 중심으로 자본을 집중시키는 것처럼, 우리도 이른바 'AI스탁(AI-Stock) 마켓'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전용 자본시장을 개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질적인 인건비 중심의 외형이 아니라, 독자 구축한 AI 에이전트의 정밀도, 데이터 처리 파이프라인, 에이전트 간 오케스트레이션(조율) 능력, 글로벌 확장성을 평가해 상장과 밸류에이션을 부여하는 혁신적인 투자 생태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 선심성 토목 예산 멈추고, 미래 생존 담보할 'AI 에이전트 육성'에 세수 투입해야
정부의 재정 집행 방향성 또한 대대적인 궤도 수정이 시급하다. 반도체 호황 등으로 거둬들인 초과세수를 어디에 쓸 것인가에 대한 국가적 결단이 요구된다.
인구 절벽과 지방소멸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통행량 없는 연륙교 건설이나 실효성 낮은 지역 인프라 확충에 천문학적인 혈세를 쏟아붓는 구태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과거의 낡은 토목 경제에 매몰되는 것은 미래 세대에게 빚을 떠넘기는 행위다.
초과세수와 국정 재정의 최우선 순위는 '1인 AI 에이전트 창업 인프라'와 '고성능 AI 컴퓨팅 자원 지원'에 집중되어야 한다. 청년과 숙련된 퇴직 전문가들이 손쉽게 고성능 AI 모델을 파인튜닝하고 자신만의 에이전트 기업을 일궈낼 수 있도록 클라우드, 데이터 바우처, 글로벌 진출 펀드를 국가가 직접 깔아주어야 한다.
전통 제조업의 황혼기와 AI 혁명의 여명기가 교차하는 지금, 국가의 생존 전략은 명확하다. 토목 인프라가 아닌 '1인 AI 에이전트 기업'이라는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대한민국 경제의 운명을 가를 골든타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