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타임스 온인주 기자 | 코스피가 8월5일 장 초반 4%대 상승하며 유가증권시장에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간밤 뉴욕 증시의 전방위 강세와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가 맞물리면서 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수 상승을 강하게 견인했고, 여기에 전력기기·광통신·건설 등 AI 인프라 관련 업종 전반으로 매수세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이날 오전 9시40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91.13포인트(4.58%) 오른 6650.08을 기록하고 있다. 지수는 244.53포인트(3.85%) 오른 6603.48로 출발한 뒤 상승 폭을 확대했다. 같은 시간 코스닥은 21.73포인트(2.78%) 상승한 802.45를 나타내고 있다. 코스피200지수도 4.87% 오른 1046.73을 기록하며 대형주 중심의 강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 매수 사이드카, 9시24분 56초에 발동
한국거래소는 오전 9시24분56초 유가증권시장에 매수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코스피200 선물 가격이 전일 종가보다 5.12% 오른 상태로 1분간 유지됐기 때문이다. 매수 사이드카는 선물 가격 급등이 프로그램 매수 주문으로 한꺼번에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관련 주문의 효력을 5분 동안 정지하는 제도다.
최근 국내 증시는 극심한 변동성 장세를 겪어왔다. 지난달 말 연이은 폭락장 속에서 유가증권시장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며 충격을 받았으나, 곧바로 이어진 반등장에서 코스닥 시장이 3거래일 연속 매수 사이드카를 기록한 데 이어 이날은 유가증권시장에서도 매수 사이드카가 나왔다. 단기 투매 물량이 소화된 이후 실적 대비 낙폭이 컸던 대형주를 중심으로 시장의 투자 심리가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 급등 배경 - 뉴욕발 훈풍과 우호적 매크로 환경
이날 국내 증시의 강세는 간밤 미국 증시의 강력한 훈풍에서 비롯됐다. 간밤 미국 증시에서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각각 1.71%, 1.79%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2.59% 올랐다.
핵심 촉매는 AI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의 깜짝 실적이었다. 팔란티어는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3% 급증한 약 2조77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고, 이 소식에 주가가 29.45% 폭등하며 AI 수요를 둘러싼 시장의 의구심을 상당 부분 해소시켰다.
중장비 업체 캐터필러 역시 매출 23.5%, 이익 73% 급증이라는 호실적을 내놓았는데, 실적 성장의 상당 부분이 데이터센터 건설 확대에 따른 발전·건설장비 수요 증가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되며 AI 투자가 GPU·반도체를 넘어 전력·건설 등 2차 수요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반도체 업종에서는 마이크론이 7.62%, 인텔이 10.84% 상승했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전장보다 6.55% 오른 12,179.26에 마감했다. 다만 AMD는 예상을 소폭 웃도는 실적에도 시간외 거래에서 8%가량 하락해, 장 마감 후 발표된 실적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가 매우 높아졌음을 시사했다. 다만 최근 단기 급반등에 따른 차익실현 성격이 짙은 만큼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란과 미국의 협상 타결 기대감이 부각되며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가능성이 제기됐고, 국제유가(WTI)는 5%대 후반~6%대 급락하며 75달러 안팎까지 밀려났다. 유가 하락에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도 4.6%대로 내려앉으며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뒷받침했다.
달러인덱스는 99.96으로 보합권을, 변동성지수(VIX)는 15.86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이런 우호적 매크로 환경 속에 코스피200 야간선물은 전일 대비 4.91% 급등 마감했고, MSCI 한국지수도 6.8% 이상 오르며 국내 증시 개장 전부터 강한 상승 압력을 예고한 바 있다.
■ 반도체 투톱, 지수 상승 견인
시가총액 1·2위인 반도체 대형주가 이날 지수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오전 9시40분 현재 SK하이닉스는 전장보다 11만5천원(7.29%) 뛴 169만2천원, 삼성전자는 1만1천원(4.58%) 오른 25만1천원에 거래되고 있다. 두 종목의 코스피 내 시가총액 비중은 약 49.2%에 달해, 이들의 동반 급등이 지수 전체를 강하게 끌어올리는 구조다.
간밤 뉴욕증시에 상장된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가 월가 증권사들의 비중 확대 권고에 힘입어 8%대 상승한 여파가 국내 본주로 이어졌다. 윌리엄블레어는 수요 증가에 따른 실적 가속을 전망했고, 울프리서치는 내년 주당순이익(EPS)이 51만5000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며 목표주가를 200달러로 제시했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최근 두 종목의 코스피 내 시가총액 비중이 레버리지 ETF 출시 후 58.9%까지 올랐다가 다시 49.2%로 내려오며 과도한 쏠림 현상은 상당 부분 해소됐다"며 "반도체 매물을 소화하며 상승 추세를 재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밖에 SK스퀘어와 한미반도체 등 반도체 밸류체인 관련주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DB하이텍은 이날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2.5% 증가한 1052억원, 매출은 22.8% 늘어난 4145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하며 9%대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자동차·산업용 전력반도체 수요 증가와 AI 데이터센터·로봇용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고, 간밤 미국 반도체주 급등이 투자심리에 추가로 힘을 실었다.
■ AI 인프라 확산, 전력기기·전선·부품주 강세
북미 AI 데이터센터 증설과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맞물리며 전력 인프라 관련주도 일제히 급등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10%대 상승하며 290만원대를 회복했고, HD현대일렉트릭과 LS ELECTRIC은 7%대 오름세다. 한편 대원전선과 대한전선 등 전선주도 두 자릿수 안팎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AI 전력 수요 확대와 정부의 전력망 투자, 중동 재건 프로젝트 수혜 기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삼성전기는 MLCC 대형 수주 릴레이와 AI 서버 수요 증가 기대감에 12%대 급등했고, LG이노텍도 15%대 안팎의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 美 규제 반사이익, 광통신·희토류 테마 급등
미국 정부가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중국산 신형 광트랜시버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 중이라는 전일 로이터통신 보도는 국내 광통신 관련주를 자극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AI 붐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 보호를 위해 관련 법안 초안을 작성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오이솔루션은 장 초반 상한가로 직행했다.오이솔루션, 에이스테크, RF머트리얼즈, RFHIC, 대한광통신 등도 두 자릿수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광통신 업종에 대해 "매수 기회가 돌아왔다"며 비중 확대 의견을 제시했다. 글로벌 광 밸류체인 주가가 지난 5월 이후 고점 대비 평균 40% 하락했으나 최근 반등을 시도 중이라며, "높았던 기대를 감안해도 조정은 충분했고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관련 소재·부품주인 RF시스템즈, 코스텍시스, 삼화전자 등도 동반 강세다.
■ 건설·로봇·신재생 등 2차 수혜주도 강세
AI 투자가 반도체와 전력을 넘어 건설·로봇 등 실물 인프라로 확산되는 흐름도 국내 증시에서 확인되고 있다. GS건설은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 수혜 기대와 국내외 데이터센터 수주 기대감, BNK투자증권의 매수 리포트(목표가 5만원)에 힘입어 11%대 급등했다. AI 네이티브 팩토리 구축 소식을 낸 마키나락스는 20%대 후반까지 치솟으며 로봇·제조 AI 테마를 이끌고 있고, 뉴로메카·와이지-원 등도 동반 강세다. 태양광 대장주 한화솔루션은 2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를 두 배 이상 초과한 호실적과 유상증자 청약률 126.88% 기록, 미국의 중국산 태양광 제품 견제 강화 기대 등이 겹치며 14%대 강세를 보이고 있다.
■ 증권가 시각- 변동성 지속 가능성에는 유의
장 시작 전 발표된 리포트에서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유가 급락과 금리 하락 등 우호적인 매크로 환경 속에 국내 증시도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는데, 실제 개장 직후 지수는 이 같은 전망을 뛰어넘는 급등세를 연출하며 매수 사이드카까지 발동됐다. 그는 "지금은 특정 업종·시장만 독주하는 것이 아니라 수익률이 분산되며 지수 회복이 이뤄지는 시기"라며 "갈아타는 장세가 아닌 추가해야 하는 장세인 만큼 낙폭 과대 코스닥 종목과 코스피 대형주 비중을 함께 늘리는 '바벨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한 바 있다. 그는 코스피와 코스닥의 투자 비중을 기존 9대1에서 8대2 혹은 7대3 수준으로 재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는데, 이날 코스닥이 코스피 못지않은 상승률을 나타내고 있는 점은 이런 시각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단기 급반등 이후 매물 소화 과정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다만 지난주를 기점으로 조정 국면의 바닥은 확인됐다는 시각이 우세하며, 금리 급등이나 엔화 상황 악화 등 별도의 악재가 부각되지 않는 한 반도체를 포함한 대형주와 낙폭 과대 중소형주가 함께 상승하는 종목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