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 선택’으로 넘길 수 없는 현직 대통령 연임
― 헌법 제128조 제2항이 먼저다
조정식 국회의장이 현직 대통령의 연임 문제를 두고 “결국 주권자인 국민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원론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다. 개헌은 국회 의결과 국민투표를 거쳐 확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질문은 연임제의 일반적 장단점이 아니라 새 제도를 현직 대통령에게 적용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개헌 논의를 이끌어야 할 국회의장이라면 추상적인 국민주권보다 헌법이 정한 구체적인 한계부터 밝혔어야 한다.
논란이 커지자 국회의장실은 조 의장이 헌법 제128조 제2항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열어둔 취지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왜 처음부터 헌법의 명확한 원칙에 선을 긋지 않아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했는지는 여전히 남는 문제다.
■ 헌법은 이미 분명한 선을 그었다
헌법 제128조 제2항은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한다. 권력구조는 바꿀 수 있지만 그 개헌의 혜택을 당시 대통령이 누려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현직 대통령이 재임 중 가진 권력을 이용해 자신의 임기나 재출마 조건을 바꾸지 못하도록 한 안전장치다. 따라서 현행 조항이 유지되는 한 이재명 대통령 재임 중 제안된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 개헌은 이 대통령에게 효력이 없다.
우리 헌정사는 집권자가 계속 집권하기 위해 헌법을 바꿀 때 국민투표라는 형식만으로 민주적 정당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경험했다. 1954년 사사오입 개헌과 1969년 3선 개헌, 1972년 유신헌법은 헌법이 권력을 통제하는 규범에서 권력을 연장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제128조 제2항은 이러한 역사 위에서 현직 권력자의 자기 수혜를 차단하기 위해 세운 헌법적 방파제다.
물론 제128조 제2항 자체를 개정하거나 경과조항을 두어 현직 대통령에게 새 제도를 적용하는 방안이 형식적으로 거론될 가능성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우리 헌법에는 독일 기본법의 ‘영구조항’과 같은 명시적 개헌 금지 조항이 없고, 헌법개정권의 한계를 둘러싼 학설상 논쟁도 있다. 따라서 이를 곧바로 위헌이나 법적 무효라고 단정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법적 형식상 가능하다는 것과 헌법적으로 정당하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현직 대통령의 자기 권력 연장을 막으려고 만든 조항을 그 대통령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삭제하거나 우회한다면, 권력 제한의 원리와 개헌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경기 도중 선수가 규칙을 바꾸고 그 규칙을 자신에게 곧바로 적용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 국민주권은 권력 연장의 면죄부가 아니다
“국민이 원하면 된다”는 말은 민주적으로 들리지만 위험한 반쪽 논리다. 대한민국은 단순히 표가 많은 쪽이 무엇이든 결정할 수 있는 국가가 아니라 헌법으로 권력을 제한하는 입헌민주국가다. 국민주권 역시 헌법이 정한 절차와 권력 제한의 원칙을 통해 행사된다. 국민투표에서 찬성표를 얻었다는 사실만으로 현직 권력자의 헌법정치적 이해충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현직 대통령의 재출마가 걸린 국민투표는 제도의 장단점을 판단하는 투표보다 대통령 개인에 대한 신임투표로 흐르기 쉽다. 현직 대통령은 국가 운영권을 쥐고 있으며 집권당과 정치 의제 설정, 여론 형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베니스위원회도 대통령 임기 제한을 권력 집중을 막고 견제와 균형을 보호하는 장치로 평가하며, 이를 완화하는 개헌은 현직 대통령에게 적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았다.
■ 연임제와 현직 대통령 연임은 다른 문제다
대통령 4년 연임제 자체는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 현행 5년 단임제가 단기 성과주의를 부추기고 정책의 연속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에는 일리가 있다. 유권자가 국정 성과를 평가해 한 차례 더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연임제 도입과 그 제도를 이 대통령에게 적용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전자는 미래의 권력구조에 관한 공론이지만, 후자는 현직 대통령 개인의 권력 연장과 직결된다. 국가의 미래를 위한 제도개혁이라면 차기 대통령부터 적용해도 그 목적을 온전히 달성할 수 있다.
더구나 현직 대통령이 여러 형사재판과 관련된 상황에서 대통령직 연장 가능성까지 거론되면, 실제 의도와 무관하게 개헌의 공정성은 의심받기 쉽다. 연임이 재판에 미칠 영향을 단정하거나 정치적 의도를 예단해서는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현직 적용 배제 원칙을 분명히 해 불필요한 의혹을 차단해야 한다.
■ 개헌의 첫 원칙부터 분명히 하라
그 원칙을 세우는 방법은 간단하다. 연임제 개헌을 논의하더라도 현직 대통령에게는 적용하지 않으며, 이를 위해 제128조 제2항을 삭제하거나 경과조항으로 우회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확약하면 된다.
연임제 개헌은 논의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혜택을 현직 대통령에게 돌리는 순간 국가의 미래를 위한 제도개혁은 한 사람을 위한 맞춤형 개헌으로 의심받게 된다. 국민의 선택을 존중하려면 먼저 국민이 헌법에 세워둔 권력 제한의 원칙부터 존중해야 한다. 그것이 개헌 논의를 시작하기 위한 최소한의 신뢰이자, 국회의장이 지켜야 할 첫 번째 선이다.

조상명 아주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 前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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