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견고하게 닫혀 있던 사적인 방의 문이 열리고, 그 틈 사이로 생동하는 대자연의 푸른 숨결이 쏟아져 들어온다.
화폭 위에 켜켜이 쌓아 올린 도톰한 물감 층(마티에르)과 서양 고전 회화의 단일 원근법을 단숨에 해체해 버리는 360도 다시점(多視點) 구도. 펠리즈 박(Feliz Park) 작가가 내밀한 자아의 안식처를 벗어나 거대한 우주와 세계를 향해 힘찬 날갯짓을 시작했다.
케이리즈갤러리(K-LIZ GALLERY)는 소속 전속 작가 펠리즈 박의 신작 개인전 《EXPANSION: The Infinite Forest & Beyond (확장: 무한의 숲, 거대한 세계로)》를 8월28일부터 9월20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UNC갤러리에서 개최한다.
■ [존재론적 도약] '나의 방' 고요함에서 '자생하는 숲'의 역동으로
이번 전시는 2026년 서울문화재단 <장애예술인 창작활성화 지원> 사업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프로젝트다. 신체적 한계를 뛰어넘어 독창적인 미학 세계를 구축해 온 펠리즈 박 작가의 진정성과 예술적 깊이가 공공 영역에서 공식적으로 공인받았다는 점에서 미술계의 이목이 쏠린다.
전시의 핵심 화두는 단연 '확장(Expansion)'이다. 작가는 초기 대표 연작인 <나의 방> 시리즈를 통해 외부의 소음으로부터 단절된 고요하고 안전한 내면의 공간을 탐구해 왔다.
그러나 이번 신작에서는 웅크렸던 시선을 과감하게 외부로 돌렸다. 100호가 넘는 압도적 스케일의 캔버스 위에 펼쳐지는 <지베르니 나무>와 <포플러> 시리즈는, 작은 방 안에서 은은하게 타오르던 온기가 마침내 스스로 뿌리내리고 자생하는 거대한 숲으로 변모해 가는 장엄한 궤적을 증명한다.
단순한 풍경화로의 전환이 아니다. 자아가 껍질을 깨고 나와 타인과 세계를 향해 두 팔을 벌리는 '존재론적 해방과 확장'의 선언에 가깝다.
■ [조형의 혁신] 원근법 허문 '360도 다시점'과 만져질 듯한 '마티에르'
미술사적으로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은 작가의 독보적인 조형 문법이 완전한 무르익음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 단일 원근법을 해체한 360도 다시점(多視點) 화면 : 작가는 르네상스 이래 서양 회화를 지배해 온 고정된 시점의 원근법을 거부한다. 캔버스 중심부를 축으로 삼아 사방 360도의 풍경을 한 평면에 펼쳐내는 독창적인 공간 구성을 구사한다. 관람객은 한자리에 서서 숲의 위, 아래, 좌, 우를 동시에 조망하는 신선한 시각적 유희를 경험하게 된다.
- 생명력을 부여하는 촉각적 마티에르 : 물감을 겹겹이 두텁게 쌓아 올리는 기법을 통해 캔버스 표면에 도드라진 질감을 부여했다. 손에 잡힐 듯 생생한 질감은 시각 예술을 촉각적 공감각의 영역으로 끌어올린다.
김윤섭 미술사 박사(예술나눔공익재단 아이프칠드런 이사장)는 평론을 통해 "대담하고 유기적인 붓질과 작가의 내면에서 일렁이는 심상(心象)의 빛을 품은 다채로운 색조가 돋보인다"며 "관람객을 지친 현실에서 벗어나 평온하고 무한한 상상의 세계로 이끄는 강력한 흡인력을 지녔다"고 호평했다.
■ [기술과의 융합] AI 아티스트와의 조우, 코엑스 미디어월로 뻗어가다
회화의 본질을 지키면서도 첨단 테크놀로지와의 융합을 주저하지 않는 실험정신 역시 돋보인다. 그간 디지털 및 AI 기술과의 접점을 꾸준히 모색해 온 펠리즈 박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RMRL+ICANDOIT(클레오킴), 봄비, 김균 등 3인의 AI 아티스트와 손잡고 총 3편의 미디어아트 협업 신작을 공개한다.
이 미디어아트 작품들은 UNC갤러리 전시장은 물론, 전시 기간 동안 대한민국 옥외광고의 중심지인 서울 강남구 코엑스(COEX) 일대의 대형 미디어 월(Media Wall)을 통해 동시 송출된다. 갤러리라는 물리적 화이트큐브의 담장을 넘어, 도심 한복판의 대중과 호흡하며 예술의 외연을 도시 전체로 확장하겠다는 시도다.
■ [체험형 예술] 매주 목·토 '라이브 페인팅'…관람객과 호흡하는 창작의 순간
전시 현장에서는 작가의 창작 에너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인터랙티브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매주 목요일과 토요일, 전시장 내에서 작가가 직접 붓을 잡고 캔버스를 채워나가는 '라이브 페인팅 퍼포먼스'가 진행된다.
관람객은 완성된 정적 결과물만을 수동적으로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거친 호흡과 함께 색채가 살아 숨 쉬는 창작의 생생한 과정을 실시간으로 목격할 수 있다.
김현정 케이리즈갤러리 대표는 "거대한 생명의 역동 속으로 나아가는 펠리즈 박 작가의 무한한 숲길을 거닐며, 나를 둘러싼 세계로부터 온전한 위로와 멈춤의 순간을 선물 받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오는 9월20일까지 진행되며 관람료는 무료다. 케이리즈갤러리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사전 관람 예약을 신청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