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타임스 박상섭 기자 |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과 산업 전반의 전기화(Electrification) 영향으로 글로벌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노후화된 발전 설비와 장기화되는 부품 교체 주기, 미흡한 리스크 관리가 전력 수급 안정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월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글로벌 재물보험사 FM이 발표한 ‘발전 산업의 이해 : 손실 동향 및 예측 분석(Understanding Power Generation: Loss Trends and Predictive Analytics)’ 보고서에 따르면 발전 인프라의 복잡성 증가와 리스크 관리 부실이 단순 개별 기업의 손실을 넘어 거시경제 및 국가 안보 차원의 위협으로 부상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보고서 분석에 따르면 발전 부문에서 발생한 손실 사고의 70% 이상, 연간 총 재무적 영향의 80% 이상이 기계 및 전기 설비 고장으로 인해 발생했다. 단일 설비 기준으로는 가스 터빈이 가장 큰 재산 손해를 유발한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FM 고객사에서 발생한 발전 관련 손실 사고는 총 427건에 달하며 누적 손실액은 약 37억 달러(약 5조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증기 터빈과 가스 터빈은 가장 심각하고 막대한 비용 부담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속 지목됐다.
문제는 설비 고장 시 복구까지 소요되는 기간이다. 지속되는 글로벌 공급망 제약으로 가스 터빈과 변압기 등 핵심 설비의 교체 리드타임(Lead Time)이 수년까지 장기화되면서 설비 수리비를 뛰어넘는 영업 중단(휴업) 손실을 폭발적으로 확대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력 수요 급증의 주역인 AI 데이터센터의 고밀도 전력 부하 역시 발전 인프라에 큰 부담을 가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구동에 따른 가돌연 부하는 변압기, 개폐 장치, 냉각 시스템 등 주변 인프라의 과부하와 가열을 유발하며 사고 위험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주요 손실 원인으로는 전기·기계 설비 및 화기 작업 중 발생한 화재, 단일 핵심 설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 등이 꼽혔다. 특히, 주목할 점은 FM 고객사 전체 손실의 약 27%가 사전에 손실 가능성이 높다고 위험 판정을 받은 상위 2%의 고위험 사업장에서 집중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데이터 기반의 핀포인트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방증하고 있다.
스튜어트 켈러(Stuart Keller) FM 수석 엔지니어는 “발전은 국가 안보와 글로벌 안보를 지탱하는 핵심 축”이라며 “이 부문에서 발생한 손실은 개별 시설을 넘어 거시 경제와 에너지 수급, 핵심 인프라의 회복탄력성 전반으로 파급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수요가 늘고 시스템이 복잡해질수록 운영 효율성을 유지하고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수”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발전 설비 손실의 상당수가 충분히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는 영역에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FM은 약 70년간 축적된 실제 손실 데이터와 엔지니어링 기술력을 바탕으로 사업자들이 설비 노후화와 부품 리드타임을 고려한 중장기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갖출 것을 권고했다.
특히, 이번 보고서는 반도체, 이차전지, IT 등 첨단 제조업 인프라가 집중된 한국 시장에 대한 시사점도 부각되고 있다.
최종호 FM 아시아 태평양 필드 엔지니어링 매니저는 “한국의 첨단 제조업과 기술 산업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이번 보고서는 전력 수요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선제적인 점검과 유지 보수, 비상 계획 수립이 회복탄력성을 강화하는 데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FM은 발전 설비 손실의 상당수가 예측과 예방이 가능한 영역에 속하는 만큼 사업자들이 설비 노후화와 긴 교체 리드타임을 전제로 한 중장기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권고했다. 과학적 연구와 엔지니어링 전문성, 현장 점검, OEM과의 협력, 예측 분석 등을 토대로 한 선제적 설비 점검·시험·모니터링과 비상계획 수립, 시나리오 기반 훈련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