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타임스 박상섭 기자 | 오는 9월10일부터 자동차 사고로 염좌나 타박상 등 경상을 입은 환자가 8주를 초과해 장기 치료를 받으려면 전문 의료인의 ‘치료 필요성’ 검토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과도한 합의금이나 불필요한 장기 치료를 노린 소위 ‘나이롱환자’를 가려내 낭비되는 자동차 보험금을 줄이고 다수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한 조치다.
8월4일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오는 9월10일 이후 발생한 교통사고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 경상환자 치료비 연 7% 급증…‘과잉진료’ 잡는다
정부가 이번 시행령 개정에 나선 것은 경상환자 수는 매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이들에게 지급되는 치료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기현상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국토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4년) 경상환자 수는 연평균 0.9% 줄어들었으나(155만4000명 → 148만8000명), 경상환자 치료비는 연평균 7.0% 증가해 1조원에서 1조4100억원 규모로 대폭 불어났다. 기준 없는 ‘향후치료비’ 수령을 노린 과잉진료와 조기 합의 관행이 보험금 누수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받아 왔다.
■ 8주 초과 치료 시 자배원 전문의 심사…이의제기 절차도
일명 ‘8주룰’로 불리는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상해 구분 12~14급에 해당하는 경상환자(주로 척추·관절 염좌, 흉부·사지 타박상 등)가 사고 발생 후 8주를 초과해 치료를 이어가고자 할 경우 절차가 강화된다.
환자가 진단서와 진료기록 사본, 영상 CD 등의 서류를 제출하면 보험회사 및 공제조합은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자배원)에 치료 필요성 검토를 요청하게 된다. 자배원은 종합병원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의과·한의과 전문의 200여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을 통해 공정하게 검토한 뒤 그 결과를 환자와 보험사에 통보한다.
만약 환자가 자배원의 검토 결과에 불복할 경우 정부위원회인 ‘공제분쟁조정분과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해 다시 한번 전문의 심의를 받을 수 있도록 이중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 임산부·영유아 검토 대상서 제외 및 비용 보험사 부담
정부는 제도 개편에 따른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실수요자의 치료권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내놓았다.
우선 심사에 필요한 서류 발급 비용과 검토 절차로 인해 지연되는 치료비는 전액 보험사와 공제조합이 부담한다. 그동안 공제조합은 치료 연장을 위한 진단서 발급 비용을 부담하지 않았으나 오는 9월10일부터는 동일하게 부담하게 된다.
또한 약자인 임산부와 만 7세 이하 영유아는 이번 8주 초과 검토 대상에서 전면 제외돼 절차 없이 계속 치료를 받을 수 있다.
■ “합의 중심에서 치료 중심으로”… 잉진료 억제 기대
금융당국은 금융감독원의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중상환자에게만 향후치료비 지급)과 이번 시행령 개정이 시너지를 내면서, 불필요한 보험금 지출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보험사 배만 불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국토부는 제도개선 효과가 실제 국민의 자동차 보험료 인하 및 부담 완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치료 중단 이후 건강보험으로 전가되는 편법을 막기 위해 건보공단과 보험사 간 전산시스템 연계도 추진된다.
박준형 국토교통부 모빌리티자동차국장은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국민의 자동차보험료 부담을 완화하고 적정 배상 문화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며 "나이롱환자를 효과적으로 걸러내는 한편, 제도 개선으로 인한 국민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